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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라이브즈] "두유 노 '인연'?" (셀린 송 감독)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언제부터 알고, 언제부터 사랑했었나요? 셀린 송 감독의 영화 를 보고 나면 옆에 앉은 사람을 잠시 안아보고, 손을 잡고, 등을 두드리고, 살포시 안아볼지 모르겠다.만약, 오래된 연인이라면. 오늘(6일) 개봉하는 영화 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 그 인연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이어진 사랑일 수도 있고, 지나간 사랑일 수도 있다. 여하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로맨스이다. 영화는 뉴욕의 한 바에서 시작된다. ‘동양 남자, 동양 여자, 그리고 서양 남자’ 이렇게 셋이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내레이션처럼 이들은 어떤 관계일까. 누가 누구와 연인인지, 혹은 지금의 연인은 누구일지, 혹은 누가 관찰자일지 궁금해진다. 영화는 24년 전으로 거슬러..
2024.03.08 -
[괴물] STAND BY ME (고레에라 히로카즈 감독)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포스터의 한 줄 태그라인이 궁금해서 어두운 극장 안으로 들어가서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 푹 빠져들 때가 있다. 아마도 고레에라 히로카즈 감독의 이 그런 영화일 것이다. 이 영화는 보기 전에 (이런, 영양가 없는) 영화리뷰도 읽지 말고, TV영화 프로그램의 상세한 소개도 보지 말고, 유튜브 짜깁기 영상도 멀리한 채 편안한 마음으로 머리와 가슴을 비우고 스크린을 응시하기를 권한다. 당신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과 소신, 사고방식, 철학관의 반영일 테이니. 에는 초등학교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 그리고 교장선생님이 나온다.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서, 교실에서 어떤 생각으로, 어떤 장난을 치고, 어떤 친구를 사귀는지, 그 친구와는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관..
2023.11.27 -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이렇게 살았노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지브리의 명장 미야자키 하야오(宮﨑駿) 감독이 은퇴작이라고 공언한 (風立ちぬ,2013) 이후 은퇴를 번복하고 다시 내놓은 영화 (원제:君たちはどう生きるか)가 지난 달 개봉되었다. 가 되었던, 가 되었던, 이 되었던 미야자키의 지브리 세상에 입문한 영화팬이라면 이 거장의 신작에 관심과 기대를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이전의 영화 개봉 때와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였다. 사전에 홍보(선전) 활동을 전혀 펼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그랬고, 한국에서도 언론시사회 같은 행사 없이 바로 극장에 내걸렸다. 지브리의 자존심인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기대인지는 몰라도, 오랜만에 ‘작품만을 오롯이 보고, 영화의 숨은 의미를 찾아보는’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이 영화는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2023.11.27 -
[국가의 탄생: 메리 개프니의 저항] "옛날 옛적에 여자노예가 있었다" (티빙-파라마운트+)
넷플릭스와 힘겨운 ‘구독자 전쟁’을 펼치고 있는 국산OTT 중 하나인 티빙에는 ‘파라마운트+’라는 일종의 ‘채널 속 채널’이 있다. [탑건], [미션임파서블], [트랜스포머]. [대부] 같은 파라마운트 영화사 작품과 함께 ‘라이어니스-특수작전팀’, ‘헤일로’, ‘더 그레이트’, ‘NCIS’ 같은 미니시리즈가 가득 하다. 미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옐로우 재킷’이나 ‘프롬’ ,‘래빗홀’, ‘와이 우먼 킬’을 찾아봤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웹(앱) 목록을 뒤지다 보니 이런 게 있었다. ‘파라마운트+ 오리지널&독점’에 올라온 ‘국가의 탄생: 메리 개프니의 저항’이란 작품이다. 사실 데이비드 그리피스 감독의 ‘국가의 탄생’(The Birth of a Nation,1915)은 미국 영화사에서 기념비적인 무성영화이..
2023.11.24 -
[만추 리마스터링] “탕웨이는 왜 편지를 뜯어 삼켰을까?” (김태용 감독,2010)
탕웨이와 현빈이 주연을 맡은 김태용 감독의 (2010)가 10여년 만에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다시 극장에 내걸렸다. 탕웨이는 김태용 감독과 2014년 결혼하였고, 현빈은 손예진과 결혼했다. 는 10년이 지나서 다시 봐도, 잘 만든, 완숙한 멜로 드라마이다. 아마 시간이 갈수록 더 가치를 발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된다. 탕웨이가 한적한 주택가 도로를 정신없이 뛰어내랴오더니, 순간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누군가 쓰러져 있고, 탕웨이는 허겁지겁 편지를 뜯어서 꾸역꾸역 삼킨다. 경찰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그리고, 7년 뒤, 탕웨이가 연기하는 안나는 엄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사흘의 가석방을 얻는다. 쓸쓸한 모습의 안나가 장거리버스에 앉아 하염없이 허공을 바라볼 때, 누군가 ..
