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수선의 여름] 시골소년 입봉기 (이계현 감독 王首先的夏天 2002)

2019. 8. 7. 10:21중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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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02.4.29.) 전주에 내려갔다. 시간이 맞지 않아 비디오 시사실에서 <왕수선의 여름>을 골랐다. 리지시엔(李继贤)이라는 낯선 중국 영화감독 이름에 반하기도 했지만, 영화 소개글에 따르면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작품 같은 아동영화라는 것이 끌렸다. 영화는 다행히 재미있었다. (이미, 6세대 감독의 지루함과 정치성에 질려버린 감이 있기에...)

 

중국에서 영화 만들기는 상당히 어렵다. 각종 소재에서부터 당국의 철저한 심사와 간섭을 받아야한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최종완성본까지, 그리고 해외영화제 출품시에는 허가를 따로 받아야한다. 이번 전주영화제에도 두 편의 중국영화가 마지막 순간에 참가가 불허되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중국의 영화현실에서 보았을 때 꽤나 모범적인 작품이다. '중영집단'의 상영허가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번 52회 베를린영화제에도 출품되어 좋은 평가를 받았었다.

 

영화는 단순히 아동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 이란영화들이 온갖 이유로 정치적인 영화나 성인용 영화의 제작을 금하는 까닭에 아동영화에서 심오한 철학적 사유를 뽑아내거나 공감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 영화는 중국 산골의 한 어린이를 통해 영화 만들기의 고뇌와 희망을 묘사한다.

 

영화는 어느 중국 산골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장예모 감독의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흙먼지 날리고, 때가 줄줄 흐르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뛰노는 그런 동네. 왕수선은 몇 번을 낙제하여 동급생보다 두어 살이나 위인 이른바 문제아이다. 아버지의 말에는 꼬박꼬박 "안 해요!"라고 말대꾸하고 TV에 나오는 주윤발의 홍콩액션물에 열광하는 그런 소년이다. 어느 날 마을공터에 영사막을 설치해놓고 동네사람 모여서 영화를 본다. 그때 보는 영화는 장예모감독-강문 주연의 <유화호호설>이란 영화다. 오랜만에 대하는 문화행사라서 마을사람이 모여서 모두 웃고 떠들며 즐거워한다. 왕수선은 언젠가부터 영화에 대한 동경을 키워온다. 그런데, 어느 이 산골마을에 뜻밖의 사람들이 찾아온다. 이 마을에서 영화를 찍을 것이라고. 그런데 더욱 반가운 소식은 감독이 이 동네 아이들 중 한 명을 캐스팅하여 주인공 싱싱(星星)역을 맡기겠다고 하지 않는가.

 

왕수선은 그날부터 제 정신이 아니다. 오직 이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소망인 것이다. 촬영장에 찾아가서는 마실 물을 갖다 바치고 어떻게든 출연해 보러한다. 감독은 오디션을 실시한다. 예쁜 도회누나(여배우) 앞에서 무슨 말이든 말을 하라고 한다. 하지만 이 시골 벽지에 처박혀 살던 순진한 꼬맹이들이 무슨 용기로 대사를 읊조리겠는가. 모두 우물쭈물. ", 나이가 많고 공부도 못하는 게 무슨 영화야. 그 시간에 공부나 해라"고 교장선생님으로부터 '꿈도 꾸지 말라'는 말을 들은 왕수선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오디션장에 뛰어든다. 고추를 마구 씹어 먹고 눈에는 후추를 문질러 눈이 벌개진 상태. 눈물을 마구 쏟으며 리얼하게 '여배우'에게 매달려 연기를 해낸다. 감독으로선 놀랄 수밖에. 이때부터 왕수선의 스크린 데뷔전이 시작된다. 조감독(成太生)은 교장을 구슬린다. 교과서 한 줄 못 읽던 왕수선은 오직 영화출연을 위해 각본을 다 외고, 교과서를 다 외워버리는 믿지 못할 괴력을 발휘한다.

 

교장의 O.K.싸인이 떨어지고 왕수선은 신이 난다. 그런데, 이건 또 뭐야. 예쁜 누나배우와의 대사가 이렇다. "도시가 싫어졌어. 난 시골로 돌아갈래!"라니. 왕수선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시골사람 누구라도 도시로 나가려고 그러지 왜, 이런 촌동네가 좋아 돌아가겠냐고. 그는 계속 대사를 틀리게 말한다. 감독도, 조감독도 화가 머리끝까지 난다. N.G, N.G, N.G,

 

<패왕별희>에서 어린 장국영이 "~~나는 원래 여자로 태어나서...."라는 대사 때문에 혼줄이 나듯이.. 왕수선은 각본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면서 친구들을 상대로 투표를 한다. '시골로 돌아갈 것인가, 도시에 남을 것인가.'라고. 그런데 그 결과는 100% 도시에 남을 것이라는 걸로 나왔다. 어쨌든 왕수선은 짤린다.

