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놈놈'만큼 재밌는 만주 웨스턴 특별전

2008. 8. 22. 17:14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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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年代 만주 벌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피 끓는 사내들의 대활극


  베이징올림픽 야구경기만큼 한국 사람을 단합시켰던 2002년 월드컵. 서울에는 상암동에 월드컵경기장이 세워졌다. 그 월드컵경기장 인근 상암동 DMC(디지털 미디어 센터)는 최근 몇 년 사이 멀티미디어-콘텐츠관련 기관, 업체들이 하나둘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한국영상자료원도 있다. 원래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 있던 한국영상자료원이 최신식 건물의 상암동으로 이전한 것은 올 봄의 일이다.

   영상자료원은 예전부터 열혈영화팬들에겐 은밀한 성지였다. 적어도 옛 한국영화에 대한 배고픔과 목마름을 ‘상상 이상’으로 해소시켜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매달 특이하면서도 획기적인 영화전이 열린다. 얼마 전 괴짜 김기영 감독의 전작 회고전이 열린데 이어 이번 달에는 흥미로운 기획전이 막을 올렸다. 기획전 타이틀마저 드라마틱하며 정말 ‘영화 같은’  <<대륙행 티켓을 끊어라! 만주웨스턴 특별전>>이다.

   ‘만주웨스턴 특별전’은 올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는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놈놈놈)이나 최근 개봉된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를 본 관객이라면 ‘올림픽을 제쳐두고’ 찾아가서 보고 싶은 영화전임에 틀림없다. ‘만주웨스턴’이란 것이 얼마나 한국적이며, 얼마나 독창적인지 실감할 수 있으니 말이다.

    ‘만주웨스턴’은 1960년대 한국 충무로 영화계가 개척한 기이한 영화장르이다. 할리우드 서부극에, 마카로니(혹은 스파게티) 웨스턴의 요소를 끌어들여 지극히 한국적인 방식으로 재창조해낸 것이 바로 만주웨스턴이다. 말 타고 총 쏘는 것은 기본이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니다. 조국을 잃고 만주를 전전하는 독립운동가의 혼이 담겨있고 ‘장고’나 ‘튜니티’가 울고 갈 코믹 액션이 포함되어 있다.

   왜 ‘만주웨스턴’이냐하면 영화의 배경이 만주이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 ‘한국 영화인’이 공산국가 중국 땅 만주에 촬영 갔을 리는 만무하다. 서울 한강변이나 아직 미개발(?)된 우리 한국 땅에서 적당히 한자(漢字) 표지판 몇 개 갖다 붙이면 그 곳이 만주요, 적당히 청 복장 입혀 놓으면 그 사람이 중국 사람인 것이다.

   왜 ‘만주’일까. 시대적 배경이 일제 강점기이기 때문이다. 나라 잃은 애국자들이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 조국광복의 그날까지 투쟁하던 시절이 ‘만주웨스턴’의 시대적 배경이다. 물론 이 시절 만든 영화가 모두 말 타고 독립 투쟁하던 투사만이 주인공인 것은 아니다. 말 타고 개 장수하던 사람도 있었고, 마을 사람을 약탈하는 비적단도 있었고, 도굴범도 있었으며, 일본 앞잡이도 존재했다.

  어제(8/21)부터 영상자료원내 소극장 ‘시네마테크’에서 열리는 <<대륙행티켓을 끊어라! 만주웨스턴 특별전>>에는 모두 14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하나같이 신세대가 주목해야할 작품들이다. <놈놈놈>의 호쾌한 액션 씬에 반했거나 <다찌마와 리>의 주옥같은 대사에 혹한 신세대 영화팬이라면 1960년대에 만들어진 충무로 ‘만주웨스턴’에서 결코 예상조차 하지 못한 뜻밖의 기쁨과 환희를 느끼게 될 것이다.

   어제 특별전 첫날 영화 상영과 함께 특별한 행사가 진행되었다. 김영효 감독의 <황야의 외팔이>(1970) 상영에 이어 류승완 감독과 영화평론가 김영진 씨가 나와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이만희 감독의 <쇠사슬을 끊어라>(1971) 상영이 끝난 뒤에는 <놈놈놈>의 김지운 감독이 <<씨네21>> 주성철 기자와 함께 <놈놈놈>과 ‘만주웨스턴’의 상관관계에 대해 방담하는 즐거운 시간이 있었다.

   김지운 감독은 이날 <쇠사슬....>과 <당나귀 무법자>(1970년 안일남 감독)에 대해 극찬을 쏟아내었다.  <놈놈놈> 촬영 들어가기 전에 영상자료원에서 <쇠사슬을 끊어라>의 앞부분 20분 정도를 보았으며 이날 전편을 다 감상할 수 있었다면서 “만약 이 영화를 다 보았더라면 <놈놈놈>을 저렇게 만들진 못했을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놈놈놈>에서 송강호의 코믹한 대사를 잊지 못할 팬이라면, 그리고 말로만 듣던 장동휘, 허장강, 남궁원 이라는 원로 대배우들의 기막힌 ‘트리오 액션’을 보고 싶은 영화팬이라면 상암동을 한번 찾아보길.

 이번 <만주웨스턴 특별전> 상영작에는 대감독 임권택의 감독 데뷔작인 <두만강아 잘 있거라>(1962)와 정창화 감독의 <광야의 결사대>(1966), 그리고 확실히 너무너무 웃긴 구봉서, 서영춘, 양훈 주연의 <당나귀 무법자>(1970) 등이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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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사슬을 끊어라 (이만희 감독,197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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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아 잘 있거라 (임권택 감독, 196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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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무법자 (안일남 감독, 1970년)

▶ 한국영상자료원 <만주웨스턴특별전> 안내사이트
http://www.koreafilm.or.kr/cinema/program/category_view.asp?g_seq=52&p_seq=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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