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영화리뷰(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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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용호투] 고혹자, 여섯번째 이야기
[리뷰 by 박재환 2000/8/29] 홍콩의 인기 만화 중에 시리즈란 것이 있다. 이 인기만화는 96년부터 영화로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를 필두로 , , , 까지 다섯 편이 만들어졌고, 올해 초 그 여섯 번째 작품으로 이 만들어졌다. 이번 여섯 번째 시리즈는 모종의 이유로 영화사는 '고혹자'라는 표기를 붙이지 못한 채 홍콩과 대만에서 이라는 제목만으로 개봉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뜻밖에 라는 새로운 제목을 붙였다. 영화 마지막에 오르는 크레딧을 보면, 이 영화가 시리즈에서 따왔음이 나타난다. 시리즈는 홍콩의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폭력써클 학생들의 이야기이다. 진호남(陳浩南)과 산계(山鷄) 등 학생 몇이 나중에 사회로 진출하고, 흑사회(암흑가)까지 연계되면서 펼쳐지는 폭력활극이 현지에서는 꽤나 인..
2008.02.16 -
[패왕별희] 力拔山氣蓋世라도 어찌하리오 ( 진개가 감독 霸王别姬/ Farewell My Concubine,1993
천카이거(진개가) 감독의 는 깐느영화제에서 제인 캠피온 감독의 와 함께 황금종려상을 공동수상했고,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외국어작품상 후보에 오른 홍콩영화이다. 물론, 장국영의 사후 장국영 팬들로부터 “장국영의 숨결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꼽은 영화이기도 하고 말이다. 는 홍콩의 베스트셀러작가 이벽화(李碧華)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이벽화는 , , , 등과 같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운명과 사랑의 이야기를 주로 펼치는 작가이다. 또한 그러한 역사의 소용돌이라는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지 못하는 파트너와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다. 원래 ‘패왕별희’의 이야기는 진시황 기 죽은 뒤, 다시 사분오열될 중원을 두고 대격돌을 벌였던 한나라 유방과 초패왕 항우의 이야기에서 연유한다. 유방은 결국 항우를 무찌르..
2008.02.15 -
[천룡팔부] 김용 소설의 쇼 브라더스식 해석 (포학례 감독 天龍八部 Battle Wizard 1977)
(박재환 2005/3/2) 김용이 쓴 길고 긴, 많고 많은 무협소설들은 홍콩, 중국, 대만에서 경쟁적으로 TV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도 "누가 주인공으로 나온 게 더 재밌다"라고 말할 정도로 매니아가 많다. 지난달 임청하, 공리, 장민 등이 출연하는 영화 [천룡팔부](94년)의 리뷰를 올리면서 김용 이야기와 그의 대하소설이 어떻게 100분 짜리 영화에 구겨 넣어지는지를 소개한 적이 있다. 김용의 [천룡팔부]는 1977년도에 쇼 브라더스에서 한 차례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다. 물론 그 전에 다른 김용 작품도 잇달아 영화로 만들어졌었다. 그럼 김용 소설의 SB(쇼 브라더스) 버전은 어떨까. 소설을 읽은 사람은 다들 아시겠지만 [천룡팔부]는 출연진도 많고 각종 무예가 집대성한 굉장히 스케일이 ..
2008.02.15 -
[백발마녀전]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되어버리면? (우인태 감독 白髮魔女傳 The Bride With White Hair,1993)
너무 오래전 쓴 리뷰. 우인태 감독은 최근 헐리우드에서 라는 호러무비를 내놓았다. 주연은 의 제니퍼 틸리. 홍콩출신 영화인이 헐리우드에 꽤 많이 진출했고, 참으로 다양한 영화를 만들고 있다. 은 우인태 감독의 1993년도 히트작품이다. 우인태-장국영 조합은 을 내놓아 한 차례 더 성공한다. 이 작품의 원작은 양우생의 무협소설 이다. 양우생도 인기 무협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이 영화는 무협소설의 양식을 그대로 따른다. 정통과 이단, 사교의 출몰, 적과의 사랑, 죽음으로 갈라서는 연인, 그리고 끝없는 기다림 등등. 영화가 시작되면, 다음과 같은 자막이 올라간다. 청(淸)나라 초기 순치제 시절(順治年間). 황제는 중병에 걸려 위독했다. 그러나 천설봉(千雪峰)에 20년마다 피는 꽃이 있으니, 이 꽃을 먹으면 ..
