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ed by 박재환 1998-12-31] 필립 카우프만(Philip Kaufman)감독 작품은 의외로 많이 소개되었다. <헨리와 준>, <라이징 선>,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그의 작품들이다. 그리고 지난 달에 왠일로 KBS에서 '항공의 날'이랍시고 특선으로 보여준 <RIGHT STUFF>의 감독이기도 하다. 이 감독의 1978년 작품으로 우리나라 비디오 출시제목이 <우주의 침입자>이며, 원제는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신체강탈자의 침입>이라고 번역되어지고 있다)이다. 이 <신체강탈자의 침입>의 원작은 Jack Finney 의 동명소설이며 모두 세 차례 영화화 되었다. 첫 영화화는 1956년 Don Siegel 감독에 의해, 두번 째가 필립 카우프만의 78년작이고, 마지막이 1993년 아벨 페라리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었다. 세 작품 모두 특별한 의미에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 영화는 마치 오늘날의 팀 버튼 영화같은 저예산스런, 촌스러운 칙칙한 화면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화성침공>에서 나온 그 기이한 이종변형의 끔찍한 결합체 - 머리는 사람이고, 몸뚱이는 "개"인 유전자 조작 - 아니, 개체조작 수술의 원형을 이 영화에서 볼 수 있다!!!) 외계의 어느 한 행성에서 어떤 생물체의 수정-혹은 자기복제가 시작된다. 원형생물같은 이 미세한 입자가 우주를 날아 지구에 떨어진다. 그것은 바로 외계인의 씨앗 (alien "pods" 사전을 찾아보니 pod는 메뚜기의 알주머니, 누에고치 라고 되어 있다. 무슨 말인진 몰라도 <코쿤> 영화 본 사람은 코쿤 같다..라면 이해가 빠를지 모르겠다) 이었다. 이들은 식물형태로 인간세상에 조금씩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앗, 못 보던 꽃이네. 어머 이게 뭐지.. "
이런 식으로 인간은 그 개체를 자기집 뜰에다, 혹은 침실 화분에 갖다 놓는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무려 다섯 명이나 된다. <에이리언>같은 괴물대마왕은 안 나오고 말이다. 영화의 배경은 LA이다. 식품의약국의 검시관인 Matthew Bennell (Donald Sutherland)은 오늘도 LA의 음식점 식당 주방을 돌아다니며 위생검열을 실시한다. 여기에 걸린 한 업소의 종업원이 그의 차 유리창을 반쯤 깨어놓는다. 그후, 그의 차는 언제나 깨어진 안경을 통해본 세상처럼 위태로운 모형을 하게 된다. 어두운 배경에 의식적으로 기울인 촬영, 차창을 통해 바라다 본 LA의 모습은 분명 외계침공 이후의 어떤 행성모양처럼 황량한 이미지를 나타낸다. 그는 새로 Elizabeth Driscoll (Brooke Adams)을 식품청 동료로 받아들인다. 엘리자베스는 퇴근길에 나무에 핀 꽃을 따다가 집에 가져온다. 그 다음날 엘리자베스의 남편의 행동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버넬에게 이야기한다. "우리 남편이 좀 이상해.." "어떻게 이상하지?" "음..뭐랄까.. 우리 남편 안 같애...." 이런 말을 듣고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아야한다. 그래서 버넬은 엘리자베스를 정신과 의사(혹은 심리치료사)인 친구 Dr. David Kibner (Leonard Nimoy)를 소개 시켜준다. 키브너 박사의 신간출판 파티장에서 엘리자베스는 한 여자가 박사에게 똑같은 하소연을 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박사님. 우리 남편이 이상해요." "아니 어떻게 이상하다는거죠?" "음..그게 뭐야. 우리남편이지만 우리남편이 아닌것 같아요..." 엘리자베스는 자기와 같은 상태에 빠진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해 놀란다. 사실 버넬도 아침에 그런일 이 있었다. 세탁소에 가니 세탁소 바깥주인이 버넬에게 "우리 할망구가 이상해졌어. 우리 마누라 같지가 않아..."라잖은가.. 