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나 존스 4] 대략.. 18년만의 귀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Indiana Jones And The Kingdom Of The Crystal Skull , 2008)
(박재환 2008.5.21.) 지금부터 28년 전인 1981년에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 중에 [레이더스: 잃어버린 성궤의 추적자들](Raiders of the Lost Ark)이라는 신나는 영화가 있다. 당시 [스타워즈] 시리즈로 미국 영화사(史)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사를 풍성하게 만든 죠지 루카스와 [죠스]란 영화로 블록버스터 시장에 새 물결을 일으킨 스티븐 스필버그가 “007 제임스 본드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하여 만든 영화였다. 이 영화는 007만큼 많이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007보다 더 흥행이 잘 되고, 그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 박사는 제임스 본드보다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사랑받게 되었다.
조지 루카스나 스티븐 스필버그, 그리고 주인공 해리슨 포드는 <인디아나 존스 - 마궁의 사원>(84)과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89)을 만든 뒤 더 이상의 인디아나 존스는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팬들의 열화 같은 성원과 (아마도) 그냥 3부작으로 단종 시키기에는 비즈니스 적으로 너무 손해라는 판단을 한 모양인지 ‘인디아나 존스’ 네 번째 이야기를 만들기로 했다. (팬들로서는 대환호!!!!)
인디아나 존스 할아버지 힘내세요!
문제는 1989년, 3편 <최후의 성전>에서 노을 속으로 사라진 인디아나 존스 박사가 되살아오기에는 배우 ‘해리슨 포드’의 생물학적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것. 특히 행동하는 고고학자로서 비행기타고 장거리 여행하기에도 무리가 따를 것 같다. 이제 나치 놈들도 물리치고 모험도 끝냈으니 학교(마샬대학 고고학과)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조용히 회고록을 쓰는 것이 노교수님의 만년일 터. 그런데 할리우드는 그런 인디 교수를 가만히 놓아두질 않는다. 문제는 나이만 아니다. 인디아나 존스 박사도 제임스 본드와 마찬가지 고민에 빠졌다. 그 동안 세상은 변했다.
소련은 붕괴되었고, 공산주의는 멸망했고, (그들 관점에선) 이라크의 후세인도 사라진 세상에 맞서 싸워 세상을 구해야할 그 어떤 ‘악의 제국’도 없을 것 같다. 루카스와 스필버그, 그리고 포드는 3편에서 설정된 연도에서 실제 딱 19년 지난 1957년에 시계바늘을 맞췄다. 당시에는 세상은 스탈린의 소련이 악의 제국이었고 미국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세계의 경찰 아닌가. 미소대립은 이데올로기의 충돌이며 개인의식의 압박을 가져온 것이다. 그 시절 미국은 핵무기의 공포에 시달려야했고 할리우드는 매카시가 설치는 공산주의 타도에 깃발 들고 따라다녀야 했다.
스필버그, 루카스, 포드는 이런 시대적 분위기를 영화에 잘도 녹여 넣었다. 세 명이 오케이 해야 시나리오가 완성되는 구조였다. 그래서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이들의 입맛에 맞는 각본을 써내기 위해 수많은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했던 것이다. 그 결과.... 두둥!
51구역, 로즈웰 우주인 시체, 그리고 크리스탈 해골
우리가 상상하는 딱.. 그것들을 한 군데 몰아넣었다. 인디아나 존스 박사는 소련군에게 납치되어 네바다 사막에 위치한 미군의 비밀기지에 내몰린다. 너무나 유명한 Area51. 엄청난 규모의 비밀창고에서 물건 하나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 물건은 바로 외계인 시체이다. 소련군이 왜 미국까지 몰래 침투, 사체 하나 훔쳐가기 위해 쇼를 하는지 의문을 가질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곧바로 인디아나 존스가 그 노구를 이끌고 핵실험 한 복판에서 무사히 귀환하는 ‘과학적 마술 쇼’를 펼치니 말이다. 영화는 점차 흥미로워진다. 소련군이 원하는 것은 크리스탈 해골! 이게 뭐지? 네스 호의 괴물이나 로즈웰에 추락했다고 UFO 이야기는 알겠지만 크리스탈 해골은 생소하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친절한 고고학자인 인디아나 존스 박사가 설명해준다.
