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5. 18:20ㆍ한국영화리뷰
지난 달 경기도 안양시에서는 제3회 안양申필름예술영화제(7월 12일~14일)가 열렸다. 신상옥 감독은 1960년대에 안양에 (당시로서는 초대형 규모랄 수 있는) 영화스튜디오를 만들고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신상옥-최은희 커플의 영화혼을 이어받은 영화제가 ‘안양申필름예술영화제’이다. 상영작 중 ‘단편부문2’에 묶인 영화 ‘판문점 에어컨’, ‘BEHIND THE HOLE’ ,‘준이’ 등 세 편의 단편을 관람했다.
‘BEHIND THE HOLE’은 여자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한 남자를 응징하는 씩씩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회사 박 부장의 ‘취미’(범죄!)는 이렇다. 퇴근시간이 되면 야근하려는 직원들을 다 몰아낸다. “빨리빨리 퇴근들 해~“ 하고는 사무실 문단속하고는 혼자 PC를 켜서는 ‘야동 감상’을 하는 것이다. 그는 언젠가부터 직접 ‘야동’을 찍는다. 회사 여자화장실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하고 ‘아침에 설치, 저녁에 회수, 퇴근(시킨) 후 감상’이라는 범죄행각에 중독된다. 박 부장의 취미는 오래 가지 못한다. 인턴 사원의 등장. 임정희 사원은 ‘몰카’에 노이로제에 걸린 상태이다. 화장실은 물론, 발길 닿는 모든 곳에 몰카가 설치되어 있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그래서 마스크를 쓴 채 화장실을 이용한다거나, 몰카 추적기를 들고 다니는 등 ‘남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임정희는 마침내 화장실 벽, 못자국 구멍에 숨겨진 카메라를 찾아낸다. 그걸 박 부장에게 보고한다. ”맞잖아요. 제가 찾아냈어요.“라고. ”범인을 잡기 위해선 CCTV를 구석구석에 설치해야 해요.“라며 CCTV설치를 요구한다. 악취미에 빨간불이 켜진 박 부장은 당황한다. 박 부장은 묘안을 생각한다. ”몰카가 안 되면 직접 보지 뭐“라고는 퇴근 후 여자화장실 한 칸에 숨어들어간다.(물론, 문 밖에는 ‘고장’이라고 써 붙이고)
하필, 옆자리에 임정희 인턴이 들어온다. 몰카탐지기에서도 반응이 없다. 그런데, 옆쪽 벽의 못자국 구멍이 신경 쓰인다. 임정희 인턴, 이때를 위해 준비한 도구를 꺼낸다. 바로....바로...
*스포일러*
임정희가 꺼내든 것은 송곳. 임정희는 구멍에 “퍽~” 꽂아버린다. 그리고는 화장실을 나간다. 끝까지 신음소리를 참은 박 부장. 피범벅이다. 그리고 벽에 솟아난 송곳 끝에 매달린 자신의 한 쪽 눈!
대단한 응징, 통쾌한 복수, 합당한 조치.
신서영 감독의 <비하인드 더 홀>은 얼마 전 열린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선보인 뒤 바로, 평촌의 신필름영화제에 소개되었다. 영화는 (확실이 ‘남성’보다 더 심각하게 사안을 바라볼) ‘여성’의 고통에 대해, 코믹하고, 리얼하고, 진지하게 다룬다.
나쁜 박 부장 역은 김재현이, 당돌한 임정희 인턴은 정수지 배우가 열연을 펼친다. 24분의 짧은 이야기 속에 박 부장의 범죄행각, 중독현상, 그리고, 누군지 모를 악당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인턴의 활약상과 뜻밖의 복수전은 통쾌할 지경이다. 송곳 끝에 매달린 박부장의 눈알은 확실히 하드고어 호러물의 한 장면 같지만, ‘지은 죄에 합당한 징벌’ 같다. 줄거리를 길게 소개한 것은 철저히 응징하라는 신의 계시 때문이다. ^^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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