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16. 07:35ㆍ미국영화리뷰
(박재환 1999/11/26) 논쟁적인 작품만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올리버 스톤 감독의 1997년 작품이다… <플래툰> 같은 영화에서 보여주는 신경질적 미국역사관이나 <내추럴 본 킬러>에서 몰고 온 수많은 비난들-특히 영화가 남긴 폭력의 양상은 언제나 진행형의 논란이었다. 물론 올리버 스톤 감독의 필모그라피에서 이러한 논란거리의 영화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 <유턴>같은 소품 영화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 영화는 42일 만에 뚝딱 만든 영화이지만, 어디 하나 흠잡을 곳이 없는 완벽한 심리 스릴러물이다.
이 영화는 제작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 존 리들리가 24살에 쓴 소설(‘Stray dogs’)을 영화로 옮긴 것이다. 영화는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리다>와 <펄프픽션>을 적당히 섞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것은 시드니 루멧의 <개 같은 날의 오후>같이 전혀 뜻밖의 극한 상황에 놓이게 된 한 소시민의 재수 없는 일상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 주인공은 착하고 순박한 모범 시민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휘말려 들어가는 사건은 정말이지 운 없고 재수 없고, 억울하다!
여기 엄청나게 재수 없이, 계속하여 일이 꼬이기만 한 주인공이 있었으니 바로 바비 쿠퍼(숀 팬)이다. 그는 이미 손가락 두 개를 잘린 채, 제 시간 안에 나머지 돈을 갚아야만 한다. 이글대는 애리조나의 태양 아래, 열을 받을 대로 받은 무스탕을 몰고 한 도시를 지나가게 된다. 순간 도로 위를 가로지르던 한 야생동물을 치게 되고 그 순간부터 그에게 이 날이 최악의 날이 될 줄이야.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마을(슈페리어) 입구에서 자동차마저 고장 난다. 그는 자동차 수리공에게 차 수리를 부탁하고 마을에 들어선다. 마을에서 처음 그를 맞이하는 것은 인디언 거지 존 보이트. 그리고 이내 그를 은근히 유혹하는 제니퍼 로페즈를 만나게 되고, 그의 계부이자 정부인 닉 놀테와 맞닥치게 된다. 이 모든 일련의 사건들은 몹시도 무더운 한낮에 이루어진다. 그리고 마을 보안관, 그리고 철부지 커플 등을 차례로 정신없이 만나게 되지만 어느 하나 그의 뜻대로 일이 되는 법이 없다. 겨우 마련한 돈까지 강도 때문에 다 날리고, 그는 이제 어쩔수 없이 범죄의 유혹을 받게 된다. 바로, 제니퍼 로페즈를 죽여 달라는 닉 놀테의 부탁. 그리고 제니퍼 로페즈는 오히려 닉 놀테를 해치우고 함께 도망가자고 속삭인다. 애리조나의 이글거리는 태양이 저물 때쯤이면 이제 바비 쿠퍼의 심리상태는 극도로 날카로워진다. 그는 이곳을 떠나고 싶다. 그를 쫓는 악당. 그리고 이유 없이 그 주위를 맴도는 보안관까지. 그는 마침내 어떤 결정을 내리지만 그것 또한 그의 뜻대로 될 리가 없다.
우선 음악은 엔니오 모리코네이다. 이미 400편 가까운 영화의 음악을 작곡한 대가답게, 그리고 <내추럴 본 킬러>에서 보여준 올리버 스톤감독의 음악적 취향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들로 찌는 한낮을 장식한다.
숀 팬이 연기하는 바비 쿠퍼는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실타래처럼 꼬여만 가는 상황을 뒤집어보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한다. 그의 의지와 욕망, 그리고 무엇보다 살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은 측은하기까지 하다. 그를 옭아매는 첫 번째 사람은 자동차 수리공 빌리 밥 손튼. 이 사이코 같은 인물에 의해 숀 팬의 정신적 불안의 도는 점점 높아만 간다. 그리고 제니퍼 로페즈의 등장은 관객과 마찬가지로 그에게도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그녀에 대해 어떠한 판단을 내려야할지 망설이게 만든다. 제니퍼 로페즈는 계부 닉 놀테의 피해자이다. 그리고 이 동네를 뛰쳐나가고 싶어 한다. 제니퍼 로페즈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게임은 그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이 하나씩 늘어날수록 악인과 선인이 모호해지고, 그 탈출의 과정은 험난해지기만 한다.
그 와중에 잠깐 나타나는 조아퀸 피닉스와 클레어 데인즈의 연기도 호연이었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손 팬의 운명을 농락하게 되고 애리조나의 쨍쨍 내리쬐는 태양을 원망하게 만든다. 출연진만으로 볼 때에도 이 영화는 결코 극장에서 돈 내고 봐도 아깝지 않은 라인업임에 분명하다. (근데 이 영화 Razzie Awards에서 최악의 감독상과 남우조연상(존 보이트) 후보에 올랐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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