“크리스탈 해골이란 것은 말이죠.... 외계인의 해골입니다. 뼈 구조가 인간과는 다르죠. 크리스탈로 구성되어 있죠. 그런데 말이죠. 이 해골에는 굉장한 능력이 있습니다. 아마도 사람의 뇌파를 조정한다거나 수천 년 인류의 지식문명을 일순간에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그런 파워/포스를 갖고 있을 거에요..” (인디아나 존스 박사가 저렇게 설명했는지는 극장에서 직접 보고 확인하시라~)
아마도 [매트릭스]에서 머리에 라인 하나 꽂아서 매뉴얼을 다운 받는 것에 감명 받은 모양이다. 아니면 오래 전 무슨 추리소설이었던 것 같은데.. 그거 보면 어떤 대리석 제단에 사람을 누이면 온갖 질병이 완치된다는. 아마도 외계전래 방사선 물질에 대한 현대적 해석이리라.
그런데 왜 소련은 이 황당한 능력의 크리스탈 해골을 뒤쫓고 있을까. 의외로 간단하다. 그 해골을 손에 쥐면 전 세계에 ‘인류문명사상 최고수준’인 공산주의 사상을 일시에 전 세계 사람에게 전파시켜 사해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푸하하! 공산주의 선전선동의 역사에 있어서 가장 획기적인 홍보방안인 듯하다!)
마야, 잉카, 아즈텍, 나스카, 그리고 크리스탈 해골
미국과 소련이 이데올로기 문제로 싸우든 말든 인디아나 존스 박사는 크리스탈 해골을 손에 넣었고, 또 그것을 옛 동료 옥슬리 교수가 말한 지점에 도로 갖다 놓아야하는 미션을 받게 되었다. <레이더즈>에서처럼 인디 박사는 몸으로 부대끼는 대모험에 나선다. 이번엔 정체가 의심스러운, 그러나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 오토바이 폭주족 젊은이 하나와 지도에 노선만 나타나는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서 중남미로 이동한다. (굉장히 저렴하게 찍은 장면이면서도 굉장히 매력적인 방법이다)
우리의 고고학 박사 인디아나 존스는 주절주절 떠든다. 그 중에는 나스카, 아즈텍, 마야, 잉카 같은 말이 있다. 나스카의 도형(Nazca Lines)은 지금 페루에 있는 정체불명의 대형 낙서이다. 워낙 큰 그림(글씨인지 도형인지 암호인지..)이라 하늘높이 비행기타고 올라가서 상공에서 내려다봐야 전경을 알 수 있다. 그 그림이 외계인과의 접촉을 목적으로 지구에 낙오한 외계인이 남긴 신호라고 해석해야 ‘인디 팬’이다. 그 옛날 지구에 낙오한 외계인은 어떤 선구적인 밧데리 장치를 사용하더라도 물리적으로 오래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여겼는지 가장 원시적인 방식으로 표식을 남긴 것이다. 여하튼 그 선 따라 가다보면 ‘잃어버린 황금의 도시’에 다다른다. 황금의 도시는 마야나 잉카 문명 등의 애달픈 고대유적지이다. 인디아나 존스 박사는 그 신전 하나에 들어가서 크리스탈 해골을 이렇게 저렇게 한다. 그러자 그 거대한 신전이 이렇게 저렇게 되더니, “우와!”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한 방법!)
