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이의 모험] “레슬링은 위대하다!” (고봉수 감독 Loser’s Adventure, 2017)

2019.08.01 16:23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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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독립영화관 2019년 4월 5일 방송분 리뷰

이렇게 멋진 스포츠 영화가 있다니! 제작비가 무려 2천만 원이 든 독립영화 <튼튼이의 모험>이다. 우량아가 성인씨름계를 평정하는 영화가 아니다. 얼핏 봐도 꽤 늙어 보이는 배우들이 ‘무려’ 고등학생이라고 우기고 펼치는 레슬링 영화이다. 오늘밤(2019.4.5) KBS 1TV에서 방송되는 고봉수 감독의 <튼튼이의 모험>이다. 제목이 유치하지만 감독이 ‘크라잉넛’의 노래에 반해 제목을 그리 붙였단다. (‘5분 세탁’이란 곡도 흘러나온다)

고봉수 감독은 이 영화 전에 <델타 보이즈>라는 ‘음악’ 영화를 찍었다. 그 영화에 출연한 멤버 김충길, 백승환, 신민재와 함께 다시 한 번 ‘독립영화계의 전설적 작품’을 만든 것이다.

배경은 전라남도 함평의 고등학교(대풍고). 소년 충길은 레슬링을 너무나 사랑한다. 5년 동안 레슬링에 매진하지만 현실은 초라하다. 레슬링부는 존폐위기에 빠졌고, 연습장은 곧 철거될 것이다. 코치는 학교를 떠나 생업을 위해 버스를 몰고 있다. 충길의 열정이 효과를 본다. 전국체전 예선 2주를 남겨두고 레슬링부를 어떻게든 재건한 것이다. 막노동을 하는 진권과 얼치기 불량써클 블랙타이거의 똘마니 멤버 혁준을 합류시킨다. 그 열정에 반한 코치가 기꺼이 돌아와서 지옥훈련에 들어간다. 오직, 1승을 올리기 위해서. 과연 기적은 이뤄질까.

영화는 함평에서 찍었다. ‘대풍고’는 가상의 학교지만, 그 유명한 (함평)골프고의 레슬링부 실제 선수도 등장한다. 고봉수 감독은 함평의 한 중학교(함평중학교) 레슬링부가 폐지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영감이 떠올라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초저예산’ 제작비마저 다 구하지 못해, 결국 배우들이 십시일반 ‘투자자’로 나서 영화를 완성한다.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작품도 아닌데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이 일반인이다. 함평 현지인과 감독의 친지들이 열정 하나로 영화를 이끈다. 실제 레슬링부 감독이거나, 한때 운동부 코치 경력이 있다고 해도 믿을 만큼 자연스런 연기를 한 코치(고성완)은 감독의 친삼촌이라고. 영화에서는 밥벌이를 위해 버스를 몬다. 실세 서울 시내버스 기사님이시라고.

영화는 위대하다. 스포츠영화의 정석, 청춘영화의 모범을 보여준다. 그리고, 주류가 아닌 인물들의 위대한 도전을 그린다. (물론, 그렇다고 그게 위대한 승리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대풍고 레슬링부 3인방(김충길,백승환,신민재)과 코치(고성완)의 연기호흡은 가히 판타스틱하다. 뿐만 아니라, 각 캐릭터들이 옆으로 뻗어나가는 서브스토리도 매력적이다. 특히 충길과 아버지가 라면과 소주뿐인 밥상을 앞에 두고 펼치는 ‘리얼’ 부자(父子) 스토리는 길이 기억될 ‘한국 가정교육의 전범’이다.

고등학생 레슬링 선수로 나온 세 주인공의 실제 나이는 33세였다고 한다. 젊게 보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고 있으면, 시골에서, 저렇게 살고, 저렇게 고생하면, 자연스레 저런 얼굴이 될지도 모른다고 영화에 빠져들게 된다.

2017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였고 이후 수많은 국내외영화제에서 박수갈채를 받은 <튼튼이의 모험>은 작년 6월, 정식 개봉되어 4,82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영화진흥위원회 박스오피스집계). 이런 위대한 스포츠영화를 그렇게 보낼 순 없다. KBS <독립영화관>을 통해서라도 다시 한 번 경배해야한다.

<튼튼이의 모험>은 런던아시아영화제에서 상영되었는데, 헬렌 드 윗 심사위원장이 이런 평을 했다고 한다. “신진 감독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사회적 현실을 잘 표현한 영화. 켄 로치 감독을 연상시킬 만한 연출의 힘이 느껴진다.”고. 우와! 꼭 봐야한다. 이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