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아리랑] 살아야 혀, 견디고 이겨야 혀 (2015년 LG아트센터)

2017. 8. 18. 22:17공연&전시★리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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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리랑' 공연: 2015년 7월 16일(목) – 9월 5일(토)  LG아트센터
출연: 서범석/안재욱(송수익 역), 김우형/카이(양치성 역), 윤공주/임혜영(방수국 역), 김성녀(감골댁), 이소연(차옥비 역), 이창희/김병희 (득보 역)
원작: 조정래  프로듀서: 박명성, 극본연출: 고선웅 작편곡: 김대성 주최: SBS, 신시컴퍼니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박재환 2015.7.22) 사실 '아리랑'의 구슬픈 곡조나 직설적인 가사는 "대~한민국“이 나오기 전까지는 한민족 공통체임을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암구호였다. ‘아리랑’은 일제 강점기 나운규에 의해 무성영화로 만들어졌었고, 조정래 작가가 유려한 필체로 원고지 2만 장을 꽉 채워 소설로 엮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조정래 소설을 바탕으로 뮤지컬이 완성되었다. 신시컴퍼니가 내놓은 창작뮤지컬이다. ‘아리랑’이 우리 민족에게 의미하는 바나 신시컴퍼니의 뮤지컬업계 내 위상으로 보자면 이 작품은 분명 우리 대중문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 되어야할 것이다.   

 

1주일간의 프리뷰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지난주부터 뮤지컬 ‘아리랑’이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랐다. 첫 공연을 앞두고 열린 매체대상 프레스리허설 공개 현장에는 KBS와 지상파채널, 그리고 KTV 등 수많은 매체들이 참석하여 취재에 열을 올렸을 만큼 광복 70주년에 맞춘 이 공연에 쏠린 기대감은 높았다. 신시의 박명성 프로듀서는 조정래 소설의 판권을 구매한 뒤 오랫동안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짐작하다시피 12권에 이르는 장편대하소설을 2~3시간 남짓의 무대작품으로 옮기기에는 대단한 집중력과 대담한 삭제의 기술이 필요하다. 소설에서 보여주는 인간군상을 다 집어넣는다는 것은 KBS대하드라마가 아니면 불가능한 미션이다. 

 

소설에서는 일제 수탈기의 소작농과 머슴이야기에서부터 아나키스트 지식인의 처절한 삶과 투쟁까지 다 담겨있다. 이미 박경리의 ‘토지’ 등을 포함한 이 시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을 통해 일제강압기를 산 민초들의 이야기와 만주벌판을 달리던 독립투사의 이야기, 그리고 민족반역자의 면면에 대해서 한국사람이라면 대체로 잘 알고 있다. 제작진은 원작소설의 큰 줄기와 대표적 인물만을 내세워 당시의 암울한 상황과 갈등구조, 그리고 독립의 열정을 그려내는데 촛점을 맞춘다. 주로 감골댁 가족사 중심으로 인물을 구성한다. 감골댁의 딸 수국과 그를 사랑하는 득보, 득보의 동생 옥비와 그를 사랑하는 수익, 수익의 노비였다가 친일파로 돌아선 치성 등이 주요인물이다.   

 

일국의 운명이 매국노에 의해 종말을 고하게 되고  민족 구성원은 핍박을 받기 시작한다. 당시 전국 최대의 곡창지역인 김제 만경평야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직도 소작농과 노비의 정서가 남아있고, 독립의 소신을 가진 꼿꼿한 선비풍의 주인공이 있다. 어려운 삶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진심으로 존경해마지 않는 선비가 있다. 삶은 피폐해지고 결국 저 먼 만주 땅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사람과 독립운동을 위해 고향을 떠나는 사람이 생긴다. 일제 앞잡이와 부역자가 활개를 치고, 얄팍한 권력으로 아녀자를 겁탈한다. 

 

‘뮤지컬 아리랑’은 ‘소설 아리랑’을 읽지 않아도 대체적인 정서와 줄거리를 따라갈 수 있다. 이 뮤지컬의 미덕은 한(恨)의 역사를 노래와 춤사위에 쉽게 녹여냈다는 것이다. 송수익의 근엄한 목소리, 소작농의 한 맺힌 목소리, 옥비의 절절한 창, 그리고, 감골댁의 절규에 이르기까지 무대 위에서 쏟아지는 소리와 절규는 관객의 폐부를 찌르기에 족하다.  

 

뮤지컬 아리랑에서 양치성 때문에 배가 남산같이 부른 수국이 눈보라 휘몰아치는 만주 땅을 헤매는 장면과 아이를 사산하는 장면, 그리고 일본의 총부리 앞에 당당히 선 송수익을 중심으로 출연진이 씻김굿을 하듯 무대를 도는 장면은 아리랑이 민족혼의 승화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시인 김수영의 ‘풀이 눕는다’를 가사로 만든 송수익의 노래에 이어 의병들이 숨어서 몰래 아리랑을 읊조리듯 부르는 장면이 있다. 조용히 한 소절씩 소리 낮춰 부르던 아리랑의 구슬픈 노래가 모두를 휘어잡는 순간 ‘아리랑의 위대함’이 완성된다. 그 순간은 인류역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다.  종교가 달라, 민족이 달라, 사상이 달라 쫓겨 다니며 숨어지내지만, 진리와 미래를 갈망하던 피억압자의 심장처럼 모두를 울리는 자유의 절규이다. 

뮤지컬 ‘아리랑’은 오는 9월 5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올해는 광복 70주년 되는 해이다. 나운규의 무성영화 ‘아리랑’(1926)은 아직까지도 필름 한 조각 발견되지 않았다. 우리 민족의 오랜 한이 서린 ‘아리랑’은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뮤지컬/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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