그렇다. 인디아나 존스 박사는 또 다시 지구를 지키고 알 수 없는 우주의 위대한 존재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레이더즈>가 재밌었다면 이 영화도 재미있을 것이다. <트랜스포머>나 <스피드 레이서> 같은 영화가 장난으로 여겨지는 세상에 스필버그와 루카스가 무슨 영상인들 못 만들어낼까. 하지만 그들은 의외로 아날로그적 액션에 공을 기울였다. <레이더스>에서 트럭에 매달려 끌려가고, 달리는 트럭에서 주먹질을 하고, 채찍으로 줄타기를 하는 것들이 재현된다. 물론 배경음악은 여전히 존 윌리엄스의 신나는 ‘마치’이고 말이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내일 개봉된다. 기자시사회는 개봉을 코앞에 두고 진행되었다. 보통 이런 경우는 ‘영화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때’ 발생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케이스는 아니다. 지난 18일 깐느 국제영화제 기간에 월드프리미어를 갖기 위해 묶여있었던 것이다. 그 덕분에 깐느에서는 난리가 났다. 미소대립과 매카시즘에 대한 냉소라는 정치적인 조미료 때문에 이 영화는 의식 있는, 젠 체하는 유럽기자들에게 플러스 평가를 받았다. 물론 그 바탕에는 ‘인디아나 존스’에 대한 숙성된 사랑이 존재하기 때문이지만 말이다.
해리슨 포드와 그 오래된 친구들
이 영화에서 가장 우려했던 것은 ‘노친네’ 해리슨 포드이다. 그런데 관객들도 고고학적 의미를 아는지 해리슨 포드의 우아한 나이듬과 여전함에 박수를 보낸다. 대신 갑자기 튀어나온 듯한 마리온 역의 카렌 알렌에 당황하게 된다. <레이더스>에서 그렇게 날고뛰던 아가씨가 저렇게 되다니.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임!) <트랜스포머>의 샤이아 라보프는 이 영화에서도 싱싱하다. 대본도 안보고 덜컥 출연계약을 맺었다는 그는 시나리오 받고 근육 만들기 운동을 했다고. 물론 해리슨 포드도 마찬가지. 샤이아 라보프가 검은색 가죽 재킷에 모토사이클을 모는 장면은 정말 딱 < The Wild One>에서의 반항아 말론 브란도 분위기이다. <반지의 제왕>에서 판타스틱한 여왕으로 나왔던 케이트 블란쳇이 소련군 대령 역을 맡았다. 영화가 무척 오랜만에 만들어지다 보니 전편 크레딧에 올랐던 사람 중에 빠진 사람도 있다. 인디아나 존스의 아버지 역을 맡았던 숀 코넬리가 이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한다 안한다 말이 많더니 결국 ‘인디아나 존스의 서재 책상 위 액자 사진’으로 출연한다. 촬영감독 더글라스 슬로콤브는 연로해서 은퇴했고 대신 야누스 카민스키가 카메라를 책임졌다. 미국 사이트를 보니 팻 로치에 대한 기사도 있다. 1,2,3편에 나왔던 이 배우는 지난 2004년 사망했다. 누구지? <레이더즈>에서 프로펠러 비행기가 뱅뱅 돌아가는 위험한 상황에서 인디 박사와 주먹질하다가 프로펠러에 비명횡사하던 그 독일군 정비공이다.
영화보고 그래도 궁금해서 '크리스털 해골'을 찾아보았다. 의외로 흥미롭다. 1927년 모험가 미첼 헤지스가 고대 마야 유적지에서 조그마한 사이즈의 수정 해골을 발굴했단다. 세공흔적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매끈하단다. 그 옛날에 (단단하기가 보통이 아닌) 수정 원석으로 이렇게 깎아내는 것은 미스터리란다. 이 지역에는 크리스탈 해골에 얽힌 전설이 있다. 실물 크기의 크리스탈 해골 13개가 있는데 인류문명의 온갖 지식이 (어떤 형태인지 모르겠지만) 다 들어있다고 한다. 그게 고대문명이 사라지면서 뿔뿔이 흩어졌단다. 인류가 위기에 처하면 13개가 모여 신성한 지식을 전수해 줄 거란다. 아, 이 사실을 알고 보면 더 재미있을 듯.
<쥬라기 공원>보고 공룡전문가가 양산되었듯이 이 영화보고 나서 NGC이나 디스커버리 채널 매니아 폭증했으면 한다. (박재환 2008-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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