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의 공동묘지] 전설의 고향 (권철휘 감독 A Public Cemetery Of Wolha, 1967)

2019. 8. 6. 15:41한국영화리뷰

반응형

01234567891011

*** 놀랍게도 1999/7/25 MBC-TV방영 영화 리뷰 입니다 **

 

(박재환 1999.7.25.) 우선은 MBC영화담당자의 감각이 매우 뛰어나다는 칭찬부터 한 마디. 여름이면 쏟아지는 각종 납량물 중에 이 영화가 포함되었다니 우선은 반가웠다. 이런 영화 요즘 어디 가서 구해보기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다. 오래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화질이나 음질 등은 괜찮은 편이었다. 한국영화는 10년만 지나면 비 내리는 게 다수인데 말이다.

 

<월하의 공동묘지>는 제목만으로도 한국 귀신영화의 대표작이 될만한 작품이다. 1967년에 극장개봉 되었으니 나보다 더 오래된 영화이다. 감독 권철휘씨는 처음 보는 감독이다.--; 그리고 출연하는 배우들도 상당히 낯선 편에 속한다. 요즘은 이들 출연하는 배우 영화 보는 것이 에이젠슈타인 영화보는 것보다 더 어렵다. 황해, 박노식, 도금봉, 허장강... 모두 1960년대 한국영화 황금기에 날리던 슈퍼스타였다. 지금은 할머니, 할아버지 혹은 이미 고인이 되신 분이지만.. 

 

영화는 텔레비전 <전설의 고향>의 극장판이다. 내용도 한국귀신이야기 고유의 포멧을 그대로 갖추고 있고 말이다. 그럼, 이야기 시작!

 

옛날 옛날 한 옛날. 일본놈에게 우리 땅을 빼앗겼던 그 시절이었던 것이었다. 여기 한밤의 공동묘지에 한 남자가 무덤에서 비목을 꽂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남자는 누구이고, 이 무덤 속의 주인공은 누구란 말이었던 것이었단 말인~~..

 

영화는 테크닉면에서도 꽤 재미있다. 한 흉측하게 생긴 사람이 이야기를 진행해 간다. 그는 자신이 왕년에 무성영화시절 변사였다고 하면서 이 전설의 고향의 나레이터 역을 맡는 것이다.

 

독립운동을 하던 황해와 박노식은 순사에게 붙잡혀 유치장에 갇힌다. 박노식을 좋아했던 황해의 여동생은 이들 옥바라지를 위해 기생이 된다. (, 돈 버는 데 있어서는 예나 지금이나 몸 파는 것이 최고 쉬운가? 왜 그런 설정을 했을까. 그런 사고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충무로의 전통인 모양이다--;) 둘 다 잡혀 있을 필요가 없다면서, 황해는 박노식을 감옥에서 나가게 수를 쓴다. 그리고 박노식은 풀려나와 황해의 여동생과 결혼한다. 여동생 맡은 배우가 누군지 모르겠다. 극중이름은 명순이이고, 기생이름 으로는 월향이다.

 

그 후 박노식은 광산개발로 돈을 많이 벌게 되고 둘은 행복하게 사는 듯 하다. 하지만, 월향이가 몹쓸 병에 걸려 곧 죽을 운명에 놓인다. 박노식의 돈을 노리고 접근하는 나쁜 사람이 있으니 바로 허장강이다. 허장강은 의사로 나온다. 그는 찬모(아픈 월향이의 밥을 챙겨주고 집안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 도금봉(한때 유명했던 여자배우임. 남자아님^^) 을 끌어들인다. 월향에게는 독약을 조금씩 국에 타서 먹게 하고, 박노식을 유혹하여 안방을 차지하게 한다. 그리고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월향과 박노식의 관계를 이간질 시키고, 그들 사이에 태어난 갓난 아기를 독살하려고 한다.

 

이런 간계에 의해 월향이는 억울하게 죽는다. 허장강과 도금봉은 더욱더 간교하게 박노식을 죽이려한다. 하지만, 무덤에서 뛰쳐나온 월향이 귀신이 허장강과 도금봉을 단죄하고, 박노식은 그제야 아내의 사랑을 깨닫고 운다. 한편 감옥에서 탈출한 황해는 여동생의 무덤에서 슬피운다. .

 

원래 이런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전설의 고향> 한 편만 보고, 동네 할머니에게서 귀신 이야기 한편만 딱 들어놓아도 웬만한 줄거리는 다 접수되고, 자신도 한 편 쓸 수 있다. (진짜루?) 이 영화는 사실 빤한 내용이 훌륭한 것이 아니라, 같은 내용이라도 오밀조밀하게 구성한 편집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각종 소품들도 유효적절히 활용되었고 말이다.

 

고양이의 등장이라든가, 우물에서 귀신이 나타나는 장면들은 이후 귀신영화의 단골 메뉴이다. 그리고 한밤중에 택시기사가 하얀 소복의 여자를 태워보니 귀신이었던 것이었다..하는 내용의 이야기는 대대로 이어져 전해질 한여름 밤의 단골 이야기거리이고 말이다.

 

감옥에서 박노식이 풀려날 때 둘이서 엉겨 붙어 울 때는 100% 한국영화임을 실감하게 된다. 둘 다 다 큰 어른이 엉엉 울며, 우리 여동생 행복하게 해 주어야해.. 어쩌구.. 하며 요즘 감각으로는 왜 그리 시간을 끄는지..... 처남이라고 한번만 불려보게.. 처남! 매부! 또다시 엉겨붙어서 엉엉..운다.--; 참으로 우리나라 한민족은 눈물이 많은 민족이다. 엉엉....

 

도금봉은 아주 사악한 역으로 나온다. <요람을 흔드는 손>의 그 여자처럼 말이다. 한복입고도 이렇게 실감나는 심리극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영화였다.

 

한국영상자료원 유튜브에 영화가 올라와 있네요

  요즘 봐도 괜찮았던 장면을 들자면, 처음과 끝의 같은 장면을 보여주는 무덤장면. 괜히 영화가 심각하고, 드라마틱해 보인다. 무덤이 갈라지고 관 뚜껑이 열리고 월향이가 튀어나오는 장면. 그리고 그 귀신이 한 서린 집에 나타났을 때 스르륵... 이동하는 모습. 걷는 것이 아니라, 스르륵 움직이는 것임. 이 장면은 귀신 특유의 등록상표임. 도금봉이 죄의식에 시다릴 때 갑자기 팔 하나가 떨어져서 그녀의 손에 쥐어질 때와 머리카락 뭉치가 손에 들려질 때 놀라서 고함 지르는 장면들은 나중에도 꾸준히 복습된다.

 

결국, 죄짓고는 못살고, 착하게 살자는 한국적 정서로 가득찬 영화였다. 재미있었다. 옛날 사람들을 텔레비전 모니터로 보게 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박재환 1999/7/25)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