2008.02.15 -
[주성치의 홍콩 마스크] 주성치의 변신합체로보트 (엽위민 감독 百變星君, Sixty Million Dollar Man, 1995)
(박재환 1999.8.27.) 대한민국에서 나오는 영화잡지 중 가장 수준이 높은(?), 그래서 가장 덜 팔리는(!) 잡지로 알려진 가 판매확충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우리도 이런 거 다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99년 8월호에 을 마련하였다. 어찌 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러한 기획특집을 보면서 피할 수 없는 주성치의 매력이나, 홍콩영화계에 있어서의 주성치의 위치를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주성치의 시대는 저물고 있음은 분명하다. 성룡이나 주윤발 같은 선배스타는 서구로 진출하고, 이제 남은 스타들이 홍콩에서 근근히 버티고 있는 상황. 이것은 동남아 경제불황에다가 홍콩영화계의 흥행부진이 겹쳐 일어난 사태이기도 하다. 외신을 보니 주성치가 캐나다로 이민을 가려고 백방으로..
2008.02.15 -
[철권] 신구의 조화
[Reviewed by 박재환 2002/9/15] 지난 연말 홍콩에서 개봉되어 개봉 첫주에 홍콩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던 SF영화 이 이라는 제목으로 얼마 전 국내에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홍콩개봉을 앞두고는 '정이건'이 출연한다하여 팬들의 기대를 잔뜩 모았었는데 알고보니 정이건은 '우정출연'으로 총 출연씬이 1분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홍콩영화의 한 경향을 알 수 있는 배우들과 내용으로 중무장한 작품이니 홍콩영화 매니아라면 챙겨볼 필요가 있는 영화. 유위강 감독의 작품이 왕정 감독과 차별성을 띠는 것이 바로 CG를 활용한 근사한 화면구성에 있다. 에서 맹숭맹숭한 자동차 체이스 장면을 박진감있는 볼거리로 만든 것은 홍콩영화의 저조기를 어떤 식으로 돌파해보려는 이들의 노력때문이었을 것이다. 은 영..
2008.02.15 -
[열혈남아] 형! 1분만이라도 유명해지고 싶어.. (왕가위 감독,旺角下門1988)
(박재환 1999.11.23. – 꽤 오래 전에 쓴 리뷰네. 언젠가 다시 보고 다시 쓸 예정) 왕가위 팬이라서 하는 소리는 아니지만, 그의 작품은 볼수록 매력적이다. 이 영화는 그의 감독 데뷔작품이다. 아마, 유덕화 팬이라면 그가 (비디오 출시제목이 ‘천장지구’>에서처럼 조금 잔인하게 얻어터지는 장면 때문에라도 ‘멋진’ 영화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장면 때문에 이 영화는 오늘날, 좀 덜 떨어진 신창원 따라하기 추종자들이 볼 경우, 잘못된 감동을 충분히 받을 수도 있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장학우는 일생일대의 열연을 펼친다. 확실히 이 영화는 소외와 고독의 영화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홍콩의 어두운 밤풍경과 칙칙한 거리, 조명들로 가득한 도심을 스쳐 지나간다. 가라오케의 수많은 모니터에서는 알 수 없..