2023.11.24 -
[5시에서 7시까지의 주희] '생의 마지막 2시간' (장건재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1998)에서는 사람이 죽은 뒤 머무르는 1주일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들은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에서 ‘자신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소중했던 순간을 박제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누군가는 첫사랑이었을 것이고, 누구에게는 엄마의 따뜻한 품속을 기억할 것이다. 그렇게 그 사람은 그 순간을 기억하며 정말 세상과 헤어지는 것이다. 장건재 감독의 영화 라는 영화에서도 그런 삶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게 만든다. 물론, 다른 식으로 진행되는 기억의 정리인 셈이다. 주희(김주령)는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는다. 유방암이란다. 이제 자신의 삶을 차분히 정리하든지, 건강을 되찾기 위해 운동을 하든지 할 것이다. 주희가 돌아간 곳은 대학 연구실. 교수로서..
2023.11.24 -
[더 킬러] "프로페셔널 킬러의 길" (데이비드 핀처 감독)
‘세븐’과 ‘파이터클럽’의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에 이어 다시 넷플릭스과 손잡고 만든 영화 (원제:The Killer)가 내달 10일 공개된다. 네온사인 조명과 스타일리쉬한 액션이 펼쳐질 영화를 작은 핸드폰, 혹은 좀 큰 TV화면으로 본다는 것은 영화팬으로서는 억울한 일일 것이다. 다행히 오늘(25일)부터 극장에서 잠깐 상영된다. 우리나라 CGV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극장(잠깐)공개 – OTT’방식으로 선보인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애플TV+ 무비 도 그런 방식이다. 어쨌든 영화팬으로서는 다행인 셈이다. 영화는 ‘킬러’가 주인공이다. ‘레옹’보다는 스마트하고, ‘존 윅’보다는 육체적 부딪침을 덜 하는 살인청부업자이다. ‘킬러’ 마이클 파스팬더는 지금 초고성능 저격총을 앞에 두고 새로운 타켓을 ..
2023.11.24 -
[플라워 킬링 문] “좋은 인디언은 죽은 인디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1776년 영국에서 독립한 미국은 남북전쟁을 거친 뒤 그 약속의 땅을 독차지한다. 원래 이곳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여러 인디언 부족들이 말 타고 뛰어다니던 신의 땅이었다. 탐욕적인 백인은 광활한 서부로 내달리기 시작했고, 그 땅의 인디언들은 백인들에 의해 죽고, 학살당하고, 도륙당하고, 박멸 당한다. 살아남은 인디언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백인들에게 빼앗기고 수 백 킬로 떨어진 황야로 내몰린다. ‘인디언보호구역’이라는 아주 성스러운 이름을 가진 황무지로. 당시 인디언을 내몰아내던 군사작전을 펼쳤던 필립스 세리던 장군이 코만치 족 토사휘(Tosahwi) 추장에게 했다는 말은 여러 버전으로 전해지는데 바로 “좋은 인디언이란 죽은 인디언이야!”라는 말이다. 당시 미국 백인들은 원주민 인디언을 그런 식으로 ..
2023.11.24 -
[화란] “형님이라 하지 말고 형이라 해!” (김창훈 감독)
영화 ‘화란’속 17세 소년 연규는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 술만 마시면 폭력을 행사하는 의붓아버지의 집에서, 좁은 방에서 의붓 여동생과 생활하면서, 시궁창 같은 삶이지만 꿋꿋하게 버틴다. 연규는 악착같이 돈을 모아 이곳을 뜰 생각이다. 대학도, 군대도, 연애도 그의 목표가 아니다. 그가 꿈꾸는 도피처는 뜬금없이 ‘화란’이다. ‘네덜란드’ 말이다! 떠들썩한 운동장. 연규는 한참 생각한 끝에 돌멩이를 하나 움켜지더니 달려가서 학생 하나의 머리를 내리친다. 이복여동생 하얀을 괴롭힌 것에 대한 응징이다. 하지만 연규는 정학 당하고, ‘합의금 300만원’을 고스란히 떠안아야한다. 그의 편은 아무도 없다. 엄마도, 아빠도, 선생님도, 그 어떤 어른도 없다. 그때 그에게 손을 내민 사람은 동네 건달 치건이다. ..
2023.11.24 -
[크리에이터] “인간은 AI를 만들었다. HAL~” (가렛 에드워즈 감독)
올해 들어 AI와 챗GPT가 인간계(界)를 흥분에 빠뜨리고 있다. 인간이 만든 로봇이, 소프트웨어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어 아예 인간을 지배하거나 어쩌면 파멸에 이르게 한다는 이야기는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젠 ‘AI’에 감성을 입혀 '인간미'를 뛰어넘는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마 할리우드계(界)에 잠입한 AI들이 시나리오 작가의 펜을 원격제어하여 그렇게 AI프로파간다를 만들고 있는 모양이다. 여기 할리우드 최신작 ‘크리에이터’가 그런 세상을 보여준다. 영화는 2055년 AI의 위협에 대항하는 미국의 모습을 보여준다. AI가 LA상공에 핵폭탄을 터뜨려 엄청난 인명피해가 생겼던 것이다. 미국은 AI에 맞서기 위해 초강력/초대형 무기(우주항모 NOMAD)를 하늘에 띄우고 지구를 ..
2023.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