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영화(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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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폴로지: 나비의 눈물] 피해자 상처는 천년이 가도 아물지 않는다
* 2019년 8월 17일(토) 00:45분 KBS 독립영화관 방송 * (박재환 2019.8.16) 일제강점기 때 강제적으로 끌려가서 일본군을 대상으로 성적인 행위를 강요받았던 ‘위안부’를 설명한 인터넷 위키백과의 영문 표제어는 ‘Comfort women’이다. 다분히 톤 다운된 용어이다. 역사적으로는, 그리고 국제법적으로는 ‘Japanese Military Sexual Slavery’로 일컫는다. 한국의 소녀들만 끌려간 것이 아니다. 20만에서 30만에 이르는 소녀들이 일본 제국주의 더러운 욕망의 가엾은 피해자가 된 것이다. 오랫동안 감춰졌던, 애써 외면했던 역사의 어두운 진실은 1990년대 들어 봇물처럼 터졌다. 한국(북한도 포함됨)과 중국인뿐만 아니라 필리핀과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2019.08.16 -
[하우스 오브 사담] 이라크 사담 후세인 왕국의 흥망 (BBC드라마 House of Saddam 2008)
* 이 사람의 풀 네임은 Saddam Hussein Abd al-Majid al-Tikriti 이다. 중동 사람 이름을 어떻게 부르는지 모르겠다. '사담'이라고 하는지 '후세인'이라고 하는지... * 방송국 PD들이 관심가지는 연례행사 중에 인풋(INPUT)이라는 것이 있다. ‘세계우수 공영방송 프로그램 시사회’이다. 올해(2009년) 행사는 지난 5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렸다. 전 세계 공영방송사들이 제각기 자신 있게 내놓은 멋진 드라마, 상상도 못한 새로운 포맷의 버라이어티, 감동은 기본에 재미까지 안겨주는 다큐멘터리가 상영된다. 이 행사가 특별한 것은 꼭 바르샤바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각 나라별로 공영방송사들이 그 곳에서 시사된 프로그램 중 진짜 알짜배기를 추려서 다시 보여주는 행사를 별..
2019.08.15 -
[도시의 아이들] 홍콩 뒷골목 형제의 우정 (반문걸 감독 人海孤鴻, City Kids 1989)
(박재환 2002.2.7.) 홍콩에서 발행되는 격주간 영화잡지 [전영쌍주간](電影雙周刊)이 지난해 초, 밀레니엄을 맞이하여 ‘밀레니엄 100편 최우수홍콩영화’(世紀 100部 最佳香港片)를 선정한 적이 있다. ----가 1위에서 5위를 차지한 가운데, 이란 작품이 30위에 랭크되어 있다. 감독은 이진풍(李晨風). 그리고, 오늘 내가 비디오가게에서 어렵게 찾아낸 영화의 원제도 이다. 국내출시 비디오제목은 . 감독은 반문걸이다. 동명이작, 리메이크 작품인 것이다. 30위에 랭크되었던 은 1959년에 만들어진 이소룡 주연의 영화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 , , 그리고 의 바로 그 액션스타 이소룡이다. 이소룡은 아역 배우로 데뷔하였고, 몇 편의 걸작영화들에서 얼굴을 내비추었다. 그가 18살, 미국으로 떠나기 전..
2019.08.13 -
[산사나무 아래] 암울한 시절에도 로맨스는 있기 마련 (장예모 감독 山楂樹之戀 Hawthorn Tree Forever, 2010)
해마다 추석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올 즈음엔 해운대 바닷가에서는 영화의 대향연이 펼쳐진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2010년)로 15회째를 맞이한다. 세상의 모든 영화제 는 항상 자신들의 영화를 더욱 풍성하고, 더욱 특색 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프로그래머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당연히 상영작품 선정. 특히나 개폐막작은 최고의 과제이다. 영화제의 위상을 높이고, 어느새 차갑게 느껴지는 바닷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며 수영만 요트경기장 야외상영장에서 영화를 관람할 PIFF팬들도 만족시켜줘야 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를 내걸 수는 없잖은가. 프로그래머들이 1년을 공들여, 아니 영화제작단계에서부터 찜을 해둔 작품이라도 막상 뚜껑을 열었을 경우 관객을 굉장히 실망시킬 수도 있으니 말이다. 부산영화제..
