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헐크] 두 얼굴의 사나이, 야망의 계절, 그리고 이안

미국영화리뷰

by 내이름은★박재환 2008. 5. 3. 11:20

본문

사용자 삽입 이미지
[Reviewed by 박재환 2003-7-14]    신세대와 이야기하다보면 "조용필이 누구에요?"라는 말을 듣게 된다. "아니? 이럴 수가!" 나훈아는 트로트 가수요, 소방차 좋아한다라는 말이 개그인 줄은 알지만 조용필이 왜 국민가수인지를 모르는 사람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유는? 386간격이란 것이다. 서재응은 알지만 최동원은 모를 것이고, 이승엽을 알아도 김봉연은 모를만큼 세월이 흐른 것이다. <두 얼굴의 사나이 헐크>라는 재미있는 TV외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듣기는 했어도 본 적이 없는 세대가 극장가를 뒤덮은 것이다. 그래서 나이든 영화 리뷰어들이 <TV판 헐크>를 이야기하더라도 실감이 나지 않을수 밖에.

게다가 이안이 물 건너 미국에 가서 벌이는 동서문화논란만큼 이른바 '마블 코믹스'판 <만화 헐크>를 본 사람조차 한국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번 여름 <와호장룡>같은 영화, 아니면 <아이스 스톰>같은 영화를 만들었던 이안이 녹색괴물을 들고 나왔을때 미국이나 한국이나 영화 좀 봤다는 사람은 당황해할 수 밖에 없다.

  이안 감독에 대해 조금만 이야기하자면 그는 대만을 떠날 때부터 종잡을 수 없는 그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대나무 위에서 춤을 추듯 대결을 펼치고, 성벽을 옆으로 타고 뛰어가는 <와호장룡>에 환호성을 펼치던 서양의 사람들과 그 영화에서 인연과 도 타령을 하는 동양 관객을 혼란시키던 이안은 <헐크>에서는 첨단 과학이 만들어낸 돌발사고의 희생자의 분노를 통해 부자간의, 자아인식의 혼란을 또다시 동과 서의 관객에게 저울질하게 만든다.

  만화는 본 적이 없으니 생략하고. TV이야기를 하자면... 빌 빅스비라는 배우가 연기하는 '데이빗 브루스 베너' 박사는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다 사고로 감마선을 쬐게된다. 그 사고의 여파로 그는 정서적으로 분노를 느끼게 되면 거대한 녹색 괴물 - 인크데더블 헐크로 변한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끈질기게 베너 박사를 쫓아다니는 파파라치 기자가 한 명 있었다는 것과 매번 마지막 장면은 히치 하이크를 하며 미국 전역을 도망다니는 베너 박사의 쓸쓸한 뒷모습이었다는 것이다.

  이안은 이 유명한 만화와 TV시리즈의 슈퍼 히어로 '헐크'를 엉망진창으로 재현해 내었다. 그 잘난 ILM의 특수효과가 만들어낸 헐크는 진짜 '슈렉'이다. 원작이 만화임을 잊지 말라는 뜻인지 헐크는 이전 그 어떤 영화의 히어로보다 더 탄력적이고 슈퍼 '파워' 맨이다. 게다가 '킹콩'처럼 여자친구를 끔찍이도 보호해 준다. 이안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아버지와의 이야기를 위해서인지 원작에도 없는(있을지도 모른다. 안 봤기 때문에..) 아버지 과학자를 출연시켜 '아 엠 유어 파더!"를 거듭하게 만든다. (TV의 데이빗 브루스 베너가 세포분열을 하듯 아버지 데이빗과 아들 브루스가 되었다!) 그 아버지는 X맨에 나오는 돌연변이, 혹은 <터미네이터>시리즈에 나왔던 놈처럼 변신기능까지 있다. 세상에나.... 역시 <헐크>는 이안이 자신의 명성과 능력을 잠시 접어두고 "나도 이런 만화같은 영화 만들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준 '비싼' 소품같다.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이 '과대평가' 받은 것처럼 <헐크>를 과대평가 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그 호화찬란한, 그래서 실사와는 따로 노는 CG 때문에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한 것 같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갑자기 그 옛날 TV외화가 한편 더 생각났다. 1983년에 첫 방송되었던 <야망의 계절>이란 드라마이다. 2차대전 후 미국에 정착한 독일계 가족이 펼치는 미국판 패밀리 스토리이다. 모범학생이었던 형(피터 스트라우스)은 상원의원이 되고, 골치덩이 동생은 뒷골목 살인자로 전락하는 것이 주된 줄거리이다. 동생 역을 맡았던 배우가 바로 이 영화에서 '파더' 역인 닉 놀테였다. 이 외화를 너무 재밌게 봤기에.. 하나 더 기억한다. 빌 빅스비는 <야망의 계절>에서 능력 없는, 혹은 슬럼프에 빠진 시나리오 작가로 잠깐 출연했었다. <헐크>보단 <야망의 계절>을 다시 보고 싶다.

  참.. 이 영화에서 브루스 베너 박사가 헐크가 된 것은 아버지 수행하던 어떤 군사적 연구의 결과였다. 금지된 실험이었지만 아버지는 몰래 강행했고 결국 애가 녹색괴물의 DNA를 갖게 된 것이란다. 의학사(史)를 보면 가끔가다가 황당한 실험순간을 보게된다. 1930년에 미국의 의사 몇 명이 식중독 균을 규명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경우가 있었단다. 어느 것 때문에 배앓이를 하는지 직접 상한 케이크를 조각조각 나눠먹으면서 고통을 감수하였단다. 토하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설사를 하면서도 그들은 포도상구균이 식중독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결과를 몸으로 증명한 것이었단다. 비아그라를 먹고 코가 커질지 거시기가 커질지 직접 실험을 해보는 수밖에 없으리라. 그렇다고 맨날 쥐새끼(모르모토^^)에게만 주사바늘을 꽂을 수는 없을 터이니 말이다.  (박재환 2003/7/14)

Hulk (2003)
감독: 이안
출연: 에릭 바나, 제니퍼 코넬리, 조쉬 루카스, 샘 엘리엇, 닉 놀테
한국개봉: 2003/7/4
미국개봉: 2003/6/20
홍콩개봉: 變形俠醫 (2003/6/19)
대만개봉: 綠巨人浩克 (2003/6/27)
imdb   네이버영화  위키피디아  Hulk The Incredible Hulk (TV series)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