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드라큘라] 불멸의 사랑 (2014년

2017. 8. 18. 22:12공연&전시★리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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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드라큘라 공연: 2014/07/15 ~ 2014/09/05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출연: 류정한, 김준수, 조정은, 정선아, 양준모, 카이, 조성윤, 이지혜, 박은석, 문태유 작곡: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데이비드 스완 음악감독:원미솔 제작:오디컴퍼니,롯데엔터테인먼트,씨제스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신춘수

 

뮤지컬전용관을 포함하여 대형 공연장에서는 수많은 뮤지컬 작품들이 매일 밤 공연되고 있다. 마치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블록버스터와 인디영화들이 쉼 없이 상영되듯이. 우리나라엔 많은 ‘열혈’ 뮤지컬 팬들이 있기에 뮤지컬은 오늘밤도 무사히 공연되지만 이미 ‘산업으로서의 뮤지컬’은 적신호가 켜진 상태이다. 작품도 있고, 팬도 있고, 저널도 있는데 말이다. 관계자들과 마니아들은 이런 특별한  ‘한국적 상황’을 어느 정도는 인식하고 있다.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이런 2014년의 대한민국 여름시즌에 JYJ의 김준수가 캐스팅된 뮤지컬 ‘드라큘라’가 연일 뮤지컬 팬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드라큘라 백작이 미나의 하얀 목덜미를 탐닉하듯이. 흡혈귀 ‘드라큘라’ 이야기는 소설로, 영화로 너무 많이 봐왔기에 여름엔 친숙한 콘텐츠이다. 하다못해 심형래가 ‘영구드라큐라’도 만들었으니 말이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웅장한 뮤지컬 ‘드라큘라’는 어떨까. 무서울까, 가슴 뛸까, 황홀할까?

 

드라큘라 백작, 미나에게 반하다

 

젊은 변호사 조나단 하커는 약혼자 미나와 함께 드라큘라 백작의 성에 도착한다. 백작은 런던으로 거처를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백작은 거실로 들어서는 미나를 보는 순간 숨이 멈추어는 듯하다. 한 눈에 미나에 사로잡힌 것이다. 조나단은 서둘러 약혼자를 영국에 돌려보내지만 자신은 백작에 의해 홀로 성에 갇힌다. 백작이 자리를 비우면 세 명의 요염한 여자 뱀파이어가 조나단의 침대 위로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다. 한편 뱀파이어 헌터인 반 헬싱 교수는  정신병원에 수용되어있는 드라큘라 백작의 전 시종이었던 랜필드를 관찰하면서 백작의 움직임을 파악한다. 드라큘라가 런던에 도착하고, 미나의 절친인 루시가 백작의 키스를 받고는 점점 변한다. 드라큘라의 뾰족한 송곳니에 물리는 사람은 영생을 얻을지라도 뱀파이어의 운명에 처하는 것이다. 미나 역시 드라큘라 백작의 유혹을 받는다. 반 헬싱 교수는 드라큘라를 처단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드라큘라는 미나를 위한 마지막 선택을 해야 한다.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시아준수의 드라큘라

 

브램 스토커의 원작소설은 오랫동안 인간이 가지는 근원적 두려움을 이야기한다.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던 흡혈귀 이야기, 뱀파이어 신화, 그리고 루마니아 트랜실베니아 지역에서 전해져오는 실존인물 ‘드라큘’왕의 이야기가 뒤섞이면서 매혹적인 뱀파이어 이야기가 완성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선혈을 빨아먹으면서 영생을 이어간다는 이야기에서는 종교적 경건함까지 느끼게 된다. 할리우드에서는 그 미스터리한 공포감을 극대화한 영화들을 많이 만들었다. 탄탄한 원작의 이야기에 힘입어 뮤지컬계의 거장 프랭크 와일드혼이 뮤지컬로 만든다. 2001년 첫 선을 보인 뒤 브로드웨이를 거쳐 여러 나라에서 공연되었고, 이번에 한국 초연무대를 갖게 된 것이다. 프랭크 와일드혼은 한국 사람의 뮤지컬 사랑을 잘 알기에 이번엔 특별히 세 곡을 더 만들어 극에 추가시켰다. 