하루가 다르게 LA거주민들 사이에는 무슨 일인가가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버넬이나 엘리자베스는 그것이 어떤 엄청난 외계 존재의 번식인지를 모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들의 친구 Jack (Jeff Goldblum)과 그의 아내 Nancy의 안마소에서 어떤 생물체를 발견하면서 사태는 급진전하게 된다. 이 생물체는 잠들어 있는 지구 생물체에 스며들어 그 지구 생물체의 외형과 똑같은 인물로 복제되는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 지구생물체의 외피를 뒤집어 서게 되는 것이다. 그럼으로 해서 원래의 지구 생물체는 사라져버리는 셈이다. 그런 이유도 엘리자베스는 이미 변해버린 자기의 남편 몸뚱이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게 된 것이다. 이제 이들은 모두 쫓기게 된다. 이미 LA의 거의 대부분의 인간존재가 탈바꿈된 상태였다. 결국은 이들도 하나씩 하나씩 변해간다. 잠들면 어딘선가 그들의 몸뚱이를 차지해 버리니 말이다. 마지막까지 누가 어떻게 - 인간의 원래 형태-로 살아남을까 사실 무척이나 긴장되었다. 버넬은 마지막까지 이들과 맞서 싸운다. PODS 번식공장을 파괴하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그의 곁에 있어준 엘리자베스도 끝내 변하고 말았다. 이때 낸시가 나타난다. 이미 변한 줄 알았지만 그는 숨어서 살아남은 것이다. 낸시의 말로는 "이들"을 만난때 다른 생각을 않고 있으면 (마치 텔레파시의 끊겨서인지..) 모두들 그가 지구인이란 것을 감지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둘은 다시 쫓겨서 달아나기 시작한다. 마지막에 버넬과 낸시는 다시 마주친다. 낸시가 손을 들어 기뻐하자, 버넬의 입에서 거친 쇳소리가 난다. "끼아악----" 그 소리는 외계의 존재가 그들과 다른 형태의 생물체를 볼때 내지르는 그들만의 기호-감지음이었던 것이다. 버넬도 어느새 바뀐것이었다. 영화는 여기서 끝나는데 상당히 극적인 라스트였다. 그가 그렇게 달아났고, 관객은 그가 끝까지 사람으로 있을줄 알았으니 말이다....
이 영화는 여러모로 보나 재미있고 볼만한 작품이다. 저예산영화같은 엉성함과 호러영화다운 음침함, 작가영화다운 독특함이 골고루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SF물보다는 호러무비의 특성을 지니는 것은 물론 끝없는 "자기복제"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외계의 침공은 지능이 높은, 혹은, 온통 모성애로 중무장된 괴물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만이 아니다. 어떤 형태인지도 알수 없는 원형질의 생물이 우리의 신체를 빼앗아 가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야 <신체강탈자의 침입>이라는 원제가 이해되었다.
이 소설이 나올 때는 그 주제가 공산주의의 은밀한 침투, 혹은 그 반대적 의미에서 매카시즘의 공공연하고도 무저항적인 전파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오늘날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것은 에이즈의 전파가 될 수도 있고, 알수 없는 대중문화의 어떤 콘텐츠들 - 예를 들면 어떤 아이돌, 스타 시스템, 혹은 마약식 주입이 이루어지는 포르노그라피적 습격-의 무차별적 침투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독소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그리고 알고 있지만 제대로 저항조차 못하는 사이 우리의 정신세계를 갉아먹고, 파 먹고, 우리의 멀쩡한 겉 형태를 녹여버리는 것이다. 물론 그 폐해는 다들 잘 알것이다. 우리의 건강한 정신문화라든지 어떤 가치관은 해골위에 걸쳐진 피부위에 어떤 흕거만을 겨우 남겨놓고서 모두들 삭막한 모더니스트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끼아악...." (박재환 199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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