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정지우 감독, 최민식 박신혜, 2017)

2017. 11. 7. 08:22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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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침묵 ‘진실, 거짓말, 그리고 CCTV’


[박재환 2017-11-06] 1999년 ‘IMF로 실직한 중산층 가장’ 최민식이 펼치는 치정극 <해피엔드>로 상업영화에 화려한 데뷔를 한 정지우 감독이 18년 만에 다시 최민식과 손잡고 전형적 ’멜로 법정극‘으로 돌아왔다.

<침묵>은 2014년 개봉된 중국영화 <침묵의 목격자>라는 오리지널 작품이 있다. 영화는 원작을 충실히 따른다. 돈 많은 기업가(최민식)의 딸이 살인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피해자는 바로 그 기업가가 곧 결혼하기로 했던 연예계 톱스타(이하늬). 남자는 그 여자를 사랑했지만, 이제 딸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혹은 딸을 무죄를 만들기 위해 최고의 법정드라마를 펼쳐야한다. 최고의 변호사를 모시고, 최고의 검사의 창을 막아야하는 것이다.

오리지널 영화에서는 기업총수를 손홍뢰가, 검사를 곽부성, 변호사는 우남(위난)이 연기한다. 모두 홍콩과 중국에서 쟁쟁한 배우들이다. 정지우 감독은 최민식과 함께 검사 박해준, 변호사 박신혜을 앞세워 법정스릴러를 완성시킨다. 물론, 최민식의 카리스마와 아우라에 나머지 배우들이 얼마나 주눅 안 들고 법정에서의 대반전을 이끄느냐가 작품완성도의 관건일 것이다. 영화에서는 여기에 류준열과 조한철이라는 최상의 조커를 집어넣어 극의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정지우 감독의 <침묵>은 법정극의 기본적 스릴감에 부성애라는 드라마를 첨가한다. 최민식의 부성애를 자세히 보면 한 남성의 자아성찰과 연결된다. 성공가도를 달렸던 중년남성의 자기번민이 희생으로 치장된다.

영화에서 최민식은 중견기업의 CEO로 정치적 비즈니스에도 능한 브로커로 등장한다. 그의 기업가정신은 알 수 없지만, 결혼할 뻔한 연인(이하늬)과 딸(이수경)에 대한 지극한 사랑은 느낄 수 있다. 멜로의 정이 깊을수록 법정스릴러의 쾌감이 배가된 셈이다.

영화를 보게 나면 ‘침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과연 ‘침묵’이 무엇일까. 법정드라마답게 영화는 검사와 변호사, 증인의 날카로운 말의 성찬으로 가득하다. 혹시 영화 후반부, 최민식이 담배를 피워 물고 극장 안을 채우는 침묵의 표정연기를 말하는 것일까. ‘이제 법정은 내 뜻대로 될거야.’라는 속내를 보여주는 것일까. 최민식은 진심으로 관객에게 부탁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까, 여러분이 곧 보게 되는 것에 대해 침묵을 지켜주세요. 내 딸을 위해서”라는 애절한 속삭임일 것이다.

<침묵의 목격자>로 소개된 오리지널 중국영화의 원제가 생각난다. <전민목격>(全民目擊)이다. ‘온 국민이 다 지켜봤다‘의 뜻이다. CCTV는 언젠간 누군가는 다 알게 되는 ’현상‘을 기록한다. 그런데, ’침묵‘은 그런 다 드러난 현상에 대한 수용자의 암묵적 동의를 내포하고 있다. ’중국 오리지널‘과 ’한국 리메이크‘ 버전은 상반된 뜻을 보여준 셈이다.

그래서 <침묵>은 영화를 본 사람이 그 ‘침묵’의 대열에 동참해야 가장 완벽한 ‘성공’을 이끌 수 있다. ‘침묵’에 동의한 사람은 태국의 한 항구, 노천식당에서 ‘쌀국수’를 먹으며 흘러나오는 음악에 빠져들 것이다. 이태리 가곡 ‘까로 미오 벤’(caro mio ben)의 선율이다. 감독이 왜 이 음악을 택했을까. 무슨 뜻일까. 극장 안은 침묵으로 물든다. (KBS미디어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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