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개봉영화(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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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 “인간을 만들고, 진화시키고, 마블영화 보게 하고....”
마블의 26번째 슈퍼히어로 무비 [이터널스](원제:Eternals, 클로이 자오 감독)가 이달 초 개봉되었다. 이 영화를 더 재밌게 보려면 ‘가오갤’(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을 다시 보거나, 원작 코믹스를 찾을 필요는 없다. 차라리 ‘단군신화’를 보는 게 나을 듯하다. 하늘의 황제 환인은 항상 인간세상에 뜻을 두고 있는 서자 환웅에게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며 천부인(天符印) 세 개와 함께 삼천 무리를 이끌고 태백산(지금의 묘향산)으로 내려 보낸다. 그곳에서 풍백, 우사, 운사를 거느리고 인간 세계를 교화시키는 것이다. 곰과 호랑이가 등장하고 마늘을 던져주는 것이 이야기가 하이라이트이다. 한국 사람이면 다 아는 이야기이다. 지금으로부터 반만년 전 이야기이다. 미국은 사이즈가 훨씬 큰 신화를 만들었다. ..
2021.11.20 -
[더 하더 데이 폴] 넷플릭스 블랙 웨스턴 무비
한 때 할리우드에서는 서부극이 쏟아져 나왔었다. 존 웨인, 게리 쿠퍼, 알란 랏드 같은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카우보이, 보안관, 건맨으로 분해 정의의 총잡이로 영화팬을 열광시켰다. 그러다가, 서부극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서부영화는 마치 미국역사책에서나 찾아보는 아이템으로 변해버렸다. 그런 서부극의 진화과정을 살펴보면 ‘스파게티 웨스턴’으로 불리던 킬링타임용 영화들이 쏟아질 때도 있었고, 수정주의 서부극이란 것도 있었고, 흑인의 분노를 대변하던 익스플로이테이션의 한 하위장르로 ‘Blaxploitation’도 있었다. 2021년에 넷플릭스에서 뜬금없이 내놓은 (원제:The Harder The Falls)이 바로 그런 장르에 속할 듯하다. 시대상을 반영하듯, 아니면 넷플릭스가 그런 시대의 흐름을 적극 활용한 지..
2021.11.20 -
[듄] 무앗딥의 각성, 퀴사츠 해더락의 탄생 (드니 빌뇌브 감독,2021)
“a long time after in a galaxy far far away...”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2015)로 영화팬을 열광시킨 드니 빌뇌브 감독은 소설을 영상화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테드 창의 아주 짧은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컨택트](Arrival)로 만들었고, 필립 K. 딕의 매혹적인 소설(안드로이느는 전기양을 꿈꾸는가)과 그 영화(블레이드 러너)를 바탕으로 속편 [블레이드 러너 2049]를 완성시켰다. 그리고 그 기세를 이어 마침내 SF소설계의 오르지 못할 산으로 여겨지던 [듄]의 영화화에 뛰어든 것이다. [듄]은 프랭크 허버트가 쓴 연작소설이다. [듄]을 필름에 담을 때는 마치 김용의 무협소설을 영화 혹은 TV드라마로 만들 때처럼 취사선택의 기로에 서야한다. 세상에 없는 ..
2021.11.20 -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여자의 몸, 남자의 칼
올해 83살의 리들리 스콧 감독이 다시 한 번 두꺼운 갑옷과 무거운 칼을 들고 싸운다. ‘에일리언’(1편)과 ‘글래디에이터’의 명장 리들리 스콧의 신작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는 1386년 프랑스 땅에서 벌어진 두 기사의 ‘사생결단’ 결투를 담고 있다. 서부극의 두 남자처럼 먼저 총을 뽑아 상대를 쓰러뜨려야 자신이 살아남는 것이다. 둔탁한 갑옷의 두 기사는 말 위에 앉아 기다란 창을 들고 마주 달려온다. 말에서 떨어지자 이번에는 칼을 뽑고, 도끼를 들어 상대를 죽이려 한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이 상황을 아주 특별하게 묘사한다. 이른바 ‘라쇼몽’ 방식으로! 미국의 역사가 에릭 재거는 2004년, 이 사건을 파헤친 책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The Last Duel: A True Story of..
