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간의 세계일주] 성룡의 디즈니 영화 (프랭크 코라치 감독, Around the World in 80 Days,2004)

2019. 8. 15. 08:04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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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환 2004/6/24) 지난 주말 성룡의 새로운 할리우드 신작 [80일간의 세계일주]가 미국과 홍콩 등지에서 개봉되었다. 홍콩과 할리우드를 열심히 오가며 영화를 찍고 있는 성룡으로서는 [러시 아워](89), [상하이 눈](00), [러시 아워2](01), [턱시도](02), [상하이 나이츠](03)에 이은 여섯 번째 작품이다. 해마다 빠지지 않고 한 편씩 출연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이라면 역시 성룡의 코믹함과 아크로바틱한 액션장면을 적절히 배합한 가족용 영화라는 것이다.

성룡은 자신의 새 영화가 나오면 미국의 ‘제이 르노 쇼’ 같은 인기 TV프로그램에 출연하여 홍보활동을 펼친다. 그만큼 성룡이 이미 미국에선 대중적인 스타가 되었다는 반증인 셈이다. 성룡의 이름을 단 어린이 만화 [Jackie Chan Adventures]도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성룡의 할리우드 영화 출연작품이 늘어날수록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성룡 출연작품에서 보여주는 동양인-특히 중국인-의 묘사가 편파적이지는 않을지라도 정형화된 이미지, 왜곡된 동양관을 심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안젤리나 졸리의 [툼 레이더](특히 2편)와 함께 성룡 영화는 조심스럽게 분석해볼 필요가 있는 영화가 되어버렸다.

이번 신작은 어떤가. [80일간의 세계일주]는 프랑스의 SF작가 쥘 베른이 1873년에 발표한 모험소설이다. 초 단위의 삶을 살아가는 영국인 발명가 ‘필리어스 포그’가 홧김에 영국신사들과 내기를 건다. 인도에 새로 놓인 기찻길과 과학문명의 발달로 자신은 80일 내에 세계일주를 할 수 있다고 큰소리친 것이다. 그 길로 포그는 프랑스 하인 파스파르투와 함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모험 길에 오른다. 그런데 이 영화에선 주인공이 포그와 수종 파스파르투가 대등한 여행의 동반자로 등장한다. 포그 역을 맡은 배우 스티브 쿠건은 영국 배우로 극중에서는 너무 심한 영국식 악센트로 인해 더욱 주연 같아 보이지 않는다. (이건 무슨 논리? –;)

영화는 80일 동안 세계를 횡단한다는 원작을 바탕으로 하지만 캐릭터와 여정이 상당히 차이가 있다. 성룡은 런던에 ‘갑자기’ 등장한 은행도둑이다. 중국의 한 시골마을(란주)에서 도난 당한 마을 수호신 옥불상이 영국 런던은행 금고에 있고, 성룡은 그것을 훔쳐-아니, 회수하여- 중국 마을로 돌아가야 한다. 이때 영국왕립협회의 포그는 말도 안 되는 발명품으로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어 있었다. 결국 포그는 엄청난 도박을 건다. 자신의 재산을 내걸고 80일간의 세계일주에 나서는 것이다. 이제부터 성룡과 함께 배를 타고, 기구를 타고, 말을 달려 세계를 일주한다. 이들의 여행을 저지, 방해하는 것은 영국왕립협회 회장의 하수인들 – 우스꽝스런 제스처를 남발하는 부패한 경찰관-과 신비에 가득한 중국의 팡 장군이다. 놀랍게도 팡 장군은 중국의 군벌이면서 여자이다. 그녀의 목적은 옥불상을 손에 쥐는 것이다. 포그와 파스파르투의 여정에 프랑스에서 한 여인이 동참하게 되고 세 사람은 이런 저런 난관을 극복하며 다음 목적지로 이동한다.

프랑스 파리를 거쳐 이스탄불에 도착하여서는 터키의 왕자가 되어 있는 아놀드 슈왈츠네거와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는 이번엔 중국 땅에 도달한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만리장성이 가로놓인 북경이 아니라 변방 란주(蘭州)이다. 이곳에서는 홍콩인에게는 익숙한 광동십호(廣東十虎)와 조우한다. 전설적인 인물 황비홍 역은 배불뚝이 홍금보이다. 미국 땅에선 라이트 형제를 만나 비행기 설계도를 건네받기도 한다.

당초 이 영화는 파라마운트가 배급할 예정이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디즈니 손에 넘어갔다. 결국 영화는 원작소설의 풍성한 모험담과 촬영지 섭외의 문제점을 적절히 섞어 디즈니표 가족영화로 완성되었다. 중국에선 만리장성을 찍으려 했지만 문화유산을 보호하여야한다는 중국정부의 촬영 불허로 감숙성 란주로 배경이 변경되었다. 하지만 이곳도 중국이 아니라 태국에서 찍은 장면이다. (만리장성 장면이 나오기는 한다!) 비록 톱스타들이 즐비하게 카미오로 나오지만 정작 스타는 ‘성룡’ 밖에 없다. 제작비 1억 1천만 달러짜리 영화치고는 심심해도 너무 심심하다. 세계각지를 돌아다니는 여행치고 이국적인 풍취가 전혀 없다는 것도 이 영화의 결정적인 흠결. 미국과 홍콩에서 흥행이 저조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듯 하다. 영화는 원작 소설이 갖고 있는 마지막 대반전(–;)까지 고스란히 써먹지만 그렇게 가슴 뛰게 하는 흥분은 없다. 단지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뜻밖의 인물과 뜻밖의 장치가 즐거운 세계사, 문화공부가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성룡은 자신의 영화에 홍콩 배우를 다수 출연시켰다. 홍금보가 황비홍으로 나오는 것도 뜻밖이고 막문위가 ‘팡’ 장군이라는 요상한 캐릭터도 등장하는 것도 의외. 매기 큐와 오언조의 등장도 홍콩 영화팬들을 즐겁게 해준다. 홍금보는 미국에서 TV드라마 [동양특급 로형사](Martial Law)로 미국 시청자에게 좀 알려진 인물이다. 막문위나 매기 큐, 오언조의 공통점이라면 이들이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원작소설에서의 여행길은 다음과 같았단다.

런던→ 파리(프랑스)→ 수에즈(이집트)→ 아덴(아라비아)→알리하바드→봄베이→ 캘커타(이상 인도)→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중국)→ 요코하마(일본)→ 샌프란시스코→ 오마하→ 시카고(이상 미국)→ 리버풀→ 런던(영국)

 

 

Around the World in 80 Days (2004 film) - Wikipedia

Around the World in 80 Days is a 2004 American action adventure comedy film based on Jules Verne's novel of the same name. It stars Jackie Chan, Steve Coogan and Cécile de France. The film is set the nineteenth century and centers on Phileas Fogg (Steve 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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