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훗날 우리] 첨밀밀 중국현실버전 (유약영 감독 後來的我們 2018)

2018. 7. 11. 10:19중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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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진가신 감독의 1996년도 작품 <첨밀밀>은 지금 봐도 그 시대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다. 1997년 홍콩이 영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조국 중국으로 영예롭게 복귀’하는 그 시점을 배경으로 ‘자유와 기회의 땅’ 홍콩으로 건너온 중국남자 여명과 역시 돈을 벌기 위해 이곳에 온 장만옥이 만나 가슴 아련한 로맨스를 펼친다. 그들에겐 청춘도, 사랑도, 낭만도 덧없는 사치이다. 흘러가는 시간처럼, 등려군의 노래와 함께 변해가는 중국/홍콩의 위상에 보는 사람의 가슴이 먹먹해질 뿐이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또 한 편의 ‘첨밀밀’이 도착했다. 지난 4월말, 중국에서 개봉된 <먼 훗날 우리>(後來的我們)라는 작품이다. 감독은 대만출신의 유약영(劉若英)이다. 유약영은 원래 가수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영화는 2007년 춘절(설)부터 10년간 펼쳐지는 중국청년의 이야기이다. 해마다 춘절이 되면 북경에서 아등바등 살려고 발버둥치던 청춘은 고향을 찾는다. 이들은 고향(흑룡강성)에서 대학을 나온 뒤 취직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북경(베이징)으로 온 청춘이다. 당연히 베이징 호적이 없으니, 베이징에서의 삶은 고단하다. 남자 지앤칭(정백연)은 중관촌(이전, 우리의 용산전자상가에 해당)에서 터를 잡고 따오판(해적판시디)을 팔며 IT업계 취직과 성공을 꿈꾼다. 여자 샤오샤오(주동우)는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북경에 뿌리를 내리려고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남친을 바꾼다. 그렇게 해가 바뀌고, 또 춘절이 오면 그들은 고향을 찾는다. 지엔칭의 아버지(전장장)는 고향에서 홀로 찐빵가게를 꾸리며 아들의 성공과 여친의 안녕을 기원한다. 하지만 세월이 가도, 해가 바뀌어도 그 남자의 운도, 그 여자의 사랑도 나아지지 않는다.   

이 영화를 처음 볼 때는 캠퍼스로맨스나 시골청춘 상경기, 마윈(馬雲)스토리 정도를 예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중국의 청춘도 고달프다. 그리고 그 인연은 질기다. 끊을 수 없는 인연. 두 사람은 사랑했을까.

 

이 영화에는 꽤 인상적인 대사가 많이 나오는데 이런 말이 특히나 남는다. 새 남친이 생겼다는 말에 “그 사람이 저 하늘의 별도 따라주더니?”라는 대사. 이 말은 상대를 위해 뭐든지 해 줄 수 있다는 연애의 감정을 실은 말일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다르게 들린다. 원래 이 말은 모택동이 권력을 잡은 뒤(1968년) 다시 정강산(중국공산혁명의 성지)에 올라 쓴 시구이다.(上九天揽月,下五洋捉鳖 - 하늘에 올라 달을 따고, 바다에 뛰어들어 자라를 잡는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용기를 잃지 않고 과감하게 덤벼 목표를 성취하겠다는 불굴의 도전정신을 말한다.   

<먼 훗날 우리>에서 남자주인공은 (베이징출신이 아닌) 시골출신으로 갖은 고생 끝에 베이징에서 자리를 잡는다.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 마침내 자신의 영역에서 성과를 거두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룬다. 물론, 그 지난한 세월이 휘익 지난 뒤 옆을 보면 누군가 부재한다. 그 옛날 자신의 높은 꿈과 허황된 목표를 줄곧 지켜봐 주었던 그 연인은 없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그랬더라면....’, 혹은 ‘그때 그러지 않았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본 연인이라면 있을 때 먼저 “미안해”라고 말하고, 언제나 “내가 더 많이 사랑할게”라고 말할 것이다. 청춘의 한때는 아름다우니.   

물론, 아버지세대는 인생을 더 깊고, 더 여유 있게 바라본다. 남자주인공의 아버지처럼, 어쩌다 고향에 돌아오는 아들을 가만히 기다리며, 남은 인생을 축복할 뿐이다.   

중국에서 한 달 여 상영하면 13억 6천만 위앤(232억 원)의 초대박 흥행성공을 거둔 <먼 훗날 그대>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 국가에 소개되었다. 넷플릭스는 최근 중국 영화를 다수 끌어들이면 자신들의 콘텐츠를 더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참, 유약영 감독은 대만출신이라고 했는데 찾아보니 흥미롭다. 할아버지가 국민당 장성 출신이다. 장개석이 모택동에 패하고 대만으로 건너올 때 고축동(顧祝同) 장군과 함께 마지막 비행기로 건너온 군인이다. 대만에서 국방부 대리부장까지 지냈단다. 중국의 역사도, 중국의 청춘도, 도도한 시간 속에 흘러간다. (박재환 2018.6.26)

【後來的我們】明明可以做到唔好留下遺憾 父母親永遠是後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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