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보이 슬립스] “하얀 쌀밥, 빨간 김치, 까만 김, 그리고 마더랜드”

2023. 7. 23. 09:28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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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보이 슬립스


윤여정에게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안긴 정이삭 감독의<미나리>가 공개되었을 때 가장 놀란 사람은 아마도 캐나다에서 작품을 준비 중이던 앤소니 심 감독이었을 것 같다.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으로 이민 간 ‘한국인의 피’에 대한 이야기라면 그가 준비 중이던 작품은 캐나다로 떠난 ‘한국인의 수구초심’에 관한 영화였으니 말이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소개된 그 영화 <라이스보이  슬립스>(원제:Riceboy Sleeps)가 오늘 개봉된다. 

 영화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혹시 요즘 보신 분 있을지 모르겠지만) TV방송 시작과 끝에 나오는 ‘애국가’에서 보았을 것 같은 장엄한 한국의 산하가 보이며 주인공 ‘소영’의 짧은 인생사가 소개된다. 1960년 어느 겨울,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소영은 열심히 살았고, 한 남자를 사랑했고, 아이를 낳는다. 하지만 그 남자가 죽고 여자는 아이와 함께 캐나다로 훌쩍 떠난다. 그리고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라이스보이 슬립스


 1990년, 캐나다. 소영은 혼자서 아이 동현을 키운다. 공장에서 백인들 틈에서 굳세게, 눈물겹게. 동현은 학교에서 ‘백인’급우들에게 놀림을 받는다.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두고 “이게 뭐야? 냄새 나.” 같은 놀림을 받는다. 놀이터에선 언제나 외톨이이고. 엄마는 의기소침한 동현을 위해 삶의 지혜를 알려준다. “친구들이 놀리면 ‘두 유 노 태권도?’라고 말해.” 백인사회에서 블루컬러 노동자로 사는 아시아 여성, 그것도 미혼모의 삶이 어떤지는 짐작이 간다. 동현은 그런 엄마를 이해하려고 하고, 캐나다 커뮤니티에 적응하려고 한다. 세월은 흘러간다. 이제 청소년이 된 동현은 ‘백인’ 친구가 권하는 마약에 손을 대며 그들과 부대끼려고 한다. 소영은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이제 삶의 벼랑에 몰린 소영은 아들과 함께 오래 전 떠나온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오래 전 그를 외면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노랗게 염색한 머리를 짧게 자른 아들은 병약한 엄마를 안고, 산으로 오른다. 마더랜드의 산은 여전히 높고, 푸르고, 말이 없다. 소영은 소리 지른다. 눈물이 난다.

라이스보이 슬립스


한국계 캐나디언인 앤소니 심 감독은 영화 전체를 16밀리 필름으로 완성했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 캐나다와 한국에서 영화를 완성했다. 소영을 연기한 최승윤은 무용가 출신이며, 발레 무대에 오르지 못하자 웹드라마 <두 여자>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작품에 등장하는 ‘착한 아저씨’가 앤소니 심 감독이다. 원래는 인도계 배우를 출연시키고 싶었지만 캐스팅 여의치 않아 ‘본인등판’이 되었단다.

영화는 잔잔하고, 울림이 크다. 이민자의 아픔이나, 비주류의 비극을 정면에 다룬 작품이라기보다는 고향을 잊지 못하는, 오래전 떠나간 그 사람을 잊지 못하는 한국적 정서를 품은 영화이다. 그것도 죽음에 임박해서 마음의 안녕을 찾고자하는 절박함이 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영화 개봉에 즈음하여 앤소니 심 감독과 최승윤 배우가 결혼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랑으로 결실을 맺은 영화임에 분명해 보인다. 

라이스보이 슬립스



▶라이스보이 슬립스 (Riceboy Sleeps) ▶감독: 앤소니 심 ▶출연: 최승윤(소영), 이든 황(동현), 노엘 황(어린 동형), 사이먼(앤소니 심), 이용녀(할머니), 강인성(삼촌/나레이션)▶개봉:2023년 4월 19일

 

[리뷰] 라이스보이 슬립스 “하얀 쌀밥, 빨간 김치, 까만 김, 그리고 마더랜드”

영화 \'라이스보이 슬립스\'윤여정에게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안긴 정이삭 감독의가 공개되었을 때 가장 놀란 사람은 아마도 캐나다에서 작품을 준비 중이던 앤소니 심 감독이었을 것 같다.

ksta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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