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필립스 리뷰] 오 마이 캡틴! 영웅의 조건

2013. 10. 24. 12:24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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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필립스] 오 마이 캡틴! 영웅의 조건

 

 

 

 

아프리카 대륙 동쪽, 소말리아 앞바다에 해적이 설친다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석해균 선장의 화학물질 반선 삼호주얼리호(1만 1000톤 급)가 해적에게 납치되고 6일 만에 우리 해군 청해부대가 전격적으로 ‘아덴만의 여명’작전을 펼쳐 그 해적들을 잡아온 것은 2011년 1월의 일이다. 대명천지 문명사회에 해적질이라니. 석 선장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미국 할리우드에서 먼저 영화로 만들어졌다. 삼호주얼리호보다 2년 앞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미국 화물선 머스크 앨라배마 호 이야기이다. 오만에서 케냐로 가던 이 배는 소말리아 해적 네 명의 공격을 받아 선장이 납치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자국민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미국은 네이비실을 보내 군사작전에 나선다. 바로 그 배의 선장 리처드 필립스 선장을 주인공으로 한 미국 영화가 만들어졌다. 바로 ‘캡틴 필립스’이다.

 

해적들의 바다, 인질이 되다

 

리처드 필립스 선장은 이날도 똑같이 화물선에 오른다. 아라비아해 오만에서 케냐의 몸바사까지 화물선 머스크 앨러배마 호를 무사히 몰고 가면 되는 것이다. 출발하기 전 숙소에서 이메일을 본다. 오늘 배가 지나갈 바다에 소말리아 해적들이 설치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메일을 읽는다. 선장은 배에 올라 선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선체를 점검하고 해도를 펼쳐놓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기도한다. 망망대해 바다. 하지만 안심이 안 되는지 선장은 비상훈련을 실시한다. 해적이 들이닥치면 매뉴얼대로 선원들은 안전문이 달린 비밀의 방에 모두 숨는 것이다. (그리고 비상연락을 받은 미군이 올 때까지 숨죽이고 기다리면 될 것이다!) 그런데 훈련도중에 실제 해적들이 나타난다. 소말리아 해변에 사는 그 유명한 해적들. 접근하는 해적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며 저항한다. 한 차례 해적들의 선박 진입을 저지했지만 두 번째 시도에서는 무너진다. 총과 중화기로 무장한 네 명의 해적들은 눈 깜짝할 순간에 갑판실을 점거한다. 다행히 선원들은 모두 기관실 구석구석에 숨어든 이후이다. 해적들은 선장에게 총구를 겨누고 윽박지르기 시작한다. 해적들은 숨어있는 선원들을 찾기 시작하고 필립스 선장은 이 위태로운 순간 ‘자신을 인질로 삼으라’고 나선다. 미군도 상황을 파악하고 인질구조작전에 나서기 시작한다. 망망대해, 소말리아 쪽으로 끌려가는 선박과 필립스 선장을 인질로 몸값을 요구하는 해적들. 인질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따지는 네이비 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구출작전이 시작된다.

 

위기에서 빛을 발하는 리더의 조건

 

필립스 선장 역을 맡은 배우는 톰 행크스이다. ‘캐스트 어웨이’ 이후 최고의 명연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영화답게 이 영화로 ‘위기에 처한 아메리카를 구하는 영웅’의 이야기가 기본구조이다. 그렇다고 성조기 휘날리는 캡틴 아메리카 스토리는 아니니까 지레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는 영화이다. ‘본 시리즈’(2.3편)와 ‘유나이티드93’ 등을 통해 스릴러에서는 탁월한 속도감과 긴장감으로 보여준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작품답게 영화는 앨러버마호가 출항하는 순간부터 순식간에 관객을 사로잡는다.

 

지금도 저 노선에는 수많은 화물선이 지나가고 있고 여전히 소말리아 해적들이 이곳을 무대로 상선을 납치하여 돈을 받아내고 있다. 비상한 아이디이에 최첨단 장비로 뉴욕 한복판의 은행 금고를 터는 것보다 더 손쉽고 저렴하게 수백만 달러를 뜯어내는 해적들이 이곳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은 소말리아의 정정불안이 일차적 원인일 것이다. 납치/나포된 이후의 각 나라들의 해결방안이 가끔 언론에 나고 네티즌들이 갑론을박하는데 그것은 ‘사건발생’ 그 이후의 문제일 것이다.

 

선장은 보통 배의 운명과 같이 한다는 전통적 인식이 있다. 타이타닉 호의 선장처럼. 충분한 보험금과 엄청난 자금을 가진 해운회사 소속의 선박들이 해적에게 납치될 경우는 어찌될까. 선장이라면 화물의 안전수송과 함께 승선한 승무원의 안위가 최우선 관심사일 것이다. 그런데 상선의 선장이라면 회사의 입장도 고려할지 모른다. 잘못된 노선에 들어와서 벌어질 끔찍한 후과를 예상해야할 것이다. 전 지구적  평화의 문제에 기업의 예산절감 사안이 합쳐진 문제일 것이다. 보험료는 오르고 사설 경비업체의 수요는 늘 것이다. 그래서 필립스 선장이 선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영웅적 행동에 나섰다는 시선은 인간적으로는 감동적이지만 자본주의 시각에선 끔찍해 보인다.

 

소말리아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사나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해적의 출몰 이유나 소탕작전의 당위성에 대해 굳이 따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해적들은 별 수 없이 바다에 나서는 자생적 악당임에는 분명하다. 마치 밤거리 취객을 상대로 노상강도를 펼치는 악당들처럼. 문제는 그런 소박한 악당이 대상을 잘못 고른 경우이다. ‘인질범과는 협상이 없다’는 표면적인 논리와 ‘일벌백계의 원칙’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 강대국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그러니 가진 것 없는 변방의 해적들은 치고빠지기에 목숨을 걸고 있을 것이다.

 

물론, 영화와 실제는 다를 수가 있을 것이다. 네이비실의 작전은 충분히 스릴러, 밀리터리 액션 영화로서 흥분된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도 들린다. 선원들 몇몇은 선장과 선박회사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해적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도 무방비상태에서 자신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름 값 아끼려고 필립스 선장이 무모하게 소말리아 해안 쪽으로 바짝 붙여 항해했다는 것이다. 재판을 진행 중이니 어느 쪽에 정의의 손이 들어질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우리의 경제를 살찌우기 위해 많은 상선들이 위험한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폭풍이나 외계인 침공 같은 블록버스터 위험이 아니라, 1인당 GNP 600달러의 최빈국 소말리아의 헐벗은 해적들의 쪽배에 항공모함 같은 배들이 털

린다는 사실이다.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박재환,201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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