2021.11.20 -
[그림자꽃] 나는 북조선의 공민이다 (이승준 감독,2021)
1989년 당시, 한국의 대학생이었던 임수경이 방북하여 김일성 주석과 포옹하는 장면이 뉴스 화면을 장식하면서 한국 사회에 일대 핵폭탄급 혼란이 야기됐다. 이후 북한에 대한 우호적, 체제 옹호적 발언이 나오면 다른(!) 진영에서는 조건반사적으로 “그렇게 좋으면 북한으로 가라!”라는 말이 나온다. 남쪽의 자유민주주의를 만끽하며 북쪽의 독재정권을 옹호하는 사람을 ‘빨갱이’라 지칭하며 북송을 권하는 ‘분리의 레토릭’이다. 그런데, 이게 가능한 일일까? 가고 싶다고, 보내고 싶다고 갈수 있는 국가시스템일까? 오늘(27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특별한 경우를 다룬다.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하는 탈북자’이야기이다. 은 한 ‘탈북’인사를 뒤쫓는다. 그런데 이 사람은 자신이 ‘탈북자’가 아니..
2021.10.31 -
[쁘띠 마망] 병약한 엄마, 야무진 딸 (셀린 시아마 감독)
격정적인 바이올린 연주의 비발디 ‘여름 3악장’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셀린 시아마 감독의 신작이 이달 개봉되었다. ‘워터 릴리스’, ‘톰보이’, ‘걸후드’ 등을 내놓으며 영화팬을 매료시킨 셀린 시아마 감독의 신작에서는 또 어떤 섬세한 영혼의 숨겨진 비밀을 전해줄지 기대된다. 신작 ‘쁘띠 마망’(Petite Maman)은 8살 여자아이의 이야기이다. 제목이 ‘작은(쪼그만) 엄마’라니. 무슨 이야기일까. ‘쁘띠 마망’은 축축한 느낌과 신록의 푸르름이 동시에 느껴지는 유럽 어느 전원도시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방금 양로원에서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린 넬리는 할머니에게 작별인사를 못한 게 아쉬운 듯 이 방 저 방 돌아다니며 “잘 있어요”라고 인사한다. 그리고 할머니의 나무지팡이..
2021.10.31 -
[십개월의 미래] 카오스, 코스모스, 그리고 모계사회
테헤란벨리의 프로그래머 미래(최성은)에겐 꿈이 있다. ‘하바드 나온 저커버그’는 아니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게임 개발에 청춘을 쏟아 붓고 있다. 남친(서영주)은 요상한 모바일 액세서리(악어 클립)를 만지작거리면서 스마트업 대박을 꿈꾼다. 다들 대한민국의 젊은 청춘들이다. 그런데, 미래는 속이 메슥거려 간밤의 숙취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임신 10주차란다. 이젠 세상은 미래를 중심으로, 미래의 태아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구심력이 아니라, 원심력으로! [십개월의 미래]는 남궁선 감독의 영상원 졸업작품이다. 박정민 배우의 데뷔작이기도 한 (2007)으로 화려하게 ‘단편’ 데뷔한 남궁선 감독은 김수현과 정소민이 출연한 단편 (2009)로 제8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비정성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었다. 2012년..
2021.10.31 -
[첫눈이 사라졌다] 삶의 고통, 번뇌가 사라질 것이다. 하나, 둘, 셋!
* 스포일러 * 영화는 애매합니다. 영화 보시고 꼼꼼하게 보시면 더 좋습니다. 20일 개봉하는 [첫눈이 사라졌다](원제:Never Gonna Snow Again)는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폴란드가 ‘국제영화상’ 부문 후보로 올렸던 작품이다. (최종후보에는 오르지 못했다) 영화는 미지의 폴란드영화답게 어둡고, 어렵고,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한판타지이다. 영화는 폴란드 바르샤바의 부촌을 배경으로 한다. 넓은 주택단지는 담이 쳐져 있고, 사설경비원이 출입하는 사람들을 일일이 체크하는 그 빌리지에 한 남자가 걸어 들어온다. 마치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노동자처럼 이 남자가 어디에서 온 사람인지 다들 호기심을 갖고 지켜본다. ‘제니아’는 자신이 프리피야트 출신이라고 말한다. 폴란드 서쪽, 저 멀리 우크라이나의..
