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터 블루 (阿虎)] 유덕화의 불타는 투혼 (이인항 감독 阿虎: The Fighter's Blue , 2000)

2008. 2. 19. 08:48홍콩영화리뷰

반응형

012345

 (박재환 2001/6/7) 지금은 정말 애정을 가진 일부 열혈 팬들의 지지에 의해서만 홍콩영화가 한국의 극장가에서 상영되고 있다. 이소룡이나 성룡 같은 스타를 열외로 하더라도, 주윤발이나 임청하, 왕조현 같은 1세대 스타들이 떠나간 자리엔 여명이나 곽부성, 그리고 최근에는 고거기 같은 신인들이 언제나 새로운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예전의 폭발적 흥행력을 제공해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대열에서조차 비교적 멀리 떨어진 인물이 바로 한 시절을 풍미했던 유덕화이다.

그는 <영웅본색>, <동방불패> 같은 홍콩 영화들이 최고의 인기를 누릴 때 빼어난 외모와 감미로운 노래솜씨로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유지했었다. 그가 오천련과 나와서 LPG 가스통을 머리에 얻어맞고 코피를 쏟으며 죽어가던 <천장지구>, 왕가위 영화 중 가장 오락적이었던 <열혈남아>에서 비장한 최후의 장면에선 많은 순진한 홍콩영화팬들이 눈물을 마구 쏟아놓았었다. 하지만, 그런 전설적인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에 잊힌 멜로디가 되었고, 언젠가부터 '성룡'처럼 유덕화도 나이 들어가는 것이 스크린에 보이기 시작하며 그도 멀어져갔다. 게다가 홍콩영화의 습관적 재탕 제작 스타일은 점점 홍콩영화 자체에 대한 환멸로 이끌어 갔다. 물론, 한국에서는 홍콩영화가 비디오 가게에서조차 천대받는 실정이 되었지만 홍콩에서는 여전히 인기 있는 스타가 바로 유덕화이다. 그는 홍콩 스타답게 수준을 가늠하기 힘든 영화들에 한해 두어 편씩 출연해왔다. 하지만, 최근에 나온 두기봉 감독의 <암전>이나, <니딩 유>에서는 경륜에 걸맞은 연기력을 선보여주기도 했다. 그것은 그가 그동안 흘려온 피와 땀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말일 것이다. 

1961년 홍콩에서 태어난 유덕화는 까오중(高中:우리나라의 고등학교에 해당)을 나온 후, 홍콩 TV방송국의 연기훈련반에 들어간 후, TV드라마에 먼저 얼굴을 비쳤다. 1982년 허안화 감독의 <투분노해>에서 주윤발 대신 주연을 맡아 영화에 데뷔한 후 20년 동안 유덕화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그의 100번째 영화 출연작품이 바로 이 영화 <파이터 블루>이다. 이 영화에서 유덕화는 킥 복서로 나온다. 나이 40에 그는 정말 투혼을 불사르며 스크린에서 그의 마지막 정열을 쏟아놓는다. 

홍콩최고의 킥복싱 선수였던 맹호(유덕화)는 아시아 킥복싱 선수권대회에 나갔다가 사기 게임을 제의받는다. 그는 사랑하는 연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링에 쓰러지고 그것이 비극의 시작이 되고 만다. 연인은 떠나가고 맹호는 그만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13년을 복역한 후, 맹호는 애인을 찾아 태국까지 왔다가 딸을 만나게 된다. 자신을 위대한 복서로만 알고 있는 딸에게 과거를 숨길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 딸에 대한 부성애를 느끼며 맹호는 나이 40에 링에 올라 마지막 투혼을 불사른다. 

이 영화의 후반 10여 분의 파이트 장면은 여태 나온 스포츠 영화 가운데 가장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다. 놀라울 정도의 스피디한 카메라 워킹과 링에서 필사의 대결을 벌이는 두 파이터의 윤곽마저 따라가기 힘든 편집은 이 장면을 홍콩영화 최고의 액션 씬으로 만들기에 족하다. 실제로 시사회에선 홍콩영화 특유의 유치함이나 관습적 이미지에 시큰둥하다가도 마지막 액션씬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될 정도이다. 이 영화의 감독 이인항은 2년 전 <성월동화>에서 로맨스에 파묻힌 액션 장면을 간간히 선보이기도 했는데, 사실 그는 이미 96년의 이연걸의 <흑협>에서 놀라운 액션시퀀스를 선보였던 인물이다. 한때 '홍콩 히어로' 유덕화가 <열혈남아><천장지구> 등의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비장미 넘치는 장면들과 맞먹는 <파이터 블루>의 라스트 씬은 오랜 만에 홍콩영화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 정도이다.

이 영화에서 일본배우 토키와 타카코는 태국에서 고아원을 운영하는 천사 같은 마음의 여인으로 등장한다. 그녀는 이미 이인항 감독의 전작 <성월동화>에서 또다른 홍콩스타 장국영과 공연한 적이 있다. 현재, 홍콩영화는 자국내 흥행 부진의 타개책으로 다른 아시아권 배우를 적극적으로 캐스팅하고 있다. 최근 곽부성은 <뇌정전경 (雷霆戰警)>에서 일본배우 후지와라 노리카와 공연했고, 여명은 <불사정미 (不死情迷)>라는 신작에서 세토 아사카와 공연했다. 유덕화가 요즘 찍고 있는 <전직살수 (全職殺手)>에서는 일본의 초특급 스타 소리마치 다카시와 공연하고 있다. 우리나라 영화 <파이란>에 장백지가, <비너스>에 오천련이 출연하고 있는 것과 함께 헐리우드 영화에 맞서는 아시아영화의 연대로서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이 영화에는 태국에서 로케한 영화답게 태국배우 인티라 차로엔푸라가 유덕화의 연인 역으로 출연하여 색다른 분위기를 전해준다. 

오랜 만에 대하는 괜찮은 홍콩영화이다. 특히, 후반부의 액션 씬은 홍콩영화의 경륜을 느끼게 하는 파워를 전해 준다. 

 

 

阿虎 - Wikipedia

 

zh.wikipedia.org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