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전쟁과 청춘이여 (윌리엄 A. 웰먼 감독 Wings 1927) 제 1회 아카데미작품상 수상작

2019. 8. 13. 18:39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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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환 2003.2.26.) 미국 LA시간으로 (2003) 323(한국시각으로는 3/24 월요일 아침)이면 또 다시 미국 헐리우드발 쇼쇼쇼가 시작된다. 이른바 전지구적 영화축제로 각광받는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이 화려하게 펼쳐진다는 것이다. 변방에서 게거품 물어가며 '미국판 대종상', 자기들만의 동네잔치'라고 평가절하하면서도 여전히 고개를 기웃거리며 "이 상을 뽑아라, 저 놈이 왜 후보에 올랐냐?"하며 훈수 든다. 그리곤 막상 시상식이 끝나면 마치 시사평론가가 되기라도 한듯이, "911테러 이후 미국 사회를 휩쓴 보수주의적 물결이 어쩌구..."하며 심오한 해석까지 내놓을 것이다.

 

오스카의 역사가 75년이나 되다보니 아카데미협회의 결성과정이나 초창기에 행해졌던 시상식 이야기는 그야말로 전설같이 전해진다. 활동사진이라는 시각적 효과로 일반 시민들의 돈을 긁어 모으며 시작된 영화산업은 이제 온갖 희한하고 요상한 것들을 다 담아낸다. 당연히 산업의 형태를 띠며 발전을 거듭하며 부작용도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 대처 방안으로 당시 미국 영화계 거물들이 '영화예술과 영화기술의 향상'을 위한 순수 기구를 창립한다.

 

그것이 바로 미국영화아카데미협회(The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이고, 이 단체는 1929516일 헐리우드 루즈벨트 호텔에서 250명 정도의 영화관계자가 모인 가운데 처음으로 '자신들의 창립목적에 부합'된 영화와 영화인에게 상을 수여했다. 그것이 바로 '아카데미 영화상'이다. 아카데미영화 시상식의 초창기에는 수상자가 시상식 전날 미리 발표되었고 (신문은 보통 엠바고로 묶어두는 것이 관례였단다. 요즘 같은 인터넷시대, 언론경쟁시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실제 시상식은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리는 요식행위였었다. '그러던 아카데미가 지금은' 이렇게까지 발전한 것이다.

 

그럼, 첫 번 째 아카데미 시상식을 살펴보자. 이날 발표된 수상자는 12개 부문, 특별상 격인 명예상을 포함하면 13개 부문이었다. 작품상의 경우 영화작품상(Best Picture)과 예술성취상(Unique and Artistic)이라는 두 개의 카테고리로 나뉘어졌었다. 파라마운트의 <날개>(Wings)와 폭스의 <일출>(Sunrise)이 각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다. (<날개>는 작품상 외에 특수효과상(Best Effects, Engineering Effects)도 수상했으니 최초의 2관왕 수상작인 셈이다)

 

이 영화 오늘날 실제로 구해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내용을 조금 소개하자면.... (흑백에 무성영화에, 의외로 상당히 길다. 139!)

 

평화로운 미국동네. 젊은 남자 잭은 자신의 스포츠카에 거의 미쳐있다. 그의 소망은 파일럿이 되어 하늘을 훨훨 나는 것. 옆집 아가씨 메리는 이런 잭을 짝사랑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잭은 메리의 그러한 마음을 모른 채 동네 예쁜이 실비아에 홀빡 빠진다. 하지만 이 또한 무슨 운명의 조화인가. 실비아는 동네 총각 데이빗을 짝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 방향을 찾지 못하는 사랑의 마음은 둥둥 떠다니고 있고 이들에게 운명의 갈림길이 놓인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여 미국의 총각들이 세계의 평화를 위해 전선으로 향하는 것이다. 잭과 데이빗도 나란히 훈련소에 입소, 함께 부대끼며 사랑의 라이벌에서 피로 뭉친 전우가 된다. 둘은 함께 프랑스로 날아가서는 전투기를 몰게 된다. 메리도 자원입대하여 자기 짝을 찾아 프랑스까지 날아온다. 하지만 파티장에서 술이 너무너무 취한 잭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다. (솔직히 말해 이 영화에서 누가 잭이고 누가 데이빗인지 분간을 못 할 정도였다!)

