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개봉영화(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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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STAND BY ME (고레에라 히로카즈 감독)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포스터의 한 줄 태그라인이 궁금해서 어두운 극장 안으로 들어가서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 푹 빠져들 때가 있다. 아마도 고레에라 히로카즈 감독의 이 그런 영화일 것이다. 이 영화는 보기 전에 (이런, 영양가 없는) 영화리뷰도 읽지 말고, TV영화 프로그램의 상세한 소개도 보지 말고, 유튜브 짜깁기 영상도 멀리한 채 편안한 마음으로 머리와 가슴을 비우고 스크린을 응시하기를 권한다. 당신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과 소신, 사고방식, 철학관의 반영일 테이니. 에는 초등학교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 그리고 교장선생님이 나온다.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서, 교실에서 어떤 생각으로, 어떤 장난을 치고, 어떤 친구를 사귀는지, 그 친구와는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관..
2023.11.27 -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이렇게 살았노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지브리의 명장 미야자키 하야오(宮﨑駿) 감독이 은퇴작이라고 공언한 (風立ちぬ,2013) 이후 은퇴를 번복하고 다시 내놓은 영화 (원제:君たちはどう生きるか)가 지난 달 개봉되었다. 가 되었던, 가 되었던, 이 되었던 미야자키의 지브리 세상에 입문한 영화팬이라면 이 거장의 신작에 관심과 기대를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이전의 영화 개봉 때와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였다. 사전에 홍보(선전) 활동을 전혀 펼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그랬고, 한국에서도 언론시사회 같은 행사 없이 바로 극장에 내걸렸다. 지브리의 자존심인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기대인지는 몰라도, 오랜만에 ‘작품만을 오롯이 보고, 영화의 숨은 의미를 찾아보는’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이 영화는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2023.11.27 -
[국가의 탄생: 메리 개프니의 저항] "옛날 옛적에 여자노예가 있었다" (티빙-파라마운트+)
넷플릭스와 힘겨운 ‘구독자 전쟁’을 펼치고 있는 국산OTT 중 하나인 티빙에는 ‘파라마운트+’라는 일종의 ‘채널 속 채널’이 있다. [탑건], [미션임파서블], [트랜스포머]. [대부] 같은 파라마운트 영화사 작품과 함께 ‘라이어니스-특수작전팀’, ‘헤일로’, ‘더 그레이트’, ‘NCIS’ 같은 미니시리즈가 가득 하다. 미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옐로우 재킷’이나 ‘프롬’ ,‘래빗홀’, ‘와이 우먼 킬’을 찾아봤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웹(앱) 목록을 뒤지다 보니 이런 게 있었다. ‘파라마운트+ 오리지널&독점’에 올라온 ‘국가의 탄생: 메리 개프니의 저항’이란 작품이다. 사실 데이비드 그리피스 감독의 ‘국가의 탄생’(The Birth of a Nation,1915)은 미국 영화사에서 기념비적인 무성영화이..
2023.11.24 -
[만추 리마스터링] “탕웨이는 왜 편지를 뜯어 삼켰을까?” (김태용 감독,2010)
탕웨이와 현빈이 주연을 맡은 김태용 감독의 (2010)가 10여년 만에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다시 극장에 내걸렸다. 탕웨이는 김태용 감독과 2014년 결혼하였고, 현빈은 손예진과 결혼했다. 는 10년이 지나서 다시 봐도, 잘 만든, 완숙한 멜로 드라마이다. 아마 시간이 갈수록 더 가치를 발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된다. 탕웨이가 한적한 주택가 도로를 정신없이 뛰어내랴오더니, 순간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누군가 쓰러져 있고, 탕웨이는 허겁지겁 편지를 뜯어서 꾸역꾸역 삼킨다. 경찰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그리고, 7년 뒤, 탕웨이가 연기하는 안나는 엄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사흘의 가석방을 얻는다. 쓸쓸한 모습의 안나가 장거리버스에 앉아 하염없이 허공을 바라볼 때, 누군가 ..
