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두 여자 이야기 (2014년 샤롯데 씨어터)

2017. 8. 18. 22:14공연&전시★리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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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공연: 2014/11/01 ~ 2015/02/08 샤롯데씨어터 
출연: 옥주현, 김소현, 윤공주, 차지연, 윤형렬, 카이, 전동석, 민영기, 김준현

(박재환 2014.12.27) 서기 1789년이면 조선왕조의 마지막 황금시기였다고 할 수 있는 정조시대였다. 프랑스에서 이른바 대혁명이 일어나던 해이다. 루이 16세가 그 동안의 적폐를 이겨내지 못하고 마침내 와르르 무너진 해이다. 바스티유 감옥이 함락되었고 그 후 프랑스는 혁명의 열기와 광기로 대혼돈의 시기를 맞이하였다. 1793년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차례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는 드라마틱한 시기이다. 시민사회의 발흥, 민주제도의 확립 등 정치사상적으로 그야말로 혁명적인 변화가 있었던 시기인데, 요즘에는 ‘레미제라블’ 같은 작품의 영향으로 비주얼하고, 영화적인 감흥이 더 높다. 이 시기를 다룬 뮤지컬 작품이 무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옥주현, 김소현, 윤공주, 차지연이 열연하고 있는 EMK뮤지컬컴퍼니의 ‘마리 앙투아네트’도 이 시기를 다룬다. 지난 달 1일 샤롯데 씨어터에서 스타트를 끊은 뒤 두 달 가까이 뮤지컬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소설가 엔도 슈사쿠는 아사히 신문에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연재했다. 그 소설을 기반으로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가 짝을 이뤄 뮤지컬로 완성했다. 두 사람은 ‘엘리자베스’, ‘모차르트!’, ‘레베카’를 내놓으며 한국 뮤지컬 팬에게도 인기가 높은 편. 유럽무대에 올랐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이번에 처음 한국무대에 오르면서 한국프로덕션에 맞게 새로운 곡도 많이 추가 되고, 내용도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미하엘 쿤체는 “이번 서울공연이 세계 초연이라고 할만하다”고 말했다. 

이 작품의 제목에는 영어 이니셜 ‘M.A.’가 함께 따라붙는다. 당연히 마리 앙투아네트를 뜻한다. 그런데 이 작품에는 그녀와 함께 ‘마그리드 아르노’(역시 M.A)라는 여자가 비중 있게 등장한다. 물론, 우아하고 사치스런 왕궁의 마리와는 완전히 대비되는 삶을 사는 파리 뒷골목 빈민가의 평민 역이다. 두 여자의 대조적인 삶과 운명적 만남, 그리고 ‘한국 막장드라마’ 버금가는 혈연적 요소를 가미시켜 ‘프랑스대혁명’의 위대함과 뮤지컬의 장엄함, 그리고 한국뮤지컬의 영민함을 무대에 꽉 채운다. 

 

‘앙상 레짐’(구체제)이라고 말하는, 프랑스왕정이 추락하던 1784년, 아메리칸 대륙에서 영국과 싸우느라, 그리고 이전 왕대에서 흥청망청 연회와 사치로 국고를 바닥낼 때, 마리 앙투아네트는 여전히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한 궁중연회로 외로움을 달랜다. 어느 날 귀족들만의 연회장에 불청객 마드리드가 뛰어들어 평민들은 배고파 굶어죽는다고 호소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냉소뿐. 단지, 마리가 손을 내밀며 “먹을 것이 없으면 여기 케이크라도 드세요.”라고 친절을 베풀 뿐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사치로 망해가는 왕궁과 시민의식으로 기세등등해지는 평민, 이 두 세력의 움직임을 통해 프랑스 대혁명의 과정을 스피디하게 보여준다. 화려한 의상과, 멋진 춤, 대단한 고음처리 노래들로 뮤지컬을 보는 재미가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다루며 빠질 수 없는 ‘목걸이 사건’과, 루이16세와 함께 감행한 서글픈 도망시도 ‘바렌트 사건’에 이어 ‘기뇨틴’까지 익히 듣고보아온 프랑스대혁명의 과정이 파노라마같이 펼쳐진다. 물론, 자세히 보면 훌륭한 디테일도 만끽할 수 있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지..”라는 말은 실제 ‘마리 왕비’가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지만 이 작품에서는 평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데 유효하게 사용된다. 그리고 마리를 향한 루이 16세의 사랑과 혁명의 도도한 물길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우유부단한 왕의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커스틴 던스트가 나온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를 보면 오스트리아에서 프랑스로 정략결혼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마리의 화려하면서도 초라한, 행복하면서도 불행만이 가득한 궁중생활을 알 수 있다. 어린 나이에 모국을 떠나 프랑스 궁중에 갇혀 왕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민중(평민)과는 괴리된 삶을 살아야했던, 그리고 마침내 민중에 의해 처단된 마리 앙투아네트의 비극성이 극대화된 것이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이다.

다른 시대 다른 상황에서 다른 역사인식으로 살았던 두 여자가 뮤지컬이라는 고급스런 공연문화에서 되살아나 영혼을 불태우는 것 같은 작품이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이다.

왕비의 신분에서 비참하게 추락하는 과정을 뛰어난 가창력과 안정된 연기력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해내고 있는 옥주현과 김소현, 폭발적인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는 윤공주와 차지연이 작품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악셀 폰 페르젠 백작 역할의 카이, 윤형렬, 전동석과 오를레앙 공작 역의 민영기, 김준현이 깊이 있는 연기력으로 극의 긴장감을 더해 준다. 내년 2월 1일까지 공연된다.

 

공연의 모든 것 - 플레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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