 

그리고 창공에서 벌어지는 전투. 잭이 몰던 전투기는 공중전에서 독일전투기의해 격추되고 그는 포로가 된다. 한때의 연적, 그러나 이제는 전우애로 똘똘 뭉친 잭을 잃은 데이빗은 슬피 울며 복수를 꿈꾼다. 하지만 잭은 구사일생으로 독일전투기를 몰고 탈출한다. ~,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데이빗은 잭이 타고 있는 독일 전투기를 발견하고는 무차별 사격을 가한다. 잭은 멀리서도 데이빗을 알아보지만 데이빗은 잭을 알아보지 못하고 단지 독일전투기를 격추시키는데 혈안이 되었을 뿐이다. 결국 잭이 타고 있는 독일 전투기는 추락한다. 의기양양하게 착륙한 데이빗. 데이빗은 중상을 입은 독일전투기 조종사가 바로 자신의 절친한 친구 잭이었음을 알고는 슬피 운다. 영화는 데이빗이 죽어가는 잭에게 키스를 하며 끝난다.

 

 물론, 이 영화는 제 1회 아카데미 작품상수상작이라는 이유 때문에 75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하지만 <날개>는 단지 그러한 타이틀 때문만이 아니라 기술적인 면, 주제면에서 다시 보아도 돋보이는 영화이다.

 

우선, 기술적인 면. 이 영화에서 전투기들이 창공에서 펼치는 공중전은 감탄할 정도로 멋있다.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만들어 12초 동안 하늘을 날았던 것은 1903년의 일이다. 그리곤 15년 만에 전쟁의 핵심 무기로 발전하였다. (1차 세계대전은 1914년에 발발 1918년에 끝났다) 콤퓨터 그래픽이 없었던 그 시절, 윌리엄 웰먼 감독은 효과적으로 공중전을 촬영했다.

 

1차 대전 당시의 기록필름을 적절히 집어넣었고, 배우들이 실제 전투기를 모는 장면까지 활용하여 당시 관객은 물론, 오늘날 특수효과에 찌들대로 찌든 관객에게도 감탄사를 연발할 만큼 멋있다. 물론, 이러한 결과물은 윌리엄 웰먼 감독의 개인적인 캐리어에 기인한다. 1차대전 참전용사이며 영화판에 뛰어들기 전까지는 곡예비행사 직업을 가졌던 그답게 리얼리티 넘치는 공중전을 영화에 담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날개>는 공중전뿐만 아니라 전투장면에서도 오늘날 헐리우드 영화의 최대장기인 '블록버스트의 숨결'을 만끽할 수 있다.

 

두 번 째 주제 면.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두 남자의 키스씬)은 헐리우드 영화에서의 동성애문제를 다룬 다큐멘타리 <Celluloid Closet>에서도 언급된다. 한 여자를 두고 사랑의 게임을 펼치던 두 남자가 생사의 고락을 함께 하며 전우애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마음의 변화'를 동성애적 시각에서 고찰한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참전용사를 모두 동성애자로 볼 필요는 없고 이 영화에서도 그렇게 묘사한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심적 경향은 후대에 큰 영향을 끼쳤으리란 점은 명백하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반전영화로서의 <날개>이다. 영화는 마지막 순간까지 '멜로물''애국주의적 프로파간다'에 불타오른다. 하지만 친구에 의해 전투기가 격추되면서 영화는 뜻밖에도 허망한 전쟁의 핵심에 접근한다.

 

당시 미국인들이 저 멀리 유럽까지 날아가서는 세계평화 수호의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요즘 이라크와의 전쟁을 앞두고 삐딱하게 나오는 프랑스 시라크에 대해 부시가 "옛날 일을 잊었느나?"하는 이야기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는 셈이다. 평화로운 미국땅에서 사랑하는 애인을 두고 바다 건너까지 가서 전우의 총에 죽는다는 것은 얼마나 아이러니컬한 이야기인가.

 

<날개>에서 다루었던 전쟁 장면과 이야기는 75년 뒤에 만들어진 <진주만>과 많은 부분에서 겹친다. 비교해서 보면 재미있을 듯.

 

. 이 영화에 게리쿠퍼가 단역 출연한다고 한다. 파일럿으로. 아마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간 모양인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 (박재환 2003/2/26)

 

 

Wings (1927 film) - Wikipedia

Wings is a 1927 American silent war film set during the First World War produced by Lucien Hubbard, directed by William A. Wellman and released by Paramount Pictures. It stars Clara Bow, Charles "Buddy" Rogers and Richard Arlen. Gary Cooper appears in a sm

en.wikipedia.org

 

 

The cinematography in 1927 film ‘Wings’ puts 2015’s to shame

'I saw a couple of bodies fly up in the air, and they weren’t dummies.'

www.independent.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