 

이번 첫 한국공연에서 드라큘라 백작 역에는 류정한, 김준수, 그리고 박은석이 캐스팅되었다. 류정한의 드라큘라도 대단하지만 이번 공연의 관심은 역시 김준수의 드라큘라 것이다. JYJ멤버들은 아이돌 가수에서, 이제는 각자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 각 영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준수는 2010년 ‘뮤지컬 모차르트!’를 시작으로 ‘천국의 눈물’, ‘엘리자벳’, ‘디셈버’를 거치면서 이제 한국 뮤지컬계의 톱이 되었다. 전작 ‘디셈버’가 작품으로서의 완성도에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김준수의 음색은 ‘극의 완성도’와는 관계없이 관객을 완전히 매료시켰다. 이번 ‘드라큘라’에서는 다행히 김준수의 매력이 십분 발휘된다.

 

뱀파이어와 순애보

 

‘드라큘라’의 원작소설과 이후 수십 차례 리메이크된 영화에서 ‘드라큘라 백작’의 존재는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그 사악함을 전염시키는 공포의 존재이다. 그런데, 소설(그리고 유럽의 전설)에 녹아든 드라큘라 백작의 원형은 15세기 루마니아 지역의 블라드 3세, 왈라키아의 영주의 이야기에서 주요한 모티브를 얻었다. 역사적으로 이 인물은 지정학적으로 오스만 튀르크(이슬람)의 세력을 막아선 기독교 십자군 전쟁의 위대한 전사였다. 그는 잔혹할 정도로 적들을 제압했다.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패색이 짙은 오스만군은 성에 남아있는 그의 아내에게 남편이 ‘전사’했다는 거짓서신을 보내고 이를 곧이 믿은 아내는 슬픔을 못 이기고 성에서 차가운 강물로 뛰어내려 자살했단다. 이후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왕은 이 사실을 알고 거의 미쳐버린다. 포로들을 뾰족한 나무꼬챙이 끝에 꿰어 죽이는 기행을 펼친다. 그래서 지금까지 남은 이 사람의 이미지는 이른바 ‘블라드 체페슈’라는 잔인함이다. 잔혹함 너머에는 아내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있다. 600년의 세월이 지난 뒤 뮤지컬에서 바로 그 ‘애틋한 사랑’이 살아난 것이다. 드라큘라 백작이 죽어서도 죽지 못한 것이 아내의 환생을 기다린 것인지 모른다. 미나를 처음 보는 순간, 백작은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뮤지컬 특성상 잔혹한 흡혈귀이야기도, 아름다운 순애보도 환상적 노래 속에서 스치듯 지나가고 만다.

 

배경을 드라마틱하게 바꾸는 회전식 무대세트는 관객들을 마치 드라큘라의 성으로 빨아들이는 것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이번 작품에서 커튼콜에서 가장 박수를 많이 받은 것은 물론 주연들이었지만 렌필드 역의 이승원에게 큰 박수가 쏟아진 것은 그만큼 오리지널 ‘드라큘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살아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과 떨어진 고성에서 외로이 뱀파이어로 살아온 남자 드라큘라(류정한, 김준수, 박은석). 400년의 기다림 끝에 운명의 여인 미나(조정은, 정선아)를 다시 만났지만, 그녀는 전생의 기억을 잊은 채 조나단(카이, 조강현)의 여자가 되어 있다. 불멸의 사랑을 믿는 드라큘라와 그에게 유혹당하는 미나의 이야기 뮤지컬 ‘드라큘라’는 다음 달 5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이 계속된다. (박재환, 2014..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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