2019.08.08 -
[징기스칸(칭키즈칸)] 야만적인 민족영웅 (사이푸, 마이리스 감독 一代天骄成吉思汗 Genghis Khan, 1998)
(박재환 2000.4.1.) 우선, 외래어표기와 관련하여 잠깐 설명해야겠다. 중국어 발음이 [청지스한]인 이란 영화는 2000년 4월에 이란 제목으로 국내 극장에서 개봉되었고 같은 제목으로 비디오가 출시되었다. 그리고 지난 주 KBS-1TV 에서 방송할 때는 새로이 으로 표기되었다. 이유는 한국인의 올바른 국어교육에 힘쓰는 공영방송 KBS가 '외래어표기법'에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다. 백과사전에도 으로 나온다. 이와 더불어, '몽고'라는 말도 '몽골'이란 말로 바뀐 지 오래되었다. 이건 88 서울올림픽을 전후하여 이루어진 캠페인의 일종인데, 그 나라 말로 '몽고'는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고 꼭 '몽골'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해서 이후 '몽골'이 정착된 것이다. 아직도 '몽고간장, 몽고반점....'이라는..
2019.08.07 -
[안시성] 645년의 고구려인, 중국에 맞서다 (김광식 감독, 2018)
(2018.09.27 박재환) 드라마 ‘대조영’과 ‘연개소문’ 등을 통해 당 태종 이세민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중국 역사인물이다. 그가 고구려를 정벌하기 위해 대군을 이끌고 기세등등하게 몰려온다. 고구려 북방의 성들을 차례로 공략하고 평양성을 치기 위한 길목에 위치한 안시성을 공격한다. 그런데 이곳 성주(城主)의 방어력이 만만찮다. 이세민은 엄청난 군사와 전략을 동원하지만 실패를 거듭한다. 게다가 안시성에서 날아온 화살에 한 쪽 눈까지 다치고 결국 패퇴한다. 안시성은 그렇게 지켜졌고, 고구려는 그렇게 수호되었고, 안시성은 그렇게 기록된다. 물론, 1500년 전 이야기이다 보니 논란이 많다. 당시 기록이나 유물이 전혀 남아있지 않으니 말이다. 당시 안시성 성주의 이름이 ‘양만춘’이란 것도 한참 지난 뒤 갑자..
2019.08.04 -
[사계절의 사나이] 신념의 인간 (프레드 진네만 감독 A Man for All Seasons 1966)
(박재환 2003-2-24) 1500년대 당시 영국 땅을 다스리던 헨리 8세는 앤 볼린이라는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진작부터 마음에도 없는 아내와 이혼을 강행한다. 그 과정에서 로마 카톨릭과의 관계를 끊고, 이에 반대하는 수많은 신하들의 목을 쳐버린다. 이때의 이야기는 에서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당시 목이 날아간 신하 중에 토마스 모어라는 정치가=법률가가 있었다. 그 사람을 중심인물로 다룬 영화가 바로 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67년에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6개 부문을 휩쓸었다. 그럼, 영화의 이해나 박재환 리뷰의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토마스 무어에 대한 ‘백과사전’식 설명부터 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런던의 법률가 존 모어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 캔터베리 대주교(大主..
