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개봉영화(97)
-
[나는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 다이어트와 정체성 (謝沛如 감독 大餓 Heavy Craving ,2019)
작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에서 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대만영화 (大餓/Heavy Craving)가 라는 제목으로 개봉된다. 다이어트를 보여주는 좀더 직접적인 제목으로 공개되는 셈이다. 영화는 105킬로그램의 뚱녀가 어떤 이류로 다이어트를 시도하다가 부딪치는 사회적 편견과 자아승리를 다룬 여성영화이다. 물론, 그렇게 보지 않아도 된다. 표준 체중/체형에 대한 관점이나 타인의 시선은 언제나 주관적인 판단이 따르니 말이다. 올해 서른 살의 주인공 쥐앤(차이지아인/蔡嘉茵)은 엄마(커슈친/柯淑勤)가 운영하는 방과후돌봄센터(安親班)에서 조리사로 일하고 있다. 오늘도 맛있는 음식을 푸짐하게 만들어 아이들의 점심으로 내놓는다. 아이들은 쥐앤을 ‘공룡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놀리지만 참을만하다. 오랫..
2020.09.21 -
[뮬란] 디즈니와 유역비의 거대한 전쟁
氣에서 시작하여 忠과 勇을 거쳐 孝로 끝나는 이야기 디즈니는 마블과 픽사, 루카스 필름, 그리고 폭스사를 인수하며 몸을 잔뜩 불리고 있다. 또한 자신들의 걸작 애니메이션도 열심히 실사영화로 다시 찍어내고 있다. 새로 나온 실사영화 은 그런 탐욕스러운 디즈니의 찬란한 최신 결과물이다. 애니메이션이 나온 1994년과 지금 지금 달라진 것은? 트럼프와 홍콩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영화산업 측면에서 보자면 아마도 ‘여성의 지위’과 ‘중국이란 거대한 나라’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문제일 것이다. 게다가 2020년은 코로나라는 전혀 예상 못한 글로벌 이슈까지 끼어들었으니 영화 속 전쟁만큼 혼란스럽다. 소녀, 12년간 남장한 채 싸우다 영어로 뮬란이란 불린 목란(木蘭,무란)은 중국에서는 심청이만큼, 잔다르크만큼 유명한..
2020.09.21 -
[공포분자] 공포는 디테일에 있다 (양덕창 감독, 恐怖分子 The Terroriser 1986)
양덕창(楊德昌/양더창, 에드위드 양) 감독은 후효현(허샤오센)과 함께 대만이 자랑하는 세계적 감독이다. 과 을 비롯하여 대만 신낭조를 대표하는 걸작들을 남긴 감독이다. 이중 과 , 는 이른바 양 감독의 ‘타이베이 3부작’으로 불린다. 흔들리는 대만의 모습을 다양한 방식으로 필름에 잡아낸다. 코로나사태 속에 (원제: 恐怖分子)가 17일 한국에서 개봉된다. 1986년 대만에서 개봉된 이래 무려 34년 만에 한국극장가에 정식으로 선보이는 셈이다. 물론 이 영화는 시네마떼크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적이 있다. 그리고 오래전 ‘분도비디오’라는 전설적 단체에 의해 비디오도 출시된 적이 있다. 그 영화를 이제 극장에서 정식으로 만나보게 되는 것이다. 물론, 대만에서 디지털 리마스터링 되었지만 여전히 화면은 클래식..
2020.09.17 -
[ 천수위의 낮과 밤] 안분지족의 삶 (허안화 감독 天水圍的日與夜/The Way We Are, 2008)
지난 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제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SWIFF2020)가 개막되었다. ‘여성과 영화’라는 어젠더를 결합시킨 SWIFF는 확실한 컨셉트와 관계자의 열정으로 꽤나 중요한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제한적인 범위에서 행사가 치러지지만 영화제의 관록을 보여주듯 훌륭한 프로그래밍과 알찬 행사를 준비했다. 오래 주목받는 프로그램은 홍콩 허안화(許鞍華) 감독 회고전이다. 허안화 감독은 1970년대 초중반에 TV방송사(TVB)에서 지금 봐도 인상적인 사회파 드라마를 다수 찍었고, 홍콩 신낭조(누벨버그)의 대표주자로 홍콩영화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수많은 작품을 내놓았다. 회고전을 통해 초기 TV드라마 네 편과 (79), (90) ,(06), (09) ..
2020.09.14 -
[나를 구하지 마세요] 세상에서 제일 슬픈 영화
지금 이런 시국에 이런 영화를 본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한줄기 빛이 되어 모두에게 희망의 디딤돌이 되어줘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일어난 일은 일어난 것이라니. 몇 년 전, 엄마가 어린 '아들'과 함께 삶을 마감한 사건이 있었단다. 남겨진 아이의 메모에는 “내가 죽거든 색종이와 십자수 책을 종이접기를 좋아하거나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세요”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고 한다. 아이는 자기가 어떤 운명이 될지 알면서도 엄마의 손에 이끌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왜 그랬을까. 아이가 가졌을 두려움은 컸을 것이다. 지금 현재의 괴롭고 힘든 삶, 그리고 혼자 남겨졌을 때의 두려움까지. 정연경 감독은 에서 그 두려움의 시간을 화사한 햇살과 푸르른 녹음의 강촌에서 비극적으로 빚어낸다. (..
2020.09.08 -
[테넷] 크리스토퍼 놀란의 시간은 거꾸로도 흐른다
에서 그 어려운 차원의 문제를, 에서 그 심오한 꿈의 심층으로 들어갔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이번엔 아인슈타인의 물리학에 도전한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다시 되돌아올 수 있을까. 그런데 신작 (원제:TENET)은 단순한 시간여행 영화가 아니다. 제임스 본드가 ‘미래의 Q’에게서 첨단무기를 전달받아 사방팔방, ‘뺑뺑이를 돌며’ 세계종말을 획책하는 빌런을 처치하는 스파이액션 영화이다. 그렇다. 설명을 들으면 말이다! 엄청 키 큰 여자, 빨간 줄 백팩 남자, 브룩스 브러더스 양복맨 영화는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오페라극장에서 벌어지는 테러 현장에서 시작된다. 테러리스트들이 총을 쏘며 공연장에 들이닥치고, 곧바로 테러진압요원들이 작전에 나선다. 공기흡입구를 통해 가스를 살포하고 객석의 사람들이 쓰러진다. 그..
2020.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