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가게] 강풀이 그리고, 김희원이 켜다 (디즈니플러스)

디즈니플러스 [조명가게]

 디즈니플러스 최고의 '아웃풋'이라고 할 수 있는 <무빙>의 성공에 힘입어 강풀 작가의 또 다른 원작 웹툰이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2011년 연재된 <조명가게>이다. <무빙>이 ‘우리 안에 숨어있는’ 초능력자들의 커밍아웃이었다면, <조명가게>는 사바세계와 겹친 사후세계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명운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그들이 이승의 인연을 끊고, 영원히 저 세상을 사라질지 아니면 생의 불꽃을 다시 피울지. 바로 그 림보(Limbo)의 공간이 ‘조명가게’이다. 필라멘트가 파르르 떨면서 마지막 숨을 쉬는 곳이다. 

 강풀 작가의 원작 웹툰처럼 드라마는 사연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어두운 골목을 헤매다가 불빛이 빛나는 ‘조명가게’를 찾아오는 모습을 그린다. 그들은 친구가 있고, 가족이 있고, 연인이 있으며, 삶이 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들의 삶의 방식으로, 기억으로, 흔적으로 이곳을 찾아 그들의 삶에 어울리는 전구를 찾는다. ‘조명가게’ 주인은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지 지켜볼 뿐이다. 드라마 전반부에서는 이들의 모습을 ‘30촉 백열등’ 밝기로 보여준다. 누구인지, 왜 그러는지 알 수 없다. 오직 조명가게 주인 원영(주지훈)만이 자리를 지키며 그들의 선택을 지켜볼 뿐이니까. 

 현민(엄태구)은 늦은 밤 버스정류소에서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지영(김설현)의 모습이 계속 눈에 밟힌다. 비가 쏟아지는 다음 날에도. 지영이 그런다. “저를 기억 못하나요?”  야간자율학습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현주(신은수)는 오늘도 전구를 사오라는 엄마(이정은) 부탁으로 조명가게 들른다. 원영은 버터 맛 캔디를 주면서 이상한 이야기를 들러준다. 선해(김민하)는 혜원(김선화)과 같이 살 집을 알아보면서 계속 다툰다. 집을 구했지만 나갈 방도가 없다. 농구공을 든 학생 기해(허지웅)는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노래를 흥얼대며 며칠 째 어두운 골목만 맴돌고 있다. 아내를 잃은 형사(배성우)는 미제사건에 매달리다가 김상훈(김대명)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집중호우가 쏟아지던 날 버스기사 오승원(박혁권)은 빗길에 사고를 낸다. 중환자병동의 간호사 영지(박보영)는 생과 사의 길목에서 그들은 본다. 

디즈니플러스 [조명가게]

 강풀 작가는 가족, 친구, 연인, 커플들을 사연을 파편적으로 보여준다. 그들 각자의 감정의 깊이를 알 수가 없다. 어쩌면 그들은 ‘생전에는’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뜻밖의 사고로 그들은 그 관계의 소중함을 깨우치게 된다. 물론, 기억한다면! 그리고 그 사랑을 깨닫는 순간 영원한 이별이 기다린다.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아무리 그리워도, 아무리 안타까워도. 아무리 이름을 부르고, 엄마를 불러도 말이다. 각자의 배역에 완전히 동화된 배우들이기에 모두의 이야기에 스며들게 된다. 

 스토리텔러 강풀 작가의 천재성과 신인감독 김희원의 놀라운 연출력으로 디즈니플러스 <조명가게>는 <무빙>을 뛰어넘는 인간드라마로 완성된다.

 <무빙>과 <조명가게>를 거치면서 이제 강풀의 웹툰 속 인물들은 영생을 얻었다. 무너진 아파트 잔해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사탕을 통해 다음 세대와 이어지고 희수와 영탁은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다음 스테이지를 준비 중인 것이다. 

▶조명가게 (영어제목:Light Shop) ▶감독: 김희원 ▶원작/각본: 강풀 ▶출연: 주지훈(정원영) 박보영(권영지) 김설현(이지영) 배성우(형사) 엄태구(김현민) 이정은(정유희) 김민하(윤선해) 박혁권(오승원) 김대명(김상훈) 신은수(주현주) 김선화(박혜원) 김기해(허지웅) ▶특별출연: 고윤정(장희수) 박정민(김영탁) ▶제작:미스터로맨스, 무빙픽쳐스컴퍼니 ▶공개:2024년 12월4일~12월18일(총 8부작)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