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밤은 길었고, 봄은 짧았다 (김성수 감독)

2023. 11. 24. 11:32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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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박정희 대통령이 자기가 한때 믿었던 심복의 총에 유명을 달리한 것은 1979년 10월 26일이다. 독재자의 갑작스런 퇴장은 권력의 공백을 불러왔고, 야심만만한 군인들은 “다음 차례는 나야!”라며 청와대로 줄을 세운다. 그 길목에 ‘1212 군사반란’이 자리하고 있다. 김성수 감독이 재현한 그날의 이야기가 영화 <서울의 봄>으로 완성된다.

영화는 궁정동 안가에서 대통령과 경호실장을 총으로 쏘아죽인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보안사로 끌려가 고초를 당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보안사령관이자 합수부장(1026사건합동수사본부장)이 된 전두환은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기관인 중정과 청와대 경호실을 장악한다. 천생 문관이었던 최규하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지만 계엄사령관인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에 기대어야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전두환의 도발이 시작된다. 전두환은 안하무인의 저돌적 군인스타일이었다. 게다가 권력에 대한 야망이 불타올랐다. 정승화 계엄사령관은 전두환을 꺼려했고, 인사조치를 고려한다. 이에 전두환은 군내 지지자를 규합하여 반기를 든다. 그것이 12월 12일 저녁 발생한 ‘1212군사반란’이었던 것이다.

 영화 <서울의 봄>은 바로 그 시점에서 시작된다. ‘야수가 된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쐈다’는 김재규는 보안사 지하실의 처량한 신세가 되었고, 전두환의 화려한 비상이 시작된다. 전두환은 자신의 출세의 디딤돌이 된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적극 활용한다. 프리메이슨 버금가는 결속력을 가진 육사출신 '엘리트' 군인들은 이제 청와대의 공백을 메우고, 삼청동을 접수하고, 대한민국을 삼키려 한다. 그때부터 대한민국 군에서는 이른바 신군부의 작당이 시작된 것이다. 국민들은 전혀 모르는 그들의 권력쟁탈전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 하이라이트는 12월 12일 밤 참모총장 공관에서 발생한 '정승화 계엄사령관' 전격 연행이다. 잡으려는 군과 지키려는 군이 서울 시내에 탱크까지 동원하고, 총격전을 펼치는 것이다. 

■ 전두환과 반란군들, 똥별들의 밤

  김성수 감독은 사건이 일어나던 날, 고등학생이었고, 한남동에 살았었단다. 그날 총소리를 들었고, 무슨 일인가 나와서 봤었단다. 그런데 그 총격전의 의미와 서울시내에 진입하는 대교 길목에서 얼마나 긴박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는 몰랐단다. 많은 국민들은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다음날 노재현 국방부장관이 "정승화 계엄사령관은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과 관련해 군 수사기관이 체포해 조사 중이다“는 특별담화를 발표한다. 물론 그날 밤 이야기는 한참 뒤에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다. 

서울의 봄

 영화 제목으로 쓰인 '서울의 봄'이라는 말은 그 시점에는 사용되지 않았다. 국민 대부분은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군부의 움직임과 함께 권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오랜 유신체제에서 짓눌러있던 민주화 열기는 폭발한다. 억압당하던 야권인사들이 하나둘 출사표를 던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박정희 시대는 가고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고 믿은 것이다. 이른바 3김-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이 세력을 확장하며 ‘민주주의의 봄’을 기대한 것이다. 적어도 '5월의 광주'까지는. 그렇게 ‘서울의 봄’은 짧게 지나간 것이다. 

 영화 <서울의 봄>에 등장하는 군인들은 당시의 실재 사건을 기반으로 한다. 감독은 '실재 역사에 자신의 의견이 가미된' 의미에서 등장인물의 이름을 변경시켰다고 한다.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전두광으로, 그의 절친이자 후계자가 되는 노태우는 노태건으로, 이들에 맞서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은 장태완이다. 정병주 특전사령관은 공수창(정만식)으로, 김진기 육군헌병감은 김준엽준장(김성균)으로 등장한다. 

 하나회 멤버로 군사반란에 참여했던 장성들은 모두 승승장구한다. 사령관에, 참모총장에, 장관이 되고, 정계로 나가 국회의원 되고, 공기관 기관장이 되어 영화를 누리게 된다. 반면 그들에 맞섰던 군인들은 군문을 떠나야하고 비참하게 버림을 받는다. 

 김성수 감독의 영화 <서울의 봄>은 굵고, 뚜렷하게 돌을 깎아, 시간을 쪼아 만든 부끄러운 대한민국 군인의 부조(浮彫)인 셈이다. 

 

[리뷰] ‘서울의 봄’ 밤은 길었고, 봄은 짧았다 (김성수 감독)

박정희 대통령이 자기가 한때 믿었던 심복의 총에 유명을 달리한 것은 1979년 10월 26일이다. 독재자의 갑작스런 퇴장은 권력의 공백을 불러왔고, 야심만만한 군인들은 “다음 차례는 나야!”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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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감독:김성수 ▶출연: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의성, 김성균, 정만식, 정해인, 이준혁 ▶제작:하이브미디어코프 배급/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2023년11월22일개봉/12세이상관람가/1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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