2021.10.31 -
[노 타임 투 다이] 킬러의 연인, 킬러의 딸, 그리고 킬러
로이터통신사의 모스크바 통신사를 거치고, 2차대전 당시에는 군에서 방첩업무를 수행했던 이안 플레밍은 자신의 경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참신한 스릴러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세계를 무대로 악을 무찌르는 이른바 ‘살인면허’를 가진 요원 제임스 본드가 주인공인 ‘007’시리즈였다. 첫 번째 소설 은 1953년 출간되었고, 영화는 (Dr. No)가 1962년 첫 선을 보였다. ‘007’영화는 잊을만하면 새 배우의, 새 작품이 끊임없이 나오는 프랜차이즈 오락영화의 대표주자이다. 은퇴했다는 숀 코넬리의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으로 본드 팬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여하튼 많은 배우들이 ‘더블-오-세븐, 본드,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지만 다니엘 크레이그만큼 각광받은 요원은 없다. 2006년, 로 처음 본드 역을 맡은 ..
2021.10.31 -
[F20]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홍은미 감독,2021)
KBS가 매년 이맘때가 되면 ‘KBS드라마스페셜’이라는 단막극을 내보낸다. 올해에도 모두 10편의 단막극을 준비했는데, 그 중 눈에 띠는 것이 있다. 70분 편성의 단막극(6편)과 함께 조금은 스페셜한 4편의 ‘TV시네마’를 준비한 것이다. 홍은미 감독의 ‘F20'이 ’TV시네마‘의 첫 주자이다. 내일(6일) 극장에서 먼저 선을 보인다. 홍은미 감독은 작년 드라마스페셜 [모단걸]과 [고백하지 않는 이유]를 연출했던 피디이다. 먼저 제목 ‘F20’에 대해서 알아야할 것 같다. F20'은 KOICD(질병분류정보센터)에서 분류한 특정 질병의 분류기호로 ‘조현병’(Schizophrenia)을 말한다. KOICD에 따르면 ‘조현병성 장애는 대체로 사고 및 지각의 근본적이고 특징적인 왜곡 그리고 부적절하거나 둔감한..
2021.10.31 -
[창극 패왕별희] 경극과 창극이 만나다, 공연이 극장을 만나다
멀티플렉스 롯데시네마에서 흥미로운 작품을 상영 중이다. 2019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 ‘창극 패왕별희’의 공연실황이 ‘롯데시네마에서 만나는 국립극장 우수 레퍼토리’ 기획전으로 소개되고 있다. 국립극장의 전속예술단체인 창극단은 춘향가, 수궁가, 적벽가 등 전통의 판소리를 창극무대로 올렸고, 언젠가부터 다양한 창극 작품을 내놓고 있다. 그 외연확장의 일환이 바로 2019년 무대에 오른 ‘창극 패왕별희’이다. 진개가(천카이거) 감독의 장국영 영화 [패왕별희](霸王別姬)에 익숙하지만 원래는 수백 년 동안 중국의 대표 경극으로 유명했던 이야기이다. 그 중국의 이야기를 한국 공연인들이 한국공연 포맷인 ‘창극’으로 만든 것이다. ● 항우와 유방 중국 옛 역사를 잠깐 살펴보면 하(夏)상(商)주(周)시대를..
