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2015년 샤롯데씬어터)

2017. 8. 19. 21:07공연&전시★리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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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공연: 2015/11/13 ~ 2016/01/31 샤롯데씨어터
출연: 김소현, 바다, 김지우, 남경주, 신성우, 김법래, 윤형렬, 에녹, 정상윤, 손준호

(박재환 2015.11.30)미국 박스오피스집계 전문사이트인 ‘박스오피스모조닷컴’의 기록에 따르면 ‘물가상승감안’(Adjusted for Ticket Price Inflation)’ 역대 박스오피스 1위 영화는 1939년에 개봉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다. (2위는 ‘스타워즈’ 1편, 3위는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마가렛 미첼 여사가 쓴 아주 두꺼운 원작소설을 읽은 사람과 클라크 게이블과 비비안 리 주연의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에겐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한동안 KBS명화극장의 오프닝 뮤직으로 사용된 ‘타라의 테마’가 귓가에 맴돌 것이다. 한동안 극장에서도 자주 리바이벌 상영되고, TV에서도 곧잘 방영된 작품이니 말이다. 여하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미국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미국의 문학을 이야기할 때, 그리고 할리우드영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1860년대 미국 남부 애틀랜타가 배경이다. 백인들은 춤추고, 노래하고, 예배 드리고, 우아하게 살았고, 흑인노예들은 목화밭에서 흑인영가를 불렀던 평화로운 시절이었다. 그러다가 남쪽과 북쪽이 나뉘어 각각의 대의명분을 위해 전쟁을 치른다. 전쟁의 불바다를 겪으면서 남부의 철없던 아가씨가 성숙한 남부의 표상으로 우뚝 선다는 지극히 미국적 가치를 내뿜는 작품이다.

그 원작을 미국이 아니라, 프랑스가 뮤지컬로 만든 것이다. 그러니 남북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흑인노예라는 캐릭터의 의미는 굴절과 왜곡을 거친 이미지일 수밖에 없다. 어쩌랴. 이것은 뮤지컬일 뿐인데. 그러니, 미국역사 이야기는 소설과 영화로 만족하고 춤과 노래,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하면서 뮤지컬을 감상하는 것이 나은 자세이리라.

지난 초연에서 많이 지적된 부분이 대폭 개선되었다. 하지만, 긴 소설, 많은 캐릭터, 엄청난 서사극을 다 담으려다보니 여전히 ‘3분 카레극’같은 극 전개이다. 스칼렛 오하라가 대저택에서 여드름투성이의 남자들(연령대로 보자면!) 사이에 둘러싸여 “나만 바라봐”라고 토라지더니, 어느새 전쟁은 타라를 불태운다. 그러더니 금세 레트 버틀러의 딸이 말에서 떨어져 죽고, 계단에 주저앉은 스칼렛이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뜰 거야”라고 말할 정도로 숨 가쁘게 진행된다. 우와, 대단하다. 나올 사람 다 나오고, 할 이야기 다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춤도 있고 노래도 있으니 말이다.

프랑스 뮤지컬의 특징 중의 하나라는 ‘안무’는 여전히 거슬린다. ‘태양의 서커스’ 같은 아크로바틱한 퍼포먼스도 아니고, 발레에서 차용해온 듯 한 앙상블(안무팀)의 움직임은 생뚱맞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최근 또 다른 프랑스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는 비보잉도 등장했다!) 특히 노예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민중혁명극도, 노예참극담도 아닌 액션시퀀스가 되어버렸다. 그러면서도 관객들은 ‘스칼렛의 연애담’을 듣다가 “아, 노예의 삶은 이다지도 비참하구나” 잠깐 생각해야한다는 것이다.

소설이나 영화 볼 때와는 달리,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아직 익숙치 않아서?  ‘프랑스 뮤지컬이라서’라고 해 둬야할 듯하다.  어쨌든 우리나라 뮤지컬배우들은 정말 무대 위에서 열심히 노래하고, 연기한다. 관객들은 끝까지 기립박수 보내주고 말이다. 좀 더 다듬어지면서 프랑스가 아니라, 한국정서에 최적화된 작품으로 진화될 듯하다.

김소현, 바다, 김지우(이상 스칼렛), 남경주, 신성우, 김법래,윤형렬(이상 레트), 에녹, 정상윤, 손준호(이상 애슐리), 오진영, 정단영(이상 멜라니)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내년 1월 31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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