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간도3] 지옥에 빠진 유덕화

2008. 2. 20. 21:15홍콩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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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2004-3-10]  유위강과 맥조휘가 공동감독을 맡은 [무간도] 씨리즈는 오랫동안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홍콩 영화계에 희망을 안겨준 반가운 영화이다. 2002년 연말에 개봉되었던 [무간도] 1편은 4천만 홍콩달러를 벌어들여 오랜만에 홍콩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리고 곧바로 주위의 우려 속에 [무간도]의 두 주인공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담은 프리퀄에 해당하는 [무간도2]를 만들었고, 이 속편도 괜찮은 흥행 수익을 올렸다. 영화적 재미로 보자면 이 2편의 재미가 적잖게 있다. 지난 연말 유위강과 맥조휘는 다시 한번 주위의 우려와 관심 속에 씨리즈의 종결 편에 해당하는 [무간도3 종극무간]을 내놓았다. 3편에는 중화권의 대스타- 이른바 영화황제-황후 급에 해당하는 6명의 톱스타들이 공연하였다. 이는 홍콩영화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조합이다. 꼬일 대로 꼬인 영화 속 이야기를 풀어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이런 빅 스타들을 한꺼번에 만나보는 것도 [무간도3]을 보는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무간도]시리즈는 상당히 복잡한 인맥과 플롯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3편의 경우에는 공개된 작품 자체 또한 상당히 복잡한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지난(2003년) 12월 12일 홍콩에서 개봉된 영화와 중국에서 개봉된 영화가 다소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극장에서 3주(홍콩에서 개봉 3주면, 웬만해서는 극장상영을 종료하고 비디오 출시를 준비하는 시기이다) 걸린 후 이른바 감독특별판이 상영되기 시작했다. 모두 예닐곱 장면이 추가되었는데 이는 관객에게 극중 상황을 좀더 이해하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였단다. 우리나라에서 개봉될 영화도 아마 이 '감독판' 기준이 될 것 같다. 감독판은 오리지널(홍콩극장상영작)보다 12분 정도 늘어난 분량이다.

  (3편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1,2편의 내용을 잠깐 복습하면 다음과 같다.) 홍콩 범죄단체인 삼합회의 중간급 보수 한침(증지위)은 원모심려(遠謀深濾) 차원에서 조폭 똘마니 유건명(여문락-유덕화)을 경찰학교에 집어넣는다. 홍콩경찰 황지성(황추생)도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하겠다는 일념에 새파란 경찰 진영인(진관희-양조위)을 한침의 조직에 똘마니 조직원으로 잠입시킨다. 이후 유건명과 진영인은 자신의 진짜 신분을 감춘 채 생명을 내건 위험천만한 세월을 보내며 조직에서 한 계단씩 성장해간다. 위험이 거듭될수록 둘은 자신의 운명을 돌려놓고 싶어한다. 유건명은 착한 경찰, 혹은 진짜 경찰이 되고 싶어하고, 진영인은 조폭을 벗어나 경찰서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그런데 진영인의 실제 신분을 아는 황반장이 암살 당하고 언제나 원대복귀를 꿈꾸던 진영인도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유건명은 자신의 비밀을 아는 사람이 모두 사라진 것으로 알고 새로운 삶은 기대한다.

  3편은 진영인이 죽기 6개월 전부터 죽은 뒤 대략 10개월 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제 신분을 숨기고 조폭에 잠입한 진영인의 정체가 드러날지, 아니면 경찰로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유건명의 정체가 탄로 날지가 이 영화의 핵심이다. 그 중에서도 주로 유건명의 운명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특히 새롭게 2명의 주요 캐릭터가 보강되면서 관객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양금영(여명)이라는 보안부 경찰이 진영인의 사망원인을 둘러싼 경찰내 워디(臥 底=잠입요원)를 색출하기 위해 혈안이 된다. 유건명이 보기에는 이 양금영도 한침 측에서 보낸 조폭 출신의 워디인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양금영이 중국 광동성에서 넘어온 정체불명의 흑사회 두목 심징(진도명)과 커넥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이 복잡한 인물구도 속에서 관객들은 길을 잃기 시작한다.

  감독은 관객에게 이따금 진영인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전적으로 진영인의 심리상담을 맡았던 닥터 리(진혜림)을 통해서이다. 유건명은 진혜림의 회상, 혹은 증언을 통해 핵심에 접근한다. 그리고 진영인이 최면을 통해 자신의 신분을 밝혔듯이 유건명도 최면 도중에 자신의 실제 신분을 드러낸다.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결국 유건명이다. 전편을 통틀어 살아남은 자 유건명의 갈등과 그 종말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가 어떻게 망가져가고 어떻게 미쳐 가는지, 그리고 그 정신적 혼란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담담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묘사한다. 아마 유덕화의 골수 팬이라면 휠체어에 앉아 있는 유덕화의 라스트 씬에서 [열혈남아]나 [천장지구]의 비장미, 혹은 허망함을 느끼게될 지도 모른다.

  결국, 지옥 중의 최고의 지옥은 죽지도 못하는 고통인 셈이다. 그가, 혹은 그들이 그렇게 바꾸고 싶어하였지만 결코 바꾸지 못한 것은 정의와 불의의 변환, 선과 악의 자리바꿈, 흑과 백의 도착(倒錯)과 같은 현세적 지옥이 아닌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숙명적 고통인 셈이다. 이 영화에 굳이 등장한 심징이라는 캐릭터가 "세상사는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 있어. 그러나 사람은 세상사를 바꿀 순 없지.. 그런데 그들은 아마도 세상을 바꾼 것 같아..."라는 말은 [무간도]가 그리고, 홍콩의 정치적 지도가 보여주는 작금의 정황들을 대변해 주는 셈이다.

  이 영화가 개봉된 후 라스트 씬에서의 유덕화의 상태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과연 유덕화가 미쳤는가, 아니면 미친 척 하는가가 문제이다. [올드 보이]의 라스트 씬 처럼 관객들 마음대로 판단해도 될 문제일 듯 하다. (박재환 2004/3/10)

無間道Ⅲ終極無間 (2003) Infernal Affairs 3: End Inferno
감독: 유위강,맥조휘
각본: 맥조휘,장문강
출연: 양조위,유덕화,여명,진도명,진혜림,황추생,증지위,두문택,윤지강,정수문,유가령,진관희,여문락,임가동
홍콩개봉: 2003/12/12 한국개봉: 200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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