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지그펠트] 쇼처럼 즐거운 인생은 없다

2008. 12. 20. 19:10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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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7년 3월 4일 L.A. 빌트모어 호텔에서 열린 제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영화는 화려한 볼거리로 무장한 [위대한 지그펠트](The Great Ziegfeld)이다. 이 영화는 영화가 미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기 전까지 미국인들에게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받던 무대 공연의 화려한 순간들을 보여주는 쇼비즈니스 이야기이다. 
 
 
   플로렌즈 지그펠트 주니어(윌리엄 파웰)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타고난 흥행사이다. 그러나 출발은 미약한 '쇼 단'의 억척스런 흥행주일 뿐이었다. 1893년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박람회 당시 그가 내놓은 ‘볼거리’ 상품이라곤 '힘센 남자'를 내세운 것이다. 남들은 모두 배꼽을 드러낸 여자 무희를 앞세워 남성들을 끌어들일 때 그는 세계 최강남자라면서 알통을 내세워 무거운 것도 가뿐히 들어 올리는 쇼를 공연한 것이다. 지그펠트는 본능적으로 대중의 기호를 알아차리고 그것의 상품적 가치를 극대화시킨다. 그에겐 모든 여자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매너와 유머감각이 있었다. 그는 번번이 라이벌 흥행주 빌링스(프랭크 모건)의 '여자'와 '쇼거리'를 기꺼이 빼앗아 점차 '지그펠트 쇼'를 만들어낸다. 시시한 볼거리에서 출발한 그의 '쇼'는 오늘날 '태양의 서커스'를 능가하는 화려한 볼거리로 무장한 무대공연을 개발해낸다. 게다가 그는 연예사업의 제1조건도 활용할 줄 안다. 이른바 '가십 만들기', '노이즈 마케팅' 이다. 그가 프랑스에서 데려온 스타 안나 헬드(루이스 라이너)를 미국 쇼무대에 데뷔시키기 위해 한 첫 번째 작전은 뜻밖에도 '우유 파동'이다. 지그펠트가 매일 수십 리터의 우유를 여자에게 줬는데 그것은 우유 목욕을 시키기 위해서였다는 '가십'이다. '프랑스 여자, 우유로 매일 목욕한다'라는 기사는 대박이었다. 남자들도, 여자들도.. 뽀얀 피부의 여자 공연을 보기위해 극장으로 몰려온다. 이후 지그펠트는 승승장구한다. 브로드웨이의 마이더스가 된 지그펠트는 언제나 새로운 스타를 발굴해내었고 새로운 방식의 거대한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그러나 그에게도 약점은 있었다. 너무나 사치스럽고 감정이 풍부했다는 사실. 그의 과욕은 그를 파산으로 내몬다. 그는 굴하지 않고 새로운 물주를 끌어들이고 더 큰 공연을 준비한다. 그 와중에 빌리 버크(미아라 로이)를 만나 결혼에 골인한다. 좌절과 성공을 거듭하더니 끝내 뉴욕 증시대폭락 때 전 재산을 날리고는 쓸쓸한 최후를 맡는다.
 


A Pretty Girl - The Great Ziegfeld!  (8분 14초) 

    이 영화는 1936년에 미국에서 개봉된 176분짜리 대작영화이다. 플로렌즈 지그펠트 주니어는 실존인물이다. 1867년 태어난 지그펠트는 프랑스 캉캉 쇼에서 영감을 얻은 지그펠트 폴리아 공연을 무대에 올려 수십 년 동안 인기를 끈다. 그의 무대공연 원칙은 간단했다. 화려하게, 멋지게, 신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영화의 백미에 속하는 ‘A Pretty Girl Is Like a Melody" 노래가 나오는 장면은 정말 판타스틱하다. 한 남자에서 시작된 공연은 180명이 동시에 자리 잡은 거대한 세트로 막을 내린다. imdb에 따르면 이 ‘멋진 공연장면’을 위해 수 주일간의 철저한 리허설을 가졌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단 한 번에 촬영을 마쳤다고 한다.(▶촬영모습) 무대 제작비만 20만 달러. 당시로서는 천문학적 제작비이다. 이 장면뿐만 아니라 워낙 화려한 장면이 많이 등장하여 제작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원래 유니버설이 제작에 나섰다가 결국 MGM이 완성시킨다. 제작비는 200만 달러. 흥행성적은 4천만 달러. 당시로서는 천문학적 흥행수익이었다. 그리고.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걸머쥔다. 실존인물을 다룬 영화로서는 최초의 작품상 수상이다. ‘A Pretty Girl Is Like a Melody’ 공연 장면에는 아카데미 안무상이 주어졌다. ‘안무상’은 1935, 36, 37년 3년 동안 존재했었다.  폴란드-프랑스계 무대공연자로 출연한 루이스 라이너는 이 영화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다. 천하의 바람둥이, 혹은 이 시대 최고의 로맨티스트 지그펠트의 독점적 사랑을 바라다가 비극적으로 물러나는 ‘짜증나는’ 배역인데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루이스 라이너는 다음해 [대지]로 잇달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다. 최초의 2회 연속 여우주연상 수상자 기록이다. (그 다음 주자는 케서린 헵번으로 68년(초대받지 않은 손님)과 69년(겨울의 라이언)이다) 루이스 라이너는 의외로 빨리 연예계를 떠났다. 최근 사진을 보니 1998년 아카데미 시상식 때 초청되었다. 

   영화는 인상적인 장면이 몇 있다. 한 백인이 탭 댄스를 추는 장면을 포함하여 여러 장면이 [비는 사랑을 타고]를 연상시킨다. 이 영화에서 지그펠트가 여자를 유혹하는 장면이 꽤나 재미있다. 댄스홀에서 목표물을 쟁취하기 위한 그의 수단과 화려한 언변은 70년이 지난 지금 써먹어도 될 만큼 멋있다. 영화 마지막 장면은 일반적으로 ‘전화장면’이라고 말하는데 라이벌이자 동료친구인 빌링스가 찾아와서 “우리 다시 한 번 해 보자”고 용기를 북돋아주고 이어 충직한 시종이 지그펠트를 대신하여  사랑하는 아내에게 전화로 안부를 전하는 장면이다. 지그펠트는 바로 숨을 거둔다. [시민 케인]에 버금가는 명장면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브로드웨이, 뮤지컬 영화의 최고봉에 섰던 영화 [위대한 지그펠트]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지그펠트의 첫 번째 흥행무대가 흥미로웠다. 1893년의 시카고 박람(The Chicago World's Fair)이다. 정확히는 World's Columbian Exposition이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400년을 축하해서 열린 세계박람회이다. 시카고 박람회는 1983년 5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반년동안 열렸으며 모두 2,700만 명의 관람객이 참관했다고 한다. 인터넷을 뒤지다보니 시카고박람회에 ‘조선’도 참가했다고 한다. ‘대조션’이라는 명칭으로 참석했다고 한다.(▶관련기사 보기) 흥미롭다.  (Reviewed by 박재환 2008-01-22)

 
 
위대한 지그펠드 (The Great Ziegfeld) 감독: 로버트 Z. 레너드   
참조: http://cinematreasures.org/theater.ph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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