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그대만] 미안하다 사죄한다

2011. 10. 7. 11:34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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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영화제는 개막작 선정에 고심한다. 대부분의 언론매체들은 개막식 날의 근사한 세레모니에 초점을 맞추고 개막작품에 대해 과도한 지면을 할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제 관계자들은 아직 개봉도 안한 작품 중에서 최고의 찬사를 이끌어낼 작품 선정에 목을 걸기도 한다. 부산영화제의 경우 올해는 영화의 전당이라는 근사한 전용상영관까지 만들어 세계에 첫 선을 보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개막작 선정에 정성을 기울였다. 그 결과 송일곤 감독의 <오직 그대만>이 선정되었다. 송일곤 감독은 오래 전 단편영화로 깐느 그랑프리를 걸머쥔 아트무비 계열의 감독이다. (부산영화제 개막작은 흥행과는 거리가 멀다는 속설이 생길 정도이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상황이 다를 듯하다. <오직 그대만>은 완벽한 멜로드라마로 흥행의 눈물바다를 약속한다.

나쁜 주먹, 착한 눈동자, 그리고 사랑

소지섭은 과거를 알 수 없는 남자이다. 주차관리원으로 주차박스 안에서 밤을 샌다. 어느 날 그 주차박스 안으로 한 여자가 들어온다. 바로 그 건물에서 일하는 텔레마케터 한효주이다. 한효주는 앞을 볼 수 없다. 매일 퇴근 후 주차박스에 들어와서 tv드라마를 본다. 소지섭은 맹랑한 이 여자의 갑작스런 출현에 놀란다. 그리고 로맨스가 시작된다. 한효주는 앞을 볼 수 없지만 소지섭의 땀 냄새와 벗은 운동화에서 퍼지는 발 냄새를 알아차린다. 소지섭은 몰래 발을 씻는다. 그런 순정 명랑만화같은 이야기가 펼쳐지더니 두 사람의 과거가 조금씩 드러난다. 남자는 왕년의 촉망받던 권투선수. 그 전에는 고아원출신. 잘 풀리는 인생은 아니었다. 권투를 그만두고 해결사 노릇을 하다 끔찍한 폭행사고에 연루되고 감옥까지 간다. 세상에 나와서는 조용히 주차박스 속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여자는 행복했던 가족을 비오는 어느 날 끔찍한 사고로 부모를 여의고 시각가지 잃어버린 것이다. 영화 <오직 그대만>에서는 오광록이 이 둘의 과거를 연결 짓는 끔찍한 사고의 연결고리이다. 아름다운 인연이자 끔찍한 악연이 남과 여를 사로잡는다. 남자는 자신의 잘못을 사죄하며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된다.

정석 멜로드라마

영화의 전반부는 TV 멜로드라마 풍이다. 앞을 볼 수 없고, 혼자 사는 젊은 여자. 하지만 발랄하고 삶을 긍정적으로 본다. 반면 남자는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홀로 감추며 산다. 끔찍한 사고의 순간부터 드라마는 관객의 감정을 일렁이게 만든다. 남자는 죽을 수도 있다. 아니 그보다 더 끔찍한 것은 여자에게서 잊히거나 영원히 저주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관객은 몇 차례 눈물을 흘리게 된다. 내 앞의 저 사람이 그 사람일지도. 그리고 그 사람이 바로 그 남자일지도. 아련히 기억하는 그 사람의 체취와 얼굴 굴곡 하나하나가 여자의 손에 남아있을 듯하지만.. 그 사람을 모른다. 감독은 치밀하게도 화분과 거북이와 맹도견을 배치한다. 눈앞의 남자, 개는 미친 듯이 짖어댄다. 한효주의 눈물연기와 소지섭의 감정폭발은 관객에게 눈물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송일곤 감독은 찰리 채플린의 <시티라이트>를 오늘날의 한국 멜로드라마로 재현해낸 것이다. 사랑은 두 이상을 이어주고, 사랑은 두 사람을 헤어지게 하고, 그 사랑은 결국 두 사람을 영원히 함께 있게 해 줄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오직 그대만>은이달 20일 개봉된다. 손수건을 준비해야할 것이다. (박재환, 201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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