2023.11.24 -
[5시에서 7시까지의 주희] '생의 마지막 2시간' (장건재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1998)에서는 사람이 죽은 뒤 머무르는 1주일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들은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에서 ‘자신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소중했던 순간을 박제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누군가는 첫사랑이었을 것이고, 누구에게는 엄마의 따뜻한 품속을 기억할 것이다. 그렇게 그 사람은 그 순간을 기억하며 정말 세상과 헤어지는 것이다. 장건재 감독의 영화 라는 영화에서도 그런 삶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게 만든다. 물론, 다른 식으로 진행되는 기억의 정리인 셈이다. 주희(김주령)는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는다. 유방암이란다. 이제 자신의 삶을 차분히 정리하든지, 건강을 되찾기 위해 운동을 하든지 할 것이다. 주희가 돌아간 곳은 대학 연구실. 교수로서..
2023.11.24 -
[더 킬러] "프로페셔널 킬러의 길" (데이비드 핀처 감독)
‘세븐’과 ‘파이터클럽’의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에 이어 다시 넷플릭스과 손잡고 만든 영화 (원제:The Killer)가 내달 10일 공개된다. 네온사인 조명과 스타일리쉬한 액션이 펼쳐질 영화를 작은 핸드폰, 혹은 좀 큰 TV화면으로 본다는 것은 영화팬으로서는 억울한 일일 것이다. 다행히 오늘(25일)부터 극장에서 잠깐 상영된다. 우리나라 CGV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극장(잠깐)공개 – OTT’방식으로 선보인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애플TV+ 무비 도 그런 방식이다. 어쨌든 영화팬으로서는 다행인 셈이다. 영화는 ‘킬러’가 주인공이다. ‘레옹’보다는 스마트하고, ‘존 윅’보다는 육체적 부딪침을 덜 하는 살인청부업자이다. ‘킬러’ 마이클 파스팬더는 지금 초고성능 저격총을 앞에 두고 새로운 타켓을 ..
2023.11.24 -
[플라워 킬링 문] “좋은 인디언은 죽은 인디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1776년 영국에서 독립한 미국은 남북전쟁을 거친 뒤 그 약속의 땅을 독차지한다. 원래 이곳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여러 인디언 부족들이 말 타고 뛰어다니던 신의 땅이었다. 탐욕적인 백인은 광활한 서부로 내달리기 시작했고, 그 땅의 인디언들은 백인들에 의해 죽고, 학살당하고, 도륙당하고, 박멸 당한다. 살아남은 인디언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백인들에게 빼앗기고 수 백 킬로 떨어진 황야로 내몰린다. ‘인디언보호구역’이라는 아주 성스러운 이름을 가진 황무지로. 당시 인디언을 내몰아내던 군사작전을 펼쳤던 필립스 세리던 장군이 코만치 족 토사휘(Tosahwi) 추장에게 했다는 말은 여러 버전으로 전해지는데 바로 “좋은 인디언이란 죽은 인디언이야!”라는 말이다. 당시 미국 백인들은 원주민 인디언을 그런 식으로 ..
2023.11.24 -
[화란] “형님이라 하지 말고 형이라 해!” (김창훈 감독)
영화 ‘화란’속 17세 소년 연규는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 술만 마시면 폭력을 행사하는 의붓아버지의 집에서, 좁은 방에서 의붓 여동생과 생활하면서, 시궁창 같은 삶이지만 꿋꿋하게 버틴다. 연규는 악착같이 돈을 모아 이곳을 뜰 생각이다. 대학도, 군대도, 연애도 그의 목표가 아니다. 그가 꿈꾸는 도피처는 뜬금없이 ‘화란’이다. ‘네덜란드’ 말이다! 떠들썩한 운동장. 연규는 한참 생각한 끝에 돌멩이를 하나 움켜지더니 달려가서 학생 하나의 머리를 내리친다. 이복여동생 하얀을 괴롭힌 것에 대한 응징이다. 하지만 연규는 정학 당하고, ‘합의금 300만원’을 고스란히 떠안아야한다. 그의 편은 아무도 없다. 엄마도, 아빠도, 선생님도, 그 어떤 어른도 없다. 그때 그에게 손을 내민 사람은 동네 건달 치건이다. ..