2021.10.31 -
[아임 유어 맨] 도이치 알고리즘
스파이크 존스 감독의 ‘그녀’(Her) 이전에도 이런 이야기는 많았다. 그리스 신화에 이상적인 여인 피그말리온을 직접 만든 조각가도 있다. AI시대가 도래하며, 그리고 개인화 시대가 되면서 반려자로 인간의 피조물이 등장하는 것은 매혹적인 컨셉트가 되었다. 여기 그런 영화가 또 한편 등장했다. 독일 마리아 슈라더 감독의 ‘아임 유어 맨’(원제: Ich bin dein Mensch/I'm Your Man)이다. 이 영화를 보면 많은 영화가 떠오를 것이지만 ‘그녀’보다 폴 슈레이드 감독의 가 먼저 생각났다. 서른 즈음의 리처드 기어가 맡았던 역할은 ‘지골로’이다. 비벌리힐스의 고급호텔에서 상류층 여성만을 상대한다. 그래서 상상 가능한 매너와 스킬, 감성을 갖고 철저한 프로정신으로 ‘진실한 사랑을 갈구하는’ 클..
2021.10.31 -
[공작조:현애지상] 장예모의 항일 첩보전
최근 중국영화 한 편이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한국전쟁 당시 중국 포병대와 공병부대의 활약을 담은 중국(입장에서의) 애국영화 ‘금강천’(한국제목: 1953 금강대전투) 수입을 둘러싼 소동이었다. 그 영화에는 한국군과 북한(인민)군은 한 사람도 등장하지 않는다. 의외로 미군도 몇 명 등장하지 않는다. 하늘에선 미군 전투기가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서 밤낮없이 포격을 퍼붓고 중국의 인민지원의용군이 금강천을 건너기 위해 사투를 펼친다는 내용이다. 여하튼 그 영화 수입은 좌절되었고, ‘한국전쟁을 다룬 중국영화는 한국극장에서 상영해서는 안 된다’는 기준이 생겨버렸다. 이 즈음 또 한 편의 중국영화가 소개된다. 이번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다. 외교용어로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지혜가 필요한 모양이다. 서로 이견을 ..
2021.10.31 -
[내가 날 부를 때] 나의 누나, 나의 동생
부산국제영화제에서나 만나볼 수 있던 중국영화가 조금씩 국내극장에서도 소개되고 있다. 9일 개봉되는 [내가 날 부를 때](원제:我的姐姐)는 올 4월 중국에서 개봉되어 8억 5천만 RMB(1533억 원)의 흥행수익을 올린 흥행작품이다. 중국의 스타급 감독의 작품도 아니고, 흥행 대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도 아니며, 중국공산당 창당100주년에 즈음하여 최근 몇 년간 극장가를 호령한 중국현대사 관련 영화도 아닌데 이렇게 높은 흥행수익을 올린 것은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현재의 중국 여성의 지위를 엿볼 수 있다. 중국에서의 여성 지위라니?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유롭고, 자의식 강하고, 존중받을 것 같은데 말이다. 영화는 중국 사천성 성도(成都 청뚜)를 배경으로 한다. 집을 떠나 간호사로 힘..
2021.10.31 -
[습도 다소 높음] 고봉수사단의 ‘위드 코로나’ 독립영화
혹시 [델타 보이즈]나 [튼튼이의 모험]이라는 영화를 보았는지. 썩 내키는 제목은 아니다. 영화포스터도 키치스럽다. 그런데, 영화는 꽤나 재밌고 진지하다. “저예산으로 어렵게 완성시킨 마이너의 이야기”라고 딱 한 줄로 정리할 영화가 결코 아니다. 그 영화를 만든 고봉수 감독이 [습도 다소 높음]이라는 여전히 내키지 않는 제목과 키치스러운 포스터를 들고 돌아왔다. 백승환, 차유미, 김충길, 신민재, 고성완 등 낯이 익은 배우들이 이번에도 저예산 작품에서 마이너한 이야기를 전해 준다. 이번에는 무려 충무로배우 ‘이희준’과 영화평론가 전찬일 씨가 함께 출연한다. 영화 [습도 다소 높음]은 종로의 낭만극장에서 열리는 한 독립영화의 시사회 풍경을 담고 있다. 평소 관객 없는 이 극장은 코로나 때문에 더 손님이 없..
2021.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