2008.02.15 -
[동사서독(오리지널)] 타임 쉐이크 (왕가위 감독 东邪西毒 Ashes of Time , 1994)
예전에 영화 잡지 가 부록으로 의 프랑스판 포스터를 부록으로 준 적이 있다. 왕가위 팬이라면 누구나 벽에 붙이고 있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박재환 2003.4.21) 왕가위 감독이 에서 놀라운 문학적 성취를 이룬 뒤 내놓은 새로운 스타일의 무협물 은 ‘시간의 관념’에 대한 영화이다. 그것은 왕 감독이 에서 읊조린 ‘1960년 4월 16일의 1분’에서 확장된 개념이기도하고. 남자 하나, 여자 하나의 열정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수많은 인간들이 패착을 둔 사랑의 궤적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A는 B를 사랑하고, B는 A를 사랑할 수 없다. B를 짝사랑하는 C는 D를 사랑하게 되고 그 때문에 E는 실연한다. F는 C의 사랑을 받을 수 없어 저홀로 저주하고 저홀로 자기연민에 빠진다. G는 A에서게 B의 그림자를 ..
2008.02.15 -
[친니친니] 내 마음의 안나 막달레나 (安娜瑪德蓮娜,1998)
이 영화의 홍콩 제목은 이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는 바흐의 곡이 나온다. 피아노 연주곡으로부터 진혜림의 흥얼거림까지 다양하게. 그럼 음악영화? 출연진 면면으로 보자면 이 영화 뮤지컬로 만들어도 될만하다. 주인공 금성무, 곽부성, 진혜림은 모두 가수이다. 그리고 카미오로 나오는 장국영이나 장학우, 원영의까지. 프로페서널한 만능 홍콩 연예인들이 대거 등장한다. 처음엔 세 사람의 풋풋한 청춘이 정해지지 않은 사랑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것 같다. 조용하고 순정파인 금성무, 플레이보이에 활달한 곽부성, 그리고 풋풋한 매력의 진혜림. 이들 셋이 어떻게 서로를 알게 되고, 어떻게 이어지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사랑에 빠지는지가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마치 이와이 순지 영화를 한 편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
2008.02.15 -
[애정만세] 이만큼 고독하기도 힘든… (채명량 감독,愛情萬歲 1994)
(박재환 1998/8/29) 이 영화에는 두 남자, 한 여자, 그리고, 침대 하나가 있는 한 아파트가 나온다. 대만? 우리나라사람이 인식하는 대만은 컴퓨터 부속품을 ‘잘’ 만드는, 그리고, 왠지 일벌레 같은 사람들만 사는 조그만 섬나라를 떠올린다. (인구 2,500만에 우리나라 경상남북도를 합친 크기이다!) 그리고, 공산대륙 중국의 위협 속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정(政!)체성을 지키고 있는 민주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내가 처음 대만에서 본 영화가 바로 이 영화였다. 하지만, 대만사람들 자신들도 이런 영화를 중요하게 인식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영화에 관심 있는 몇몇 사람들만이 가끔 입에 올리는 아주 지루하고, 끔찍한 영화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영화가 일부 사람에게 통하는 필견..
2008.02.15 -
[2046] 화양연화 속편, 아비정전 외전
[Reviewed by 박재환 2004-10-11] 왕가위 감독의 신작 [2046]을 보면 윤후명의 [약속 없는 세대]란 소설이 생각난다. 기라성 같은 중화권 톱 스타들을 데리고 5년 동안 온갖 화제를 양산하며 겨우겨우 완성한 작품 [2046]은 왕가위 팬에게는 곤혹스런 작품이다. 남녀의 격정적 감정이 [화양연화]보다 더 나아간 것도 아니며, [아비정전]만큼 가슴 저미는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언뜻 보아도 이 영화에 관계된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온갖 고통이 용해된 것 같은 처연함이 깃들어 있다. 이 영화는 '2046년'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SF는 절대 아니다. 이 영화의 주된 정서는 [아비정전]과 [화양연화]와 동시대인 1960년대의 암울한 홍콩의 뒷골목이다. 유덕화가, 그리고 장국영이 ..