2023.11.24 -
[크리에이터] “인간은 AI를 만들었다. HAL~” (가렛 에드워즈 감독)
올해 들어 AI와 챗GPT가 인간계(界)를 흥분에 빠뜨리고 있다. 인간이 만든 로봇이, 소프트웨어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어 아예 인간을 지배하거나 어쩌면 파멸에 이르게 한다는 이야기는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젠 ‘AI’에 감성을 입혀 '인간미'를 뛰어넘는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마 할리우드계(界)에 잠입한 AI들이 시나리오 작가의 펜을 원격제어하여 그렇게 AI프로파간다를 만들고 있는 모양이다. 여기 할리우드 최신작 ‘크리에이터’가 그런 세상을 보여준다. 영화는 2055년 AI의 위협에 대항하는 미국의 모습을 보여준다. AI가 LA상공에 핵폭탄을 터뜨려 엄청난 인명피해가 생겼던 것이다. 미국은 AI에 맞서기 위해 초강력/초대형 무기(우주항모 NOMAD)를 하늘에 띄우고 지구를 ..
2023.11.24 -
[독전2] 리선생을 쫓았는데, 왕선생이었다니...
2018년 개봉된 이해영 감독의 은 배우들의 색깔 있는 연기와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 그리고 복잡하면서도 매력적인 스토리로 영화팬의 사랑을 받았다. 글로벌한 마약조직(판매/유통)이 있고, 미스터리에 싸인 보스가 있고, 야심에 불타는 중간책이 있고, 모든 것을 내걸고 이들을 쫓는 형사가 있다. 1편은 라스트의 한 발의 총소리 때문에 더욱 영화의 재미를 살렸고, 속편에 대한 기대감, 혹은 궁금증을 키웠다. 결국, 극장용이 아니라 넷플릭스 무비로 완성되었다. 지난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무비 에서는 전편에 이어 살아남은(!) 인물 조진웅(형사)과 차승원(중간보스 브라이언), 그리고 무서운 남매, 김동영과 이주영이 계속 출연한다. 서영‘락’ 역에 류준열 대신 오승훈이 출연하고, 한효주가 진하림(김주혁)의 ..
2023.11.24 -
[서울의 봄] 밤은 길었고, 봄은 짧았다 (김성수 감독)
박정희 대통령이 자기가 한때 믿었던 심복의 총에 유명을 달리한 것은 1979년 10월 26일이다. 독재자의 갑작스런 퇴장은 권력의 공백을 불러왔고, 야심만만한 군인들은 “다음 차례는 나야!”라며 청와대로 줄을 세운다. 그 길목에 ‘1212 군사반란’이 자리하고 있다. 김성수 감독이 재현한 그날의 이야기가 영화 으로 완성된다. 영화는 궁정동 안가에서 대통령과 경호실장을 총으로 쏘아죽인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보안사로 끌려가 고초를 당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보안사령관이자 합수부장(1026사건합동수사본부장)이 된 전두환은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기관인 중정과 청와대 경호실을 장악한다. 천생 문관이었던 최규하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지만 계엄사령관인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에 기대어야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전두..
