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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올 어바웃 'SHAW' 비즈니스

미국영화리뷰

by 내이름은★박재환 2008. 2. 2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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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2003-3-11]   오랜 만에 보는 유쾌한 영화이다. 만약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대해 주눅 들거나 '리처드 기어가 노래를?'이라는 의문이 든다면 일단 염려 놓으시고 극장으로 달려가 보기 바란다. 아주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니 말이다. 사실 '롭 마샬'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감독이 뮤지컬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만 보자면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카데미를 앞두고 열린 각종 영화상에서 이 영화가 많은 상을 받은 것으로 보건대 순 엉터리는 아니란 말일 것이다. 수입사 '코리아 픽쳐스'는 아카데미상을 휩쓸 것으로 내다보고 오는 3월 28일부터 극장에 내걸 모양이다.
 
  영화는 오래 전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1926년에 처음 발표된 원작은 아주 자주 연극무대에서, 영화로, 다시 연극무대로 올려져서 인기를 끌었다. 그리곤 이번에 다시 롭 마샬이란 사람에 의해 영화화된 것이다. 이 사람은 이미 뮤지컬에 대해선 몇 작품 실력을 발휘한 터라 영화에서도 뮤지컬의 독특한 매력을 십분 뽑아내었다.

  영화는 아주 경쾌한 음악과 화려한 쇼무대에서 시작된다. 아마도 알 카포네의 밀주와 총, 갱단이 활개쳤을 1920년대의 술집 혹은 공연무대이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벨마 켈리(캐서린 제타 존스)가 공연을 갖고 있다. 이 판타스틱한 무대를 멀찌기서 쳐다보는 아녀자가 있었으니 바로 록시 하트(르네 젤위거). 사실 벨마는 언제나 짝을 이루어 공연을 하던 자신의 여동생을 '질투심'에 사로잡혀 막 살해하고 무대에 오른 상태였다. 벨마는 경찰에 잡혀가고 록시는 자신도 화려한 무대의 스타가 되고 싶은 마음에 다리를 놓아주겠다는 남자에게 몸까지 바친다. 그런데 사깃꾼이라니. 록시는 그 놈을 쏘아죽인다. 그렇게 밤무대의 슈퍼스타 벨마와 스타가 되고 싶어하는 록시는 쿡 카운티 교도소에 갇히게 된다. 별일이 없다면 둘다 교수형에 처해질 것이다.

  줄거리로만 보자면 이 영화는 <나는 살고 싶다>같은 고전적 드라마 아니면, 많고 많은 법정스릴러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르네 젤위거의 <너스 베티>같은 코믹함을 바탕으로 <록키 호러 픽쳐 쇼> 저리 가라의 컬트틱 매혹과 <코튼 클럽> 백 배의 폭발적 버라이어티 쇼를 갖고 있다.

  벨마와 록시를 감옥에서 구해낼 슈퍼스타는 돈이면 만사가 오케이인 '말빨' 변호사 빌리 플린(리처드 기어)이다. 빌리의 타고난 언변은 벨마와 록시를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로 만들 것이고 재판은 정의의 판가름장이 아니라 화려한 쇼와 언론플레이의 아수라장이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펼치는 '벨마'와 '록시'의 신경전은 영화 밖의 소문만큼이나 치열하다.

  재작년 나왔던 애니메이션 <슈렉>이 이른바 '정치적으로 올바른 애니메이션'이라면 아마, 이 영화는 헐리우드에서 나온 첫번째 '정치적으로 올바른 뮤지컬'일 것이다. 흥겨운 리듬과 안무 뒤에는 기본적으로 철저한 풍자로 가득하다. 살인과 재판은 언론에 의해, 그리고 쇼맨쉽 변호사에 의해 철저한 볼거리가 되고, 얼치기 시민들은 신문 기사에 놀아나고, 변호사에 놀아나고, 감독에 놀아나고, 나같은 얼치기 평론가에 놀아나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영화가 작심한 오락영화인지 아니면 놀라운 비판정신을 숨긴 비수같은 영화인지는 몰라도 된다는 것이다. 관객들은 이미 그러한 '쇼'같은 세상에 익숙해 있으니깐.

  아마도, 이 영화의 소재가 끊임없이 리바이블 되는 것은 'O.J.심슨'같은 미국사회의 병리 현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사건이 끊임없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사실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사건은 타블로이드 신문에 대문짝하게 나고, 쇼맨쉽 하나로 똘똘 뭉친 변호사에 의해 불꽃 튀는 황당한 법정공방이 일어나고 어수룩한 배심원에 의해 뜻밖의 결론이 나는 것이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스트레이트로 흥겨운 노래와 신나는 댄스로 가득하다. 그 중 몇 가지 기억에 남은 것은 리처드 기어와 르네 젤위거가 마치 <존 말코비치되기>에 나오는 줄인형이 되어 펼치는 'All I Care About' 장면과, 르네 젤위거의 멍청한 순둥이 남편 에이모스(존 C. 레일리)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Mister Cellophane'을 부르는 장면이다. 물론 마지막 르네 젤위거와 캐서린 제타 존스의 합동무대는 최고이다. 오랜만에 갖고 싶은 O.S.T. 음반이다.

   아마도, 이 영화가 올해 아카데미를 싹쓸이하지 않을까 싶다.  (박재환 2003/3/11)

Chicago  (2002)
 감독: 롭 마샬 (Rob Marshall)
 출연: 캐서린 제타 존스, 르네 젤위거, 리처드 기어, 존 C.라일리, 퀸 라티파, 루시 리우
 한국개봉: 2003/3/28
 미국개봉: 2002/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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