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11. 17:32ㆍ한국영화리뷰
코트 위에서 불꽃 스파이크가 작렬하는 스포츠 ‘배구’를 소재로 한 영화 <1승>이 관객들을 만난다. ‘페어러브’, ‘조류인간’, ‘프랑스 영화처럼’, ‘로마서8:37’ 등 개성적인 작품을 감독하고 <동주>와 <거미집>의 각본을 쓴 신연식 감독이 작심하고 만든 대중적 작품 <1승>은 승리와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들이 해체 직전의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에서 단 한 번의 승리를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충무로 최강의 아우라를 가진 송강호가 절망의 배구팀을 이끄는 감독으로, 충무로 최고의 연기변신을 자랑하는 박정민이 그 배구팀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관종’ 구단주로 출연하여 장윤주 등 오합지졸의 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울고 웃게 만든다. 과연 프로의 세계에서 선수를 춤추게 하는 것은 돈일까, 칭찬일까. 서브한 공, 토스한 공, 스파이크 내리 꽂은 공이 관객에게 날아간다.
김우진(송강호)은 어쩌면 유망주 배구선수였는지 모르겠지만 학창시절의 불운으로 패배만 거듭하며 나락으로 떨어진 비운의 배구지도자가 된다. 운동뿐만 아니라 인생까지 패배가 일상인 그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재벌 2세’ 강정원(박정민)이 최약체 팀 ‘핑크스톰’을 인수하고는 트럼프 스타일의 ‘예측불가’ 팀 운영을 시작한다. 인생의 밑바닥을 맛본 감독과 배구에 문외한이지만 관종의 구단주가 한 시즌이라도 무사히 동행할 수 있을까. 이 위태로운 전선에 이런저런 ‘외인구단’같은 선수들이 집결된다.
영화 <1승>은 ‘공포의 외인구단’같은 선수조합과 실력은 검증 안 되었지만 사연은 확실한 감독, 그리고 좌충우돌하는 구단주가 뒤엉켜 ‘1승’이라는 고귀한 목표를 앞에 내세우고 물 밑에서는 열심히 갈퀴질을 하고, 무대 뒤에서는 멱살잡이는 하는 스포츠 드라마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송강호의 힘 뺀 코미디 연기까지 더해져 흥미롭다.
단 한 번이라도 승리의 기쁨을 맛보고 싶은 ‘핑크스톰’은 시작은 초라하고, 허술하고, 비틀대지만 경기가 거듭될수록 단단하게 뭉치게 되고, 그만큼 삶의 절박함을 느끼게 된다. 송강호 감독, 아니 신연식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거창한 강팀으로의 변신이 아니라 단 한 번의 승리가 주는 달콤한 의미를 전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드라마가 강한 스포츠 영화에서는 누가 이기고 지느냐는 중요하지 않지만, 이 영화를 보노라면 그들에게는 1승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하찮은, 혹은 지극히 소중한 ‘1승’이 삶의 환희이며, 인생의 동력이며, 미래의 희망이니 말이다.
▶1승 (ONE WIN) ▶각본/감독: 신연식 ▶출연:송강호, 박정민, 장윤주, 박명훈, 이민지, 신윤주, 시은미, 장수임, 차수민, 송이재 ▶제작:㈜루스이소니도스 ▶개봉:2024년 12월 4일/ 107분/12세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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