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25. 20:31ㆍ공연&전시★리뷰&뉴스
"배달을 멈추자, 세상을 바꾸자" 뮤지컬 ‘뉴시즈’
[KBS TV특종 박재환 2016-04-20] “세상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가 아니다. “브루클린의 신문팔이여 단결하라!”이다. 우리에겐 다소 낯선 ‘노동문제’가 정면에서 다뤄지는 뮤지컬이 지난 주부터 공연을 시작했다. 지금부터 100년도 더 된 미국 땅 뉴욕에서 신문팔이 소년들이 생존을 위해 피켓을 들고 거대자본에 맞서는 이야기이다. 놀랍게도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미국 디즈니가 만든 뮤지컬이다. 제목은 ‘뉴시즈’(Newsies). 신문을 돌리는 ‘뉴스보이’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가 짐작하는 신문유통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당시, 미국 뉴욕에는 두 개의 큰 신문재벌이 있었다. 조지프 퓰리처의 <뉴욕 월드>와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뉴욕 저널>. 지금은 ‘퓰리처상’으로 대변되는 저널리즘의 권위로 여겨지는 ‘퓰리츠’지만 당시의 신문사주 풀리츠는 라이벌 허스트와 ‘엘로우 저널리즘’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그들이 신문을 인쇄하면, 아침마다 신문사 입구에서는 신문팔이 소년들이 줄을 서서 신문을 받아가다. 50센트에 100부씩. 그리고 소년들은 거리로 뛰어다니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그 신문을 팔아치운다. 다음날 다시 신문을 살 돈을 두고, 겨우 끼니만 해결하는 박봉, 중노동의 연속이다. 퓰리처는 신문요금을 올린다. 소년들은 더욱 힘든 삶을 살아가게 되는 구조이다. 여기에 신문팔이 소년 하나가 파업을 주도한다. 1899년에 실제 미국에서 있었던 노동운동이다.
이 절박하고, 처절한 생존투쟁이 뮤지컬로, 그리고 디즈니를 통해 만들어졌으니 당연히 말랑말랑하고, 사랑스럽다. 거대언론사는 악당(백골단이나 용역깡패)을 동원하여 파업주동자를 색출하고 폭력을 행사하지만 뮤지컬을 통해서는 그다지 노동운동의 절박함이나 생존의 처절함은 없다. 단지 아름다운 노래와 젊은이의 아름다운 꿈이 무대를 채운다.
어제(19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는 뮤지컬 <뉴시즈>의 프레스콜 행사가 열렸다. 공연은 지난주부터 시작되었다. 화려한 스타 캐스팅없이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18명의 뉴시스들이 절박한 이야기를 활기 넘치는 춤으로 무대를 장악한다.
<뉴시즈>는 원래 디즈니가 1992년 만든 동명의 영화가 원작이다. 영화는 대실패했지만 스토리의 매력에 뮤지컬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알란 멘켄과 잭 펠드만이 음악을 만들고 하비 피어스틴이 대본을 담당하여 브로드웨이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이번에 한국의 오디컴퍼니가 논 레플리카 방식으로 라이센싱하여 한국무대에 올린 것이다. 아시아초연무대이다. 한국무대 연출은 데이비드 스완, 음악감독은 원미솔이 맡았다. 브로드웨이 무대는 오필영 무대디자이너에 의해 새롭게 꾸며졌다.
파업의 선봉장 잭 캘리 역에는 온주완, 서경수, 이재균이 맡는다. 뉴시즈의 대의를 믿고, 함께 하는 여기자 캐서린 역에는 린아, 최수진이 연기한다. 캐서린의 신분이 이 작품의 대반전 요소이기도 하다.
뉴스보이의 노조결성과 파업선도의 참모 역할을 하는 데이비 역에는 강성욱이, 잭의 친구 크러치에는 강은일이 열연한다. 데이비의 어린 동생 레스 역으로 윤 펠릭스, 이태영, 한우종 등 세 명의 아역이 로테이션 출연한다.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공연이 2012년 토니 어워드에서 안무상을 받았을 만큼 춤은 인상적이다. 18명의 뉴시즈가 무대를 휘어잡는 활달한 군무는 커튼 콜에서 다시 한 번 관객의 열광적인 성원을 이끈다.
뮤지컬에 등장하는 당시 뉴욕 주지사 루즈벨트(김봉환)는 나중에 26대 미국 대통령이 되는 시어도어 루즈벨트이다.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와는 다른 인물이다.
한편, 프레스콜이 열린 어제 저녁 진행된 공연에서 시작 얼마 뒤 무대장치 고장으로 30분 정도 공연이 중단되는 소동이 있었다. 다행히 부상자는 없었고 공연은 무사히 끝났다. 고단한 신문팔이를 끝내고 평온한 삶을 꿈꾸며 부르는 노래 “산타페”(Santa Fe)와 뉴스보이들의 환희의 송가인 “오늘을 잡아라”(Seize the Day) 등이 매력적인 <뉴시즈>는 7월 3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계속 펼쳐진다. (박재환)
'공연&전시★리뷰&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그냥, 좋으니까~” (2018년, 블루스퀘어) (0) | 2019.08.10 |
---|---|
[리뷰] 연극 네버 더 시너 “니체와 시체” (0) | 2019.08.10 |
연극 <오이디푸스> 황정민, 제 눈을 찌르다 (0) | 2019.02.11 |
[뮤지컬 나폴레옹] 임태경, 마이클 리, 한지상의 나폴레옹 (2017. 샤롯데씨어터) (0) | 2017.09.13 |
레베카 (EMK, 블루스퀘어,2017) (0) | 2017.09.07 |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0) | 2017.08.25 |
뮤지컬 모차르트! (0) | 2017.08.25 |
[뮤지컬 판] “CJ문화재단이로소이다~” (2017,CJ아지트 대학로) (0) | 2017.08.25 |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 손목을 자르라, 아름다움을 봉인하라 (2017년 대명문화공장) (0) | 2017.08.19 |
[연극 비너스 인 퍼] '마조히즘'을 아시나요 (2017년 두산아트센터) (0) | 2017.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