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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일] ‘구조조정 앞에 선 노동자의 불안과 고뇌.. 인사담당자의 경우’ (BIFF2023 리뷰)

한국영화리뷰

by 내이름은★박재환 2023. 11. 2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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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일


 2021년, 정재영, 문소리가 나온 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는 직장인의 치열한 생존기를 다루었다. 이 땅의 회사원, 직장인들은 그 드라마에서처럼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를 위해 보낸다. 직장으로 가기 위해 만원 지하철에 시달리고, 죽도록 일하고, 다음날 다시 출근하기 위해 잠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일하고, 그렇게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한다. 아이들을 키우고, 집을 장만하고, 애들 대학, 결혼까지 생각하면서 말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직장이란 그런 곳이다. 개인의 영달이나 인간관계의 확장 같은 이야기는 한가로울 때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여기 그런 직장인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인사팀이다. 인사팀이 평소, 그러니까 한가할 때 무슨 일을 하는지는 익히 안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월급 관리, 증명서 발급, 정기적 인사고과처리 등등. 좋은 회사라면 직원들 복지관련 업무과 함께 교육, 연수 등 미래지향적 업무도 볼 것이다. 그런데, 불황기라면?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불경기가 들이닥친다면? 바로 그런 비상시국의 인사팀 이야기이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부문에서 상영되는 영화 <해야 할 일>(영제:Work to Do)은 바로,  그런 비상시국에 구조조정을 기획, 집행해야하는 인사팀 이야기를 다룬다. 여태 이런 이야기는 ‘해고대상자’의 시각에서 접근한다. 전 세계적 경제위기에 고통받는 노동자나 악덕기업주에 의해 부당해고 당하는 노동자의 이야기가 많았다. 보통 이런 영화에는 인권변호사나 강철대오의 노동조합, 혹은 그런 조직조차 갖추지 못한 노동자의 비애와 분노, 절망과 고공농성이 이어진다. 그런데 <해야 할 일>에서는 에어콘 나오는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있는 화이트컬러의 이야기이다.
 

‘해야 할 일’에 등장하는 회사는 조선회사이다. 방산(방위산업) 선박까지 만든다고 하니 규모가 작은 회사는 아니다. 그런데 회사가 어려워졌다. 전 세계적 불황이다. 혹은 중국의 저가공세에 한국의 대형 조선소가 팍팍 쓰러질 때의 이야기이다. 채권은행에서는 원금회수를 압박해오고, 최고경영진은 국회 청문회에 불러갈 판이다. 살아남을 길은? 답은 정해져 있다. ‘고통분담 아니면 대량해고’. 물론, 그 전에는 ‘A4 이면지 사용하기’와 ‘기획진행비 삭감’ 같은 움직임이 있었을 것이고, 한계수준을 넘어서면 이제 차례로 임금삭감, 순환 휴직 등이 진행될 것이다. 많이 보아온 풍경이다. 인사팀 베테랑은 잘 안다. 이럴 경우 젊고 유능한 직원은 그냥 나간다. 결국 남는 사람은 또 그렇고 그런 사람이라고.

 인사팀으로 온지 얼마 안 되는 강준희(장성범)는 엄청난 오더를 받는다. 해고자 선정부터, 통보까지. 수 천 명의 직원 중 해고대상자를 선별하는 것은 엑셀(구글시트)로 처리된다. 평가지수는 어쩌면 상식적이다. ‘블랙리스트’를 기본으로 하여 이렇게 저렇게 조합해서 150명을 추리면 된다. 인사고과, 승진연한, 기타등등. 플러스 마이너스로 순위를 매긴다. 그 과정에서 학벌이나, 연령, 성별 등등의 요소도 적절히 사용될 것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각 본부장이 끼워 넣는 리스트. ‘빼고, 넣고’고 진행되면서 ‘직장4년차’ 대리는 고뇌한다. 학교 다닐 땐 그래도 정의롭고, 상식적이었다고 믿었던 그는 이제 수치와 엑셀, 그리고 인맥의 틈바구니 속에서 명단을 재단해야한다. 물론, 당사자들은 반발한다. ‘내가 이 회사에 얼마나..’, ‘내 청춘을 다 바친...’, ‘사무실에 앉아있는 당신이 내가 일 하는 것 봤어?’라고. 이제부터 인사팀 사람(서석규,김도영,김영웅)들은 살생부를 만들고, 실행해야한다. 

해야 할 일

영화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리얼하게 ‘해고의 과정’을 담는다. 박홍준 감독은 조선회사 인사팀에 근무했었고, 실제 불황이 닥쳤을 때 관련 업무를 직접 했었단다. 그 경험과 영화적 상상력으로 인간관계의 드라마틱한 전개를 집어넣어 작품을 완성시킨 것이다. ‘회사가 어렵다,’ ‘세계경제가 어렵다,’ ‘이제 이 사업은 레드오션이다’ 등등 해고의 조건, 이유는 많다. 기업이 살아남으면 좋겠지만, 요즘 대부분의 회사는 그런 과정을 거친 뒤 얼마 있다 결국 다 무너지고, 사라진다. 그게 정말 어려운 일이다. 

 영화 <해야 할 일>은 같은 노동자이면서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여, 얼굴 붉히고, 서류에 서명해야하는, 혹은 서명을 강요해야하는 지독하게 비인간적인 상황에 직면한 사람의 고뇌를 담고 있다. 장성범은 곧 결혼할 예정이다. 아파트대출금도 갚아야한다.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선 이 회사를 살려야하고, 그러기 위해선 지금 150명을 잘라야하는 것이란다. ‘똘똘한 과장이냐, (한때는) 똘똘했지만 지금은 고인물인 부장이냐’ 선택해야한다. 그 부장님에게 해고를 알리는 순간, 그리고 남은 연차를 다 소진한 뒤 마지막 인사팀을 찾아온 그 부장님을 마주할 때, 그리고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감정적으로 격해지는 순간이다! 김향기가 목소리 연기를 펼친다. 

드라마 <비밀의 숲>, 디즈니+ <사랑이라 말해요>, ENA <신병>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장성범은 이번 작품에서 직업적 책임감과 개인적 도덕성 사이에서 고뇌하는 ‘평범한’ 직장인을 덤덤하게 소화해낸다. 그와 함께 인사팀 사람도, 해고대상자들도 모두 리얼한 생활연기를 펼친다. 이것은 아마도 감독의 ‘진정성 있는’ 경험의 총합일 듯하다. 다시 한 번 ‘해고는 죽음이다’와 함께 ‘대의를 위해 개인을 희생시켜야하는’ 차가운 자본주의의 속살을 보는 씁쓸함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 

아마도 시간이 흐른 뒤, 살아남은(!) 직원들은 해고의 광풍 때를 기억하며 쓴웃음을 지을 것이고, 등 떠밀려 회사를 나간 사람들은 하늘아래 어디선가 쓴 소주잔을 기울이며 옛 동료의 이름을 되뇔지 모른다. 좋은 시절은 길수록 좋다. 폭풍은 언제나 짧게 몰아친다. 살아남아야한다.

 

[BIFF리뷰] ‘해야 할 일’ ‘구조조정 앞에 선 노동자의 불안과 고뇌.. 인사담당자의 경우’ (박

2021년, 정재영, 문소리가 나온 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는 직장인의 치열한 생존기를 다루었다. 이 땅의 회사원, 직장인들은 그 드라마에서처럼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를 위해 보낸다. 직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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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일 ▶감독/각본:박홍준 ▶출연: 장성범 서석규 김영웅 장리우 이노아 김향기(특별출연) ▶제작:영화사나른/명필름랩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상영 ▶1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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