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25. 20:26ㆍ공연&전시★리뷰&뉴스
모차르트 vs. 모차르트 ‘뮤지컬 모차르트!’
[KBS TV특종 박재환 2016-07-09] 지난 달 타계한 극작가 피터 쉐퍼의 극본 ‘아마데우스’는 톰 헐스의 정신 나간 듯한 웃음소리와 함께 모차르트의 명곡들로 빼곡히 채워진 영화로 익숙하다. 이 작품은 ‘하찮은 인간’ 살리에리를 등장시켜 음악에 있어서는 ‘신의 경지’에 오른 모차르트와의 대립구도로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전설적인 일화를 수도 없이 남긴 모차르트의 천재적 음악성은 그가 살았던 시대적 특성과 맞물러 비극성을 돋보이게 한다. 이런 드라마틱한 요소로 이후 수많은 사람들에게 창작의 영감을 주었다. 뮤지컬 <모차르트!>도 그 연장선에 있다.
1999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초연된 모차르트는 EMK에 의해 국내무대에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 달 부터는 다섯 번째 시즌이 공연되고 있다. 그동안 박효신, 김준수, 박은태, 임태경 등이 모차르트를 맡아 큰 사랑을 받았기에 이번 무대에서는 누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를 맡을 것인지가 팬들의 관심거리였다. 소동과 진통 끝에 이수의 합류는 불발에 거쳤고, 대신 이지훈, 규현, 전동석이 무대에 올랐다.
EMK가 처음 소개한 비엔나 ‘모차르트!’에는 살리에리가 등장하지 않는다. 모차르트 자신의 내적갈등에 초점을 맞춘다. 기실, 모차르트의 천재성과 개인적 비극은 시대가 낳은 비극이기도 하다. 당시 왕실이나 귀족가문에 노예처럼 얽매인 모차르트는 자신의 능력을 함부로 연소시키는 캐릭터이다. 어릴 적에는 단지 음악이 좋아 귀족 앞에서 재롱떠는 푸들 같은 신세였지만 모차르트는 자유로운 삶과 영혼을 꿈꾼다. 문제는 돈이 없다는 것. 항상 없다는 것. 그리고 그런 극악의 환경 속에서도 머리에서는 음악이 끝없이 샘솟았다는 것이다. 모차르트에겐 비극이지만 인류의 축복인 셈이다.
뮤지컬 모차르트는 ‘사악한’ 귀족나부랭이와 함께 꼰대 같은 아버지의 존재를 부각시킨다. 이 작품에는 성인 모차르트 옆에 언제나 어린 모차르트-아마데-가 따라다닌다. 마치 할리우드 영화 ‘오스틴 파워’에 나오는 미니미처럼. 아마데는 내적 갈등을 형상화한다. 흔들리는 바람 앞의 흔들리는 촛불처럼, 그것도 얼마 남지 않은 불붙은 심지의 운명이 모차르트다. 팔뚝에서 피를 뽑아 음표를 완성시키는 모차르트.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가 만든 뮤지컬 모차르트는 이번에 일본 다카라즈카 가극단의 코이케 슈이치로가 연출을 맡았다. 초연 때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드레드락 헤어와 찢어진 청바지, 붉은색의 화려한 연미복을 입은 모차르트가 등장한다. 마치, 록 스타처럼, 마이클 잭슨처럼. 그리고 때로는 존 윌리엄스처럼 무대를 휘젓고 천상의 화음을 쏟아낸다. 하지만 팔뚝의 피가 다 떨어지면, 그의 재능이 소진되면 그 촛불은 꺼져버릴 것이다. ‘레퀴엠’과 함께.
코이케 슈이치로는 ‘미니미’ 아마데가 모차르트의 순수한 영혼의 상징이라고 했다. 모차르트가 주변 인물들 - 아버지 레오폴트, 콜로레도 주교, 아내 콘스탄체 -와 힘겨운 투쟁을 펼칠 때도 한가락 순수 영혼으로 남았던 아마데.
연출가는 이번에 무대에 오르는 세 명의 모차르트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전동석은 스케일이 크고, 이지훈은 섬세하고, 규현은 신비로움이 있다”고. 모차르트(의 음악)에는 그런 세 가지와 함께, 더 많은 그림자가 있다. 그 순수성과 천재성은 결국 진창같은 공동묘지 어딘가에 묻힌다.
그동안 꾸준한 재공연을 통해 ‘내 운명 피하고 싶어’,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내모습 그대로)’, ‘황금별’ 등 뮤지컬 모차르트는 화려한 넘버도 뮤지컬 팬의 귀를 사로잡았다.
지난 달 10일, 첫 공연을 가진 뮤지컬 ‘모차르트!’는 내달 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박재환)
'공연&전시★리뷰&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극 <오이디푸스> 황정민, 제 눈을 찌르다 (0) | 2019.02.11 |
---|---|
[뮤지컬 나폴레옹] 임태경, 마이클 리, 한지상의 나폴레옹 (2017. 샤롯데씨어터) (0) | 2017.09.13 |
레베카 (EMK, 블루스퀘어,2017) (0) | 2017.09.07 |
뮤지컬 ‘뉴시즈’ (0) | 2017.08.25 |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0) | 2017.08.25 |
[뮤지컬 판] “CJ문화재단이로소이다~” (2017,CJ아지트 대학로) (0) | 2017.08.25 |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 손목을 자르라, 아름다움을 봉인하라 (2017년 대명문화공장) (0) | 2017.08.19 |
[연극 비너스 인 퍼] '마조히즘'을 아시나요 (2017년 두산아트센터) (0) | 2017.08.19 |
[뮤지컬] 캣츠 (0) | 2017.08.19 |
[뮤지컬 밀사 숨겨진 뜻] 이위종, 무너진 꿈 사라진 조국 (2017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0) | 2017.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