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혈가두] 영원한 우정

2008. 2. 16. 11:10홍콩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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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by 박재환 2003/4/16]    헐리우드로 건너가서 <페이스 오프>와 <미션 임파서블2>라는 블록버스트를 내놓은 오우삼 감독의 홍콩시절 대표작으로는 <영웅본색>(86), <첩혈쌍웅>(89), <첩혈가두>(90)가 있다. 이 중 <첩혈가두>부터 리뷰한다.
 
  먼저, 제목 설명. *牒*血街頭(Die2 Xie3 Jie1 Tou2) [띠에-씨에-지에-토우) '첩'자는 피가 철철 넘치는 모습을 형용한다. 그러니깐 '피투성이의 거리'라는 정도의 의미. 제목부터 다분히 '폭력적'이지 않은가? 영어제목은 'Bullet in the Head'이다. '머릿 속의 총알?' 영화를 보면 무슨 뜻인지 안다.

  아마도 1960년대 홍콩. 빈민가의 그렇고 그런 '친구'를 보여준다. 양조위, 장학우, 이자웅. 이들은 자전거를 타며 부둣가를 휘저으며 청춘의 한때를 보내는 것 같지만 '가난'때문에 너무나 비참한 삶을 보내야한다. 임신한 애인 때문에 양조위는 서둘러 결혼식을 올리게 되지만 결혼피로연을 열 돈이 없어 막막하다.그런데 장학우가 큰소리친다. "내가 어떻게든 돈을 마련할게!" (아마, 이해할 듯하면서도 하기 어려운게 있다면 이 부분일 것이다. 돈이 없으면 없는대로 하지 왜 저리 피로연에 연연할까? 하지만 <열혈남아>봐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일생에 한번 있는-아닐 수도 있지만-결혼식을 남부럽지 않게 접대하는 게 중국식-적어도 홍콩식 체면차리기 문화인 것이다)

  장학우는 조폭 보스에게서 돈을 빌리지만 그게 발단이 되어 칼부림이 일어나고 이들은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그래서 세 명의 친구는 어쩔수 없이 홍콩을 떠나게 된다. 그들은 '마약'을 한 뭉탱이 싸들고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베트남으로 향한다. 전쟁이 격화되면 전쟁으로 돈 버는 사람이 있는 법. 이들은 현지 밀매조직에 마약을 건네주고 한 몫 단단히 챙길 요량이었지만 사이공 한 복판에서 폭탄 테러를 당하게 되어 마약거래의 꿈은 물거품이 된다. 이들에게 접근한 또 한명의 사나이 - 임달화. 임달화는 구미가 당기는 거래를 소개한다. 가방 가득한 금괴를 차지하게 되지만 이들은 베트콩의 포로가 된다. 알고 보니 임달화는 베트콩 적지에 침투한 CIA요원이었다. 총알이 빗발치는 가운데 세 명의 친구는 탈출을 시도하는데......... 이자웅은 금보따리를 빼돌리기 위해 총상을 입고 울부짖는 장학우의 머리에 총을 쏜다. 세월이 흐른 뒤. 반쯤 미쳐버린 장학우를 겨우 만나게 된 양조위. 양조위는 역시 상처투성이의 임달화를 통해 장학우가 왜 저런 꼴이 되었는지를 듣게 된다. 장학우의 머리에는 총알이 박혀있는 상태이고 전쟁의 광기보다는 친구에게서 버림받았다는 충격 때문에 완전히 미쳐서 마약에 의지해 살고 있는 것이었다. 양조위. 이젠 엄청난 부자가 된 홍콩의 이자웅을 찾아간다. 그리곤 그들이 한때 뛰어놀던 부둣가에서 친구를 위한 복수전을 펼친다.

  내용 소개가 너무 긴가? 이 영화는 137분이나 되는 영화내내 폭약이 터지고, 총알이 날아다니고, 피가 내뿜는 이른바 샘 패킨퍼에 경도된 오우삼식 폭력미학의 전형적인 영화이다. 당시 우리나라에 출시되는 비디오는 130분이 넘으면 그냥 (상)(하)로 나뉘어 출시되는 것이 유행이었다. 이 영화도 그러하다.

  오우삼이 홍콩에서 흥행작을 꽤 많이 만들어 제작비가 풍성할 것 같지만 영화는 꽤나 허술한 구석이 많다. 특히 자동차 추격전에 쓰이는 차는 폐차 일보직전의 고물차이다. 하지만 헬리콥터까지 동원한 베트남 전쟁씬은 그가 나중에 헐리우드에 진출하여 아낌없이 돈을 쓰면서 화약과 폭탄을 쏟아붓도록하는 연습게임을 즐긴 셈이다.

  친구의 복수를 위해 친구와 전쟁을 벌이는 장면도 '오우삼 식'이다. 곽경택 감독의 <친구>를 보면 그냥 칼로 여러 수십번 찌를 뿐인데 이 영화에선 기관총을 마구 갈기고, 차를 폭파시키고.. 그래도 '터미네이터'처럼 죽지 않아서 마지막으로 머리에 총을 갖다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식이다. 물론, 오우삼의 '폭력미학'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그런 서투른 내용전개에 불만을 가질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 색조, 애상에 촛점을 맞추어야할 것이다. "친구인 너가 어떻게?"라는 슬픔에 목이 메이면 그 넘치는 탄피와 폭력의 경향을 아름답게 인식하게 될 것이니 말이다.

  홍콩의 또한명의 재간둥이 서극과 짝을 맞추며 <영웅본색>을 찍던 오우삼은 <영웅본색3>에서 갈라서면서 자신의 컨셉대로 베트남을 무대로 <첩혈가두>를 찍는다. 물론,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자면 '중국으로의 영예로운 회귀'를 준비 중인 홍콩인의 우려와 불안을 밑바탕으로 하고, 당시 중국 천안문 광장에서 일어난 중국 정부에 의한 중국인민의 학살이라는 대충격이 은연 중에 깔려 있다. 물론, 액션 대작을 찍는 것이 주특기인 오우삼이 그런 정치적인 문제에 폭탄 발언을 내놓기보단 자신이 겪었던 유년기의 가난과 좌절이 '친구와의 의리'라는 중국적 관념으로 형상화된 셈이다. 천하의 도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오우삼 감독은 폭력의 총알을 퍼붓는 것이다. 폼 나잖는가?

  이 영화에서 최고의 장면은 '이자웅-양조위-장학우'가 교차되듯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 비참한 현실을 벗어날 '돈다발(금괴)'과 '친구의 우정'사이에 번민하는 도덕성 경쟁인 셈이다. 이 영화 전편의 연기는 과장된 감정의, 지나친 오버가 특징이다. 오우삼은 그런 감성적 폭력미학으로 단단히 재미를 본 셈. 어쨌든 장학우의 연기가 가장 인상적이다.

  전쟁 장면은 베트남에서 찍은 것이 아니라 태국에서 찍은 모양이다. 여기서 미군 포로 역을 맡았던 엑스트라 하나가 그때의 즐거운 경험을 웹에 올린 것이 있다. <콰이강의 다리>라는 영화로 유명한 태국 의 콰이강에서 찍은 것이다.

喋血街頭 (1990) Bullet in the Head
감독: 오우삼 (吳宇森)
주연: 양조위,장학우,이자웅,임달화
한국개봉: 1990/9/29
홍콩개봉: 1990/8/17
홍콩B.O.: HK$8,54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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