[엑스테리토리얼] 아프간 PTSD, 가스라이팅,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넷플릭스,2025)

2025. 5. 12. 09:44유럽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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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말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어 차트 정상을 차지한 넷플릭스 영화 <엑스테리토리얼>은 독일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넷플릭스 덕분(!)에 독일 신작도 전 세계 사람들과 함께 보는 동시대적 감성을 향유하게 된 것이다. 제목 ‘엑스테리토리얼’은 ‘치외법권’을 일컫는다. 사법권이 미치지 못하는 범죄물이 아니라, 한 국가의 권력이 통용되지 않는 국제법상의 특수한 땅을 말한다. 여기서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미국 영사관이다. 그 영사관 내에서 어떤 엄청난 국제적 음모가 꾸며지고 있는 것일까.

영화가 시작되면 사라(잔 구르소)가 어린 아들 조쉬와 함께 공원을 거닐고 있다. 아이들이 장난치다 조쉬를 스치는 순간, 마치 아들의 위협을 감지한 듯 순식간에, 본능적으로 아이를 제압한다. 사라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한 전직 특수부대원이었다. 작전 중 모든 소대원이 죽고 혼자 살아남았던 것이다. 죽은 부대원 중에는 남편도 있었다. 이후 사라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시간이 흐른 뒤, 사라는 미국에서 일자리를 구해 이제 아들과 함께 프랑크푸르트 미국영사관을 방문, 비자를 신청하려고 한다. 그런데 칭얼대는 아이를 잠시 놀이방에 데려다줬는데 아이가 사라진 것이다. 영사관의 보안책임자 킨치(더그레이 스콧)는 사라가 처음부터 ‘아이’를 데리고 오지 않았단다. CCTV를 확인하니 사라의 모습은 혼자였다. 어떻게 된 것인가. 엄마에게 애타게 상황을 전했지만 “사라, 약은 챙겨 먹고 있는 거지?”란다. 혼란에 빠진 사라의 몸이 본능적으로 움직인다. 미로 같은 영사관 건물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아이를 찾기 위해 ‘에단 헌트’급으로 찾아 돌아다닌다. 그런데 영사관의 비밀스러운 지하공간에 감금된 난민 이라아(레라 아보바)의 방을 찾게 되면서 이곳 보안담당관 킨치의 거대한 비밀과 맞닥친다. 


 미국 전쟁액션물에서 베트남전 PTSD를 거친 뒤 찾아낸 소재는 아프간 참전용사들의 방황이다. 독일에서도 그러한 소재가 쓰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아프간 장면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한 건물 수색 작전에 나섰던 독일 특수부대가 매복한 적에게 일순간 몰살 당하는 장면. 과연 그 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엑스테리토리얼>은 독일 영토 내의 치외법권 지역인 미국 영사관 내에서 펼쳐지는 아프가니스탄 참전용사의  PTSD 소재의 영화이다. 실제 사라가 ‘PTSD’ 때문에 망상장애를 앓고 있는지 영화를 끝까지 보게 된다. 영사관 관계자들의 행동으로 보면 ‘가스라이팅’인지 아닌지 알기가 어렵다. 그리고 단, 한 번 외부로 연결된 전화에서 들은 엄마의 목소리 “약은 먹고 있니?”로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조디 포스터 출연했던 항공 스릴러 <플라이트> 같은 상황이 영사관이라는 제한된 건물 내에서 펼쳐진다는 것이 이 영화의 일급 재미이다. 독일 특전부대 출신이라는 설정답게 배우의 액션도 좋았고, 미스터리와 혼돈, 음모가 뒤섞인 스토리도 탄탄하다. 물론, 끝까지 긴장감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보고 있노라면 결과를 꼭 알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된다.

 ‘PTSD’를 영화로 배운 관객들은 미군 당국, 미국 보훈처의 제대군인에 대한 대우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독일은 어떨까. 영화에서는 뜻밖에도 제대로 대우 못 받고, 대접 못 받고, 인정 못 받는 군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군인이 전장의 도구, 국가의 짐으로 취급 받는다면 그 결과가 어찌될 지는 명약관화할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든 딴 생각이다. 6월 6일은 현충일이다. 많이 남았지만 미리 그 의미를 생각해 본다. 


▶엑스테리토리얼(원제:Exterritorial) ▶감독: 크리스티안 쥐베르트(Christian Zübert) ▶출연: 잔 구르소(Jeanne Goursaud), 더그레이 스콧(Dougray Scott) 레라 아보바(Lera Abova)▶공개: 2025년 4월 30일 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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