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마약 전과자 장만옥의 모정블루스 (올리비에 아싸야스 감독 Clean, 2004)

2008. 4. 5. 21:09유럽영화리뷰

반응형

(박재환 2004.11.19.) 올해(2004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장만옥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유럽영화 <클린>이 곧 한국에서 개봉된다. 장만옥의 전 남편이었던 올리비에 아싸야스 감독 작품이다. 장만옥은 올리비에 아싸야스 감독의 <이마 베프>(1996)에 출연하였고 두 사람은 이 영화가 계기가 되어 급속도로 사이가 가까워졌고 결혼에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장만옥은 홍콩과 프랑스를 오가며 사랑과 영화, 인생을 즐기다가 작년 갑작스레 이혼했다. 최근 와서 장만옥의 이혼 사유가 이러저러했다는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사람의 일을 누가 알리오. 영화 [클린]은 두 사람이 이혼한 후 만든 영화이니 더욱 관심이 간다.

올리비에 아싸야스 감독은 동방문화에 심취했던 인물이다. 프랑스의 유명 영화잡지 [까이에 뒤 시네마]에서 기자 및 평론가로 활동할 당시엔 ‘호금전論’ 같은, 지금도 읽히는 깊이 있는 홍콩영화 예찬론도 썼고, 후효현 감독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을 정도이다. 그가 만든 영화는 곧잘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공개되었고 부산영화제를 통해 국내영화팬을 만나기까지 하였다. <화양연화>의 한국개봉 때에는 장만옥을 따라 서울을 찾기도 했었다. 그의 영화는 <이마 베프>처럼 난해하고, 대중적이진 않았다. 영화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순 있지만 쉽게 받아들이긴 힘든 예술파 감독인 셈이다. 그가 전 아내 장만옥을 캐스팅하여 영화를 만들었다. 내용은 이제 영화판 이야기가 아니라 록커의 뒷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왕년의 유명 록가수 리 하우저(제임스 존스톤)는 에밀리(장만옥)와 결혼 후 예전만큼 잘나가질 못한다. 음반관계자나 공연관계자들은 이게 모두 에밀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에밀리는 자신의 남편의 음악을 높이 평가하지만 세상이 그를 알아주질 못해서인지 신경질적이다. 둘은 마약에 탐닉한다. 캐나다 공연을 앞두고 어느 날 둘이 대판 싸운 후 에밀리가 숙소를 나와 버린다. 다음날 리가 마약복용 후 심장마비로 죽은 채 발견된다. 에밀리는 6개월형을 선고받는다. 이후 마약전과자가 되어버린 에밀리는 어린 아들과의 접촉이 금지된 채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 마약을 완전히 끊고 새로운 삶을 살아야 아들을 찾을 수 있고 자신의 미래를 다시 한 번 밝게 꽃 피울 수가 있게 된다.

이 영화에서 장만옥은 캐나다, 영국, 프랑스를 오가며 영어, 불어, 광동어를 구사한다. 이 영화에서 장만옥은 서구 세계에 떨어진 동양인의 비애 같은 정형화된 롤을 하지 않는다. 대신 인기와 허영이 적당히 교합된 록 가수들의 예술에 대한 이상적 고뇌와 눈물어린 가족상봉의 감상을 실어 나른다. 남편이 잘 나가는 록가수였고 자신도 한때는 팬들을 거느렸던 록가수 아닌가. 장만옥은 마지막에 아들도 찾고 자신의 꿈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다. 하지만 감독은 그 결과를 명시적으로 보여주진 않는다. 다만 그 힘든 과정과 그 문턱에서 인생과 사랑, 행복 같은 단어들의 무게를 한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것으로 끝을 채운다.

장만옥은 깐느가 보장한 만큼 반짝이는 연기를 해낸다. 그리고 장만옥의 노래 솜씨도 덤으로 볼 수 있다. 장만옥과 공연한 배우들도 모두 유명인들이다. 장만옥의 시아버지 역을 맡은 배우는 닉 놀테이다. 오래전 TV 미니시리즈 [야망의 계절]에서 가족의 문제아였던 동생 톰 조다쉬 역을 맡았던 그 배우인데 이제 흰머리 가득한 중견배우가 되었다. 자기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측면에서 보자면 장만옥이 여명과 공연한 [소살리토]가 생각날 것이다.

참, 장만옥은 1999년에는 <오귀스트-쿵후대왕>(Augustin, Roi Du Kung-Fu)이라는 프랑스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다. (박재환 2004/11/19)

[클린|Clean,2004] 감독: 올리비에 아싸야스 출연: 장만옥, 닉 놀테, 베아트리체 달, 잔느 발리바, 돈 맥켈러 한국개봉: 2004/11/26 2004년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