 

도시에서 온 촬영팀이 떠나고 왕수선은 촬영장에 떨어진 촬영기자재 하나를 발견한다. 'Light Meter'라는. 왕수선은 손수건에 곱게 싸서 촬영팀을 쫓아간다. 마치 <책상서랍 속의 동화>에서 문제아 장휘거가 무작정 도시로 갔듯이 말이다. 트럭에 몰래 올라탔다가 잠이 들어 깬 곳은 허허벌판. 손에 쥐었던 '조명기'는 사라졌고. 그는 한밤에 모래를 한참이나 파헤쳐서 겨우 찾아낸다. 왕수선은 자기가 어디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터벅터벅 걸어간다. 쏟아지는 비속에 쓰러진 그를 촬영팀이 찾아낸다.

 

스타를 꿈꾸는, 아니면 영화출연을 꿈꾸는 사람의 이야기는 자주 있었다. 그리고 그 소동도 재미있기 마련이다. 영화라고는 거의 접해보지 못한 시골소년이 영화라는 매체에 동경을 느낀다는 것이 흥미롭다. 게다가 갖은 수단방법을 다 써가며 주인공 자리를 꿰차는 것은 분명 뭔가가 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심각하지는 않지만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해준다. 무작정 도시가 좋다는 중국인의 컨센서스. 중국인의 마음에 자리잡은 그러한 도회지향의 출세욕구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농현상, 유맹... 물론, 이런 이야기는 1980년대 이후 현대화, 자본주의화 되어가는 중국사회에서 꽤나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그런 사회의 부조리와 심각성을 동심의 세계로 치환한 재주가 예사롭지 않다.

 

이 영화에서 무대포 왕수선의 마음을 이해하는 조감독으로 출연한 배우는 성태생(成太生)이라는 배우이다. 이 배우에 대해 찾아보니 꽤나 흥미롭다. 산서성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노동자였던 아버지처럼 펄펄 끓는 용광로에서 노동일을 하다가 우연히 이 동네에 찾아온 극단에 의해 캐스팅되어 무대에 서게 된다. 그 일을 계기로 성태성은 연기학교에 진학했고, 북경까지 올라와서 중앙희극학원에 입학한다. 그가 출연한 <해산물>(海鮮)<왕수선의 여름>과 함께 52회 베를린영화제에 출품되었었다. 그리고, 얼마 있다 열린 프랑스 낭트3대륙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부산영화제와 전주영화제에 빠지지 않고 소개되는 중국 6세대’, 혹은 당대의 영화감독의 작품들이 너무 무겁고, 너무 어두웠던 것에 비해 이 영화는 밝고, 재미있고, 대중적이었다. 그리고, 충분히 감동적이고 말이다. 중국 영화감독들도 자신의 생존방법을 찾아가는 모양이다. 마치, 이란의 감독들처럼. (박재환 2002/4/29)

 

왕수선의 여름 (이계현 감독 王首先的夏天 2002)

감독: 리지시엔 (李繼賢각본: 李鴻禾) 출연: 출연: 성태신(成泰燊) 위지림(魏志林) 성태생(成太生) 제작:중국전영집단공사, 3제편공사 3회 전주영화제 상영작 

일본개봉제목: 无思

 

 

王首先的夏天 (豆瓣)

什么是话题 无论是一部作品、一个人,还是一件事,都往往可以衍生出许多不同的话题。将这些话题细分出来,分别进行讨论,会有更多收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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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王首先的夏天》王首先为什么迫不及待地要把测光表还给摄制组?

《王首先的夏天》王首先为什么迫不及待地要把测光表还给摄制组? 《王首先的夏天》 中国西北的一个小村子里,十二岁的少年王首先陷入了极度的迷惑之中,到底是城里好还是乡下好?他和“城里人”的观念发生了激烈的冲突。而这一切并不来源于城里人对乡村的歧视,而是来源于城里人对乡村的想象。可以说,王首先这个不平静的十二岁的夏天都是“电影”惹的祸。如果不是一个摄制组的到来,他可能不会这么年轻就要面对那么多复杂的问题。王首先无法想象城里人居然不喜欢城里的生活,更无法想象他要扮演的那个电影中的角色,一个乡下的孩子进城之后为什么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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