2008.02.15 -
[마등출영] 양조위, 웃기다 (가수량 감독, 韋小寶之奉旨溝女 1993)
(박재환 1999/8/23) 이건 또 뭐야? 양조위가 이런 영화에 다 출연했었구나. 관심 없이 봤다면 아마 이 영화가 주성치 영화인줄 착각할 것이다. 정말이지 완전히 주성치 스타일의 영화이다. 머리 싸매고 해석할 필요 없는 단순한 코미디의 매력과 저예산과 고예산의 중간쯤에서 완성되는 특수효과의 현람함,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순정 코믹연기와 썰렁한 개그는 두말없이 주성치 영화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선 주성치도, 막문위도, 이력지도 안 나온다. 양조위의 연기력에 감탄할 뿐이다. 그에게 이런 코미디기질이 다 있었다니! 가수량 감독은 에서는 배우로 나왔고, 같은데서는 액션지도를 했고, 뭐 그런 감독이다. 그런데 스탭진에 유위강이 있다. 고혹자와 풍운, 중화영웅의 그 감독 유위강이 이 영화..
2008.02.14 -
[무적행운성] 희극지왕 주성치+ 오군여 (진우 감독, 無敵幸運星 1990)
(박재환 2005/1/30) 주성치는 1988년 [포풍한자](捕風漢子)라는 영화로 데뷔를 한 후 순식간에 홍콩에서 제일 바쁜 배우가 된다. 1990년에는 [도성] 등 무려 11편의 영화에 출연하는데 그 중 한 편인 [무적행운성]을 골라본다. 주성치 영화를 얼기설기 재구성해보자면 왕정 스타일의 똑똑함에 유진위의 엉뚱함, 그리고 오맹달 류의 콤비플레이가 펼치는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 것이 전형적인 주성치영화 공식일 것이다. 그런데 아직 자신의 스타일이 완전히 가다듬기 전에 만들어진 [무적행운성]은 주성치를 좋아하는 사람이 연구해 볼만한 작품일 것이다. 이 영화는 ‘진우'(陳友) 감독의 영향이 크다. ‘진우’는 그다지 유명세를 치르는 인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주성치 스타일에 기여한 바 크다. 홍콩의 한 갑부가..
2008.02.14 -
[비협 소백룡] 장백지+오진우의 코믹 무협물 (엽위신 감독, 小白龍情海翻波 2004)
(박재환 2004/11/4) [동방불패] 등의 무협물에서 묘한 중성적 매력으로 수많은 팬들을 거느렸던 임청하가 결혼과 더불어 영화계를 전격 은퇴한 이후 ‘포스트 임청하’가 되려는 홍콩 아이돌 스타는 꽤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장백지가 가장 그 지존의 자리에 근접한 것 같다. 장백지는 주성치의 [희극지왕]으로 ‘놀라운’ 데뷔를 한 후 [파이란]까지 한국영화팬에게는 깊은 인상을 심어준 배우이다. 그녀가 올 2004년에만 벌써 네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연초에 허(許)삼형제의 올드 코미디를 현대식으로 리메이크한 [귀마광상곡]을 시작으로 홍콩판 [섹스 앤 시티]인 [성감도시], 그리고 오언조와 함께 홍콩으로 흘려들어온 촌티 나는 중국 여인 역을 해낸 [몽콕의 하룻밤]까지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찬사를 받으며 끊..
2008.02.14 -
[신정무문 = 끝없는 용기=정무문2] 성룡의 정무문 (나유 羅維 감독 新精武門 New Fist of Fury 1976)
(박재환 2002/5/7) 전설이 되어버린 홍콩 쿵후의 왕별 이소룡은 1973년 7월 20일 홍콩에서 갑작스레 숨졌다. 공식 사인(死因)은 brain edema(뇌수종)이라고 한다. 그의 걸작 쿵후물 가운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작품이 바로 72년도 작품 이다. 은 만큼이나 중요하다. 일본 식민지 치하에서 중국인의 웅혼한 기상을 펼쳤던 무예인 진진(陳眞)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본에 유학가 있던 진진은 사부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을 전해듣고 귀국한다. 사부는 상하이에서 쿵후도장인 정무관을 운영하고 있었다. 일본세력이 민족혼을 심어주는 이 도장을 폐쇄하기 위해 사부를 독살한 것이었다. 진진은 사부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차례로 일본 무술 고단자와 대결을 펼쳐 그들을 꺾는다. 마지막 장면은 정무관 밖에서 총..
2008.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