2019.08.03 -
[카운터스] 일본극우 혐한데모대에 맞선 야쿠자 (이일화 감독 Counters, 2017)
(박재환 2018.08.14.) 지난 2014년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는 특별한 전시회가 하나 열렸다. ‘일본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혐한(嫌韓) 출판물 전시회’였다. 당시 일본에서는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와 ‘혐한(嫌韓) 출판물’이 증가하면서 한일관계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일본에서 벌어지는 헤이트스피치의 대상은 ‘유태인’도 ‘예멘난민’도 아니었다. 주로 재일한국인과 조선인(조총련)을 대상으로 하는 인종차별적 증오발언이 문제였다. 이를 주도하는 일본단체는 ‘재특회’로 알려졌다. ‘재특회’는 ‘재일(在日)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의 약칭이다. 일본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익단체이다. 당시 전시된 책 제목만 봐도 이들이 얼마나 한국/한국인을 싫어하고 증오하는지 ..
2019.07.29 -
[나랏말싸미] 영화가 정설과 달라 서로 사맛디 아니할새 (조철현 감독 2019)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인물,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필연적으로 ‘역사왜곡’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오랫동안 ‘한글창제’와 관련된 신화 가운데 하나는 집현전에서 밤새 연구하다 잠이 든 정인지에게 세종이 곤룡포를 덮어주었다는 것이다. 이 장면은 이야기에서 소설로 전승되면서 ‘애민의 상징 세종, 고뇌의 결과물 한글’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 일조했다. 그런데, 한글이 집현전에서 만들어지지 않았고, 세종의 힘이 아니었다면? 하늘에서 떨어졌나? UFO를 타고 온 외계인이 전해주었나? 조철현 감독은 ‘한글 창제설’에 얽힌 많은 버전 중에 신미대사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불러낸다. 영화에서 거듭 나오는 말이 고려는 불교 때문에 망했고, 조선은 반면교사로 삼아 유교를 숭상하고, 명을 받들어 천세만세 살..
2019.07.25 -
[뼈] 1949년 4월의 제주도 (최진영 감독,2017)
(박재환 2018.08.14) 올해는 제주도 4.3항쟁 70주년 되는 해이다. 광복의 길목에서 제주도는 비극의 섬이 되어버렸다. 당시 수많은 제주도민이 어이없게도 국군과 경찰의 손에 학살당했다. 아직도 구천을 떠돌고 있을 영혼들. 제주 4.3항쟁과 그 무고한 희생자를 다룬 영화가 띄엄띄엄 만들어지고 있다. 최진영 감독의 단편영화 도 그런 작품의 하나이다. 할아버지 이장(移葬) 문제로 제주에 내려온 동희(류선영)는 선배의 부탁으로 마침 일본에서 제주도로 온 하루코 할머니(이영원)를 모시게 된다. 하루코 할머니는 어머니의 유골을 옛 고향 산천에 모실 생각이다. 동희는 잠시 주저하더니 곧 하루코 할머니를 따라 산으로 오른다. 산에서 할머니로부터 옛날이야기를 듣게 된다. 1949년의 제주도의 그 산에서 있었던 ..
2019.02.11 -
[액트 오브 킬링] 인도네시아 킬링필드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 The Act of Killing, 2013)
(박재환 2018.08.22) 지금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와 팔렘방에서는 18회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다. 우리는 ‘인도네시아’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동방신기’ (혹은 전현무의 우스갯소리) 때문에 유도유노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라는 대통령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서구인의 시각에서는 한국의 박정희 정권과 함께 ‘아시아 개발독재정권’을 언급하며 수카르노를 이야기할 것이다. 수카르노는 1965년 수하르트를 몰아내고 집권한 군인이다. 그가 정권을 잡았던 그해 인도네시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공산주의 세력에 대한 끔찍한 학살이 자행되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최소 40만에서 최대 300만 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끔찍한 역사의 공간으로 안내할 영화를 소개한다..
