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말코비치 되기] 신체강탈자의 놀라운 경험 (스파이크 존스 감독 Being John Malkovich, 1999)

2019. 8. 15. 08:01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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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00/5/10) 우선, ‘존 말코비치’에 대해서. 배우이며, 제작자이고 곧 극영화 감독 데뷔도 준비 중인 이 대머리 아저씨는 금년 초에 개봉된 뤽 베송의 <잔다르크>에 출연했었다. 그 작품 외에도 많은 영화에 나왔었다. <콘 에어>, <위험한 관계>, <태양의 제국>, <킬링 필드> 등에서 선 굵은 연기를 한 중견배우이다. 많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연극인으로 더 유명하다. 그의 친구 게리 시니즈와 함께 시카고의 Steppenwolf Theatre 컴퍼니를 설립하여 연기와 연출, 그리고 세트 디자인까지 하였단다. 그는 적어도 헐리우드 내에서는 손꼽히는 지성파 연기배우인 것은 사실이다. 그의 이름이 들어간 <존 말코비치 되기>라는 황당무계한 이 영화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실소와 경악, 놀라움과 지적 흥분마저 자아내게 한다. 관객은 결코 존 말코비치의 인간성을 배우거나 그의 연기력을 따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 어떻게 그가 되고, 어떻게 그의 영화에 매료되어 들어갈 수 있는 것일까.

이 영화의 컨셉은 아주 간단하다. “내가 유명한 어떤 사람의 몸 안에 들어가서 단지 몇 분만이라도 그 사람이 된다면…”이다. 그런데 찰리 카우프만은 이 놀라운 아이디어를 시나리오로 완성시킨다. 그리고 업계의 촉망받는 CF감독 스파이크 존스는 이 작품 하나로 무서운 신예 소리를 듣게 되었다. 우리는 마치 엘리스가 동굴 속에 빠져들어 토끼나라에서 헤매게 되듯이 전혀 새로운 공간개념에 빠져들게 된다. 그래서 마치 동굴에라도 갇힌 듯, 말코비치의 목소리가 공명되고, 화생방 가스마스크라도 뒤집어선 듯한 상태에서 세상을 보게 된다. 맙소사 지금 말코비치의 몸뚱이 안에서 그의 눈알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이다. 여태, 누군가가 된다는 것은 누군가를 죽이거나 제거하고선 그의 행세를 하여 신분의 상승이나 은신을 꾀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살아있는 실존 인물의 탈을 뒤집어 서는 기상천외의 경험을 하게 되다니.

물론 영화는 존 말코비치의 몸 안에 침투되어 들어가는 과정을 정말 영화적으로 그려낸다. ‘크레이크 슈바르트’라는 전혀 미국인답지 않은 이름을 가진 인형술사는 재능은 있지만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가 이상한 회사에 취직하게 되고, 이 이상한 공간의 회사에서 그는 캐비냇 뒤에 존재하던 어떤 블랙홀을 찾아낸다. 그곳에 빨려 들어간 그가 도착한 곳이 바로 실존 인물 ‘존 말코비치’ 몸 속이다. 그는 존 말코비치의 몸 속에서 15분을 지낸 후 고속도로 옆에 떨어진다. 이제 그는 이것을 하나의 사업으로 키워나간다. 누구나 한번쯤은 다른 사람이 되어 보고싶어 하는 욕망의 변주곡인 셈이다. 그리고, 크레이크 슈바르트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첨부된다.

아내 라티 슈바르츠는 존 말코비치의 몸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맛본다. 그리고, 크레이크 슈바르트의 직장 동료인 맥신은 ‘존 말코비치’의 껍질을 뒤집어 선 진짜 ‘존 말코비치’와 섹스를 한다. 라티도 존 말코비치와 섹스를 한다. 라티가 사랑한 것은 누구인가. 당연히 질투에 사로잡힌 크레이크도 존 말코비치의 몸에 들어가고 그것을 모르는 여인네는 그 ‘존 말코비치’와 섹스를 한다. 물론, 이 영화는 섹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신체를 빌어서 펼쳐지는 이상한 관계의 재정립을 코믹하고 진지하게 다루는 것이다. 급기야는 존 말코비치가 그 비밀의 동굴에 찾아오고, 그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다. 이럴 수가. 존 말코비치가 들어간 존 말코비치의 세상은 어떠한가. 이 이야기는 몇 가지의 자아분열을 존 말코비치 되기로 풀어나간다. 우리가 꿈꾸는 분열된 자아인식이 하나의 게임이 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이 영화에 나온 라티의 카메론 디아즈는 마치 그녀의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에서처럼 초라하지만 중요한 연기를 해낸다. 그리고 맥신 역의 캐서린 키너는 전작 <리얼 브론디>에서처럼 개성 강하고, 자의식으로 똘똘 뭉친 역을 멋들어지게 해내었다.

결국은 이 영화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크레이그 슈바르트의 ‘인형’처럼 현실에서 낙오한, 아니 대열에서 낙오한 일반인들이 육체를 탈바꿈하여 새로운 경험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경험을 간직한 채, 자신의 원래 몸 뚱아리를 부인하는 놀라운 신체강탈자의 경험인 것이다.

더스틴 호프만, 숀 펜, 미셸 파이퍼, 브래드 피트, 위노나 라이더, 게리 시나이즈 등 대단한 배우들이 잠깐씩 얼굴을 비친다.

 

 

Being John Malkovich - Wikipedia

Being John Malkovich is a 1999 American fantasy comedy-drama film directed by Spike Jonze and written by Charlie Kaufman, both making their feature film debut. The film stars John Cusack, Cameron Diaz, and Catherine Keener, with John Malkovich and Char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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