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작전] ‘88 서울올림픽의 뒤안길’ (김성훈 감독,2023)

2023. 8. 17. 16:14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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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작전


전두환 정권시절로 시계바늘을 돌려보자. 그때 충무로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만들기 어려웠던 영화는 SF가 아니라 정치드라마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한국인의 시야가 넓어지고, 한국영화감독의 배포가 커진 모양이다. <비공식작전>은 그 시절의 이야기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중동, 레바논의 베이루트에서 대한민국 외교관 한 사람이 백주대낮에 소총을 든 무장 세력에 납치된다. 정부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중동에 안기부(국정원의 전신) 요원이 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당시 정권에선 가용할 수단도 별로 없었다. 사실 그 당시 레바논은 엉망인 상태였다. ‘모자이크 국가’라 불릴 만큼 수많은 종교, 종파가 복잡하게 얽혀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 내전을 펼치던 시절이었다. 많은 무장단체들이 이합집산하거나, 테러단체로 변질되던 위험한 때였다. 그때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한국은 이듬해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가 국가적 지상과제였고, 전두환 정권은 그해 연말에 열리는 대통령선거에서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최우선과제였던 것이다. 그러니, 중동에서 한국외교관이 납치되었다면 국가는 무엇을 하는가?’같은 고답적인 공격소재가 나돌 것이니 반갑지 않은 소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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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 늦은 밤 퇴근 않고 있는 이민준 사무관(하정우)이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전화를 건 사람은 말이 없고 대신 외교부사람만이 아는 비밀 전문이 들린다. 1년 8개월 전에 납치되었다는 바로 그 서기관이다. 살아있다는 것이 확인된 이상, 그를 데려오기 위한 작전이 펼쳐진다. 거액을 요구하는 단체가 있고, 이들에게 원하는 달러를 보내주기 위한 ‘비공식’ 작전이 펼쳐지는 것이다. 물론,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한 것이다. 납치단체나 달러를 전달하기 위한 중간책 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단지, 중간에 ‘배달사고’나 ‘착복’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성훈 감독은 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정우와 주지훈의 콤비 플레이로 유쾌하고, 긴장감 넘치는 액션으로 풀어나간다. 베이루트는 위험하고, 무장단체는 편이 나뉘어 총질하고, 납치된 서기관의 생사는 여전히 불명이며, 무엇보다 한국과의 소통이 난제이다. 여전히 외교부와 안기부가 이번 작전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공로를 차지하기 위해 물밑싸움을 벌인다.  

비공식작전


<비공식작전>은 중동에서 납치된 한국외교관의 무사생환을 담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액션에 초점을 맞춘다. 이미 <모가디슈>와 <협상>에서 이런 한국외교의 봉변과 인간승리(?)는 보아왔다. 2023년의 관객들은 30년 쯤 전에 저 먼 이국땅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할지 모른다. 미국의 이야기도, 특수전부대의 활약도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영화에서는 어떻게 구현할까. 복잡한 심리드라마를 펼치기에도,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기에도 그 당시 우리나라 외교부처럼 역량부족으로 보인다. 서기관이 겪었을 고통의 드라마가 생략된 채, 당의정으로 포장된 액션물로 관객의 기대심을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은 애당초 우리 관객에게 통하지 않는 방식이고, 당시의 정권의 우스꽝스런 모습을 희화화하는 것도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 후발주자의 비애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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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8올림픽을 앞두고 서울시내 보신탕집이 외곽으로 쫓아내고, 미관상 보기 좋지 않은 집들이 철거되었다. 불도저 전두환 덕분에 노태우 대통령은 88서울올림픽을 화려하게 성공시켰다. 아마도 그 당시 안기부는 김현희에 몰두했고, 외교부는 평양의 서울올림픽저지 책동을 막느라 베이루트는 신경 쓸 틈이 없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 이민준 서기관과 김성훈 감독이 이렇게 고생을 한 것이리라. 대한민국 외교부 파이팅!  

▶비공식작전 ▶감독:김성훈 ▶출연:하정우,주지훈,김응수,박혁권,김종수,유승목,임형국 ▶제작:와이드업필름,와이낫필름 ▶배급:쇼박스 ▶개봉: 2023년 8월 2일/ 132분/12세이상관람가 
[사진=쇼박스]

 

[리뷰] 비공식작전 ‘88 서울올림픽의 뒤안길’ (김성훈 감독,2023)

비공식작전전두환 정권시절로 시계바늘을 돌려보자. 그때 충무로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만들기 어려웠던 영화는 SF가 아니라 정치드라마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한국인의 시야가 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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