2019.02.11 -
[요묘전: 레전드 오브 더 데몬 캣] 양귀비는 이렇게 죽었다 (진개가 감독 妖猫传, Legend of the Demon Cat, 2017)
(박재환 2018.09.02) 중국 사서(史書)를 통해, 그리고 다양한 문학작품을 통해 ‘양귀비’(楊貴妃)는 절세가인, 미인의 대명사로 손꼽힌다. 양귀비는 중국 당나라 시절 인물이다. 안녹산의 난 때 죽었으니 1300년 전 사람이다. 양귀비는 호리호리/하늘하늘한 타입이 아니라 꽤나 풍만한 생김새로 사료된다. 양귀비는 우리나라 춘향이만큼 유명한지라 중화권에서는 수도 없이 영화로, TV드라마로 만들어졌다.(그 전에는 천년 동안 시로, 그림으로 추앙되었고 말이다.) 양귀비의 이야기를 담은 최신작품이 개봉된다. 를 만든 천카이거 감독의 신작 이다. (요망할 ‘妖’, 고양이 ‘猫’이다) 영화를 제대로 보기 위해선 당나라 역사와 양귀비에 대해서 좀 알아 둬야할 것 같다. 중국에서 유일무이 여황제 천무후의 시대가 지..
2019.02.11 -
[물괴] 한양의 괴물 (허종호 감독 Monstrum 2018)
(박재환 2018.09.27) 지난 2012년 개봉되어 1,230만 관객을 동원한 (추창민 감독)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록된 에 기재된 단 한 줄의 문장에서 출발한다. 광해가 내린 전교, “숨겨야할 일들은 기록에 남기지 말라 이르다”(傳敎曰曰 可諱之事 勿出朝報)라는 짧은 문장에 숨은 비밀을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드라마를 확장시킨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은 그야말로 이야기의 보고이다. 중종 대에는 ‘물괴’(物怪)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중종 22년(1527년)의 기록에 따르면 "삽살개 같고, 크기는 망아지 같은 것이 나타나 궁궐 안을 소란스럽게 했다“고 기록했다. 당시 한양을 공포로 몰아넣은 ‘물괴’의 정체는 무엇일까. 충무로의 상상력은 이 괴물을 블루 스크린으로 완성시킨다. 조선 중종 대에 한양에 역병이..
2019.02.11 -
[명당] 왕후장상이 될 땅은 따로 있다 (박희곤 감독 明堂, FENGSHUI 2018)
(박재환 2018.09.27) 영화 의 영어제목은 ‘FENGSHUI’이다. ‘풍수’(風水)의 중국어 표기이다. ‘명당’이라 함은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몰라도 ‘좌청룡우백호’이고, 장사하는 사람에게는 지하철 초역세권을 의미할 것이다. 대선 때가 되면 “유력주자가 조상 묘를 이장했다”라는 뉴스를 볼 수 있을 만큼 일상적이다. 조선시대에는 어땠을까. 권력욕에 불타는 야심가들이 최고의 지관(地官)들로 하여금 최고의 묏자리를 찾게 한다. 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는 어떤 사람에게는 ‘믿거나말거나’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목숨과 가문의 존폐가 달린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영화 (박희곤 감독)은 조선 후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왕(헌종,이원근)은 존재하지만 진정한 왕의 권력을 휘두르지 못한다. 그의 배후에는 수렴청정하는 ..
2019.02.11 -
[로마] 넷플릭스의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ROMA)
넷플릭스가 영화 생태계를 혁명적으로 바꾸고 있다. 영화팬 입장에선 일정액을 보면 일정기간 영화를 맘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런 비즈니스모델은 이전에도 많았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달랐던 점은, 글로벌하고, 사이즈가 엄청나게 크다는 것. 해마다 콘텐츠에 쏟아 붓는 돈이 천문학적이다. 단지 로 호객행위를 하는 미디어업체가 아니란 것이다. 봉준호 감독을 끌어들여 *로 깐느영화제를 혼돈에 빠뜨리더니, 지난여름 베니스영화제에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 영화계, 정확히는 극장업계에 폭탄을 던졌다. 가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것이다. 넷플릭스는 극장이든, TV채널이든, 국제영화제든 자신들의 콘텐츠를 뿌리고 다닌다. “이것은 재밌고, 저것은 상 탔다. 여기 오면 더 많다.”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주고 있다. 넷..
2019.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