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2017. 8. 25. 20:28공연&전시★리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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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천재, 죽다"

[KBS TV특종 박재환 2016-06-12]  미국문학사에 있어서 최초의 전업작가-그러니까, 오직 글만 쓰고, 원고료만으로 삶을 영위한 작가-는 <검은 고양이>, <어셔가의 몰락> 같은 단편소설을 남긴 에드거 앨런 포란다. 포의 짧은 삶(1809~1849)은 그의 작품만큼이나 기괴하고, 어두우며, 언제나 죽음이 따라다닌 비극이었다. 당연히, 전업작가로 성공하지도 못했고 말이다. 그의 작품은 미국문학사를 풍성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 많은 작가와 대중예술문화계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의 삶 자체를 다룬 영화도 있었고, 뮤지컬도 만들어졌다. 1980년대 프로그레시브 락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알란 파슨즈 프로젝트의 멤버 에릭 울프슨이 2009년에 만든 뮤지컬이다. 독일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뮤지컬 작곡가이기도한 에릭 울프슨이 유작이 되어버렸다. 그의 유작을 바탕으로 김성수 음악감독이 새로이 6곡을 더 보태고 이야기를 새롭게 보강한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가 지난 달 31일부터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 중이다. 이 공연장은 우리나라 대형교회의 하나인 광림교회의 부속건물이다.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는 인간 포의 불꽃같은 사랑, 불꽃같은 작품 활동, 불꽃같은 삶을 극화했다. 오늘의 미국문학사에 그의 이름을 남긴 시 <갈까마귀>와 <에너벨 리>를 비롯하여 추리소설인 <모르그가의 살인사건> 등이 작품에 녹아있다.

 

살아생전 포는 돈 몇 푼에 작품을 팔았고,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기 위해 스스로 문학지를 만들었다. 천재작가에게 따라다니는 운명 같은 ‘가난, 실패, 외로움, 약물, 알코올중독’이 표찰처럼 따라다녔다. 그의 시대를 앞서가는 작품관은 당시 여러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고, 적으로 벽을 쌓게 했다. 게다가 그의 비참한 태생만큼이나 사랑도 병적이었고 비극으로 점철했다. 그러니 남긴 작품이 하나같이 어두울 수밖에.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는 피터 쉐퍼의 ‘아마데우스’에서 보여준 천재와 범인(凡人)의 대립, 신성성과 악마성의 대립을 기본구조로 한다. 미국문학사에서 작가 포우와 함께 등장하는 비평가 그리스월드가 살레이리 역할을 맡은 셈이다. 목사이자 비평가였던 그리스월드는 신의 대리인이자, 포의 삶의 심판자역할을 자임한다.

 

포우의 글이 퇴폐적이고, 악마적이며, 그래서 당연히 세상에서 사라져야할 존재라고 굳게 믿는다. 그게 그리스월드 목사 개인의 신앙심이든, 비평가의 자의적 판단이든 포우에게는 굴레가 되었고, 삶의 지뢰밭이 되어 버린다. 이번 뮤지컬에서 포 역은 마이클 리, 김동완, 최재림이 맡았고, 그리스월드 역에는 최수형, 정상윤, 윤형렬이 열연을 펼친다.

 

이번 BBHC홀 공연이 포의 한국초연 무대이지만 작품의 완성도는 높고, 배우들의 기량은 넘쳐난다. 특히, ‘매의 날개’는 포의 대표적 넘버로 뮤지컬 팬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수많은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아우라를 쌓아온 마이클 리, 김동완, 최재림은 ‘포’의 다양한 비극성을 자기만의 매력으로 해석한다. 물론, 그 결과물은 ‘죽음 앞에 무릎 꿇는 비운의 천재’이다.

 

‘포’의 인생역정만큼 이야기는 덜컹대고, 드라마는 건너뛰기를 거듭하지만 귀를 사로잡고 가슴을 울리는 넘버들이 그 빈곳을 충분히 막아준다.

 

이번 뮤지컬에서는 배우들의 손짓하나, 표정하나만큼 지휘자의 액션도 관객에게 즐거움을 준다. 특히 BBHC홀의 오케피는 지휘자의 상반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디자인이다. 커튼콜과 관객 퇴장음악까지 음악을 맡은 김성수의 지휘 모습은 뮤지컬 ‘포’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첫 사랑 엘마이라 역에 정명은, 김지우 배우가, 어린아내 버지니아 역에 오진영, 장은아 배우가, 어머니 엘리자베스 역에 최윤정, 안유진 배우가 포의 비극적 가족을 형상화한다.

 

뮤지컬 <에드거 애런 포>는 7월 24일까지 서울 강남구 BBHC홀에서 공연된다.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