2023.11.24 -
[본 투 플라이] 타산지섬(他山之殲).. "Made in China 스텔스의 위협"
한국극장에서 중국영화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젠가부터 한국관객들은 ‘느와르 아니면 갬블러’ 일색인 홍콩영화도 안 보는데, ‘중화제일주의’로 무장한 중국영화를 볼 리가 있겠는가. 그리고 중국이 자기네들 인민해방군 건군90주년(2017), 중화인민공화국 건국70주년(2019),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2021)을 맞으며 쏟아낸 기념대작 역사물들은 더더욱 한국영화팬들의 발길을 끊어놓았다. 게다가 한국전쟁(중국에서 말하는 이른바 ‘항미원조전쟁’) 70주년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한국인의 신경을 건드리기도 했다. 그 와중에 한국극장가에 이른바 ‘국뽕스타일’의 중국영화 한 편이 개봉되었다. 다행히 한국역사를 건드린다거나, 우리 땅을 도발하는 프로파간다는 아니다. 오히려 우리나라 국방관계자, 방위산업체 종..
2023.11.24 -
[녹야] 판빙빙-이주영의 녹초가 된 하룻밤 (한슈아이 감독,2023)
지난달(2023년 10월)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중국의 판빙빙과 한국의 이주영 배우가 주연한 중국영화 (원제:綠夜/Green Night)가 지난 1일 한국극장가에 개봉되었다. 는 ‘LGBT’스타일의 느와르 영화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지독한 멜로물이기도 하다. 영화는 한국 인천항의 국제여객터미널 보안검색대에서 시작된다. 판빙빙이 연기하는 진샤는 이곳을 이용하는 승객의 입국심사를 담당하고 있다. 검사대에서 ‘삐~’소리가 나면 좀더 꼼꼼하게 승객의 휴대품 검사를 한다. 방금 가방 하나만 메고 온 ‘녹색머리’의 여인(이주영)이 수상하다. 그리고 진샤는 이 녹색여인과 함께 악몽 같은 이틀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초록머리’ 여자는 인천과 중국(옌타이)을 오가며 마약을 옮기는 운반책이..
2023.11.24 -
[만강홍: 사라진 밀서] "배고프면 오랑캐의 살로 배를 채우며,목마르면 흉노의 피를 마시리라" (장예모 감독)
지난 주 막을 내린 아시안게임은 중국 쩌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서 열렸다. 항저우의 서호(西湖) 인근에 악왕묘(岳王廟)가 있다. 우리나라로 친다면 ‘이순신’급 민족영웅으로 떠받드는 중화민족의 영웅 악비(岳飛) 장군의 묘이다. 중국 인구는 14억 정도이고, 다민족국가이다. 물론 한(漢)족이 90%이상을 차지한다. 중국도 오랜 역사를 거쳐 이민족의 침략을 받았다. 12세기경에는 북방민족이었던 여진족이 요나라를 멸망시키고 금(金)을 세운 뒤 남쪽의 송(宋)을 정벌하려 남하한다. ‘금’의 군사공세에 젊은 악비(岳飛)는 의용군에 입대하여 혁혁한 군사적 승리를 이끈다. 악비의 군대가 고군분투했지만, 송은 연전연패하더니 1126년 ‘정강의 변’이라는 일컬어지는 변고가 생긴다. 결국 송은 금나라에 패하고, 화북을 ..
2023.11.24 -
[30일] “우리 이전에 사랑했던가요?”
“I am loving you.”가 문법적으로 맞는 말인가? 사랑엔 국경도, 남녀도, 시제도 없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그대를 너무나 사랑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철석같이 믿었으니 둘은 결혼은 한 것이리다. 주위의 반대나, 둘의 현격한 차이도 잠시 잊고서 말이다. 그런데, 이런 결혼은 눈꺼풀에서 콩깍지가 떨어지면 금세 파경에 이른다. 여기 정열(강하늘)과 나라(정소민)가 그런 잘못된 선택으로 잘못된 길을 가게 된다. '만년 백수' 정열은 변호사가 되기 위해 미친 듯이 공부한다. 사이키조명이 신나게 돌아가는 디스코텍에서도 말이다. 그곳에서 운명의 여인 나라(정소민)를 만난다. 로코 드라마의 정석대로 둘은 주위의 극심한 반대를 이겨내고 결혼에 이른다. 그리고 온달과 평강처럼 산다..
2023.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