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스] 아름다운 여인의 아름다운 방황 (카트린느 브레야 감독 Romance, 1999)

2019. 8. 15. 07:49유럽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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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드라마가 제대로 평가받기란 쉽지 않다. 진지한 삶의 모색, 진정한 사랑의 의미, 철학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담히 그린 이야기는 더더구나 관객에게 접근하기 어렵다. 

지난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2000)에서 최고의 화제를 불려 일으켰던 작품 중의 하나인 <로망스>이다. 이 영화는 전주영화제 기간 동안 기자 대상 시사회 한 번과 일반 상영 두 번으로 5백명 가까운 관객이 미리 관람할 수 있었다. 국제영화제의 힘이란 것이 적어도 한국영화팬에게는 색다른 기회를 제공한다. <해피 투게더>도, <거짓말>도, <로망스>도 그런 식으로 소개되었다. 일부관객들은 그러한 영상에 쉬이 동의할 수 없어 자리를 뜨는 경우가 있었다. 


이 영화는 프랑스에서도 선정적인 화제를 몰며 제작이 시작되었다. 여성감독 까트린느 브레이야가 이태리의 유명 포르노 배우 로코 시프레디를 캐스팅한다는 소문이 프랑스 연예신문의 가십란을 한동안 가득 채웠단다. 프랑스 배우들은 그와 공연한다면 모두 출연을 거부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고, 여주인공 까롤린 듀세도 시프레디와의 공연 소식에 처음 망연자실했단다. 그런 과정을 거쳐 결국 영화는 만들어졌다. 

 영화는 결국 한 여인의 자아성찰 과정이라는 거창한 철학적 화두 대신 행복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보여준다. 이것은 하고많은 탕녀의 또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남과 여라는 벽으로 나뉜 또 하나의 반쪽의 자연스런 선택인 것이다. 마리와 몇몇 남자와의 관계를 통해 관객은 진실한 자아를 찾게 된다. 그것은 인간의 기본 욕망, 섹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섹스의 선택마저도 자아의 방황 끝에 이루어지는 고결한 행위인 것이다. 고집 세고, 오만한 마리는 최악의 경우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자신을 발견하고 그 기쁨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박재환 200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