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미 엣 더 게이트] 문앞의 적 (장 자크 아노 감독 Enemy at the Gates 2001)

2019. 8. 14. 22:51유럽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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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01-4-15)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전쟁의 피비린내를 내뿜으며 구현한 것이 ‘라이언 일병’의 생사확인과 무사귀환이라는 기막힌 휴머니즘이었던 것에 비해, 이 영화 <에너미 엣 더 게이트>는 바로, 국가와 민족의 영광을 위해 하나의 전쟁 우상이 만들어지는 프로파간다의 드라마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영화는 이쪽 계통의 고전이랄 수 있는 안소니 퀸 주연의 <25시>에 비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영화가 시작되면, 그 곳이 러시아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을 것 같은 폭설과 추위가 휘몰아치는 우크라이나 벌판을 보여준다. 총의 노리쇠로 날카롭게 저쪽 들판의 늑대 한 마리를 응시하는 소년이 조용히 속삭인다. “나는 돌이 된다.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라고… 그 소년 옆에는 상처 입은 노인이 소년에게 삶의 기술을 가르친다. “총알은 하나 뿐이야. 한번에 맞춰야해. 이마를 조준해!”라고. 늑대는 달려들고 공포의 순간에 내몰린 소년. 한방의 총소리가 울리면서 암전.

이 굉장히 의미심장한 오프닝 씬이 지나면 관객들은 곧장 오마하 해변의 악몽이 떠오르는 <라이언 일병구하기>의 오프닝 씬과 같은 끔찍한 스탈린그라드 전투로 인도된다. 강변 너머 포연이 자욱하고, 러시아의 신병들이 전장에 내던져진다. 그들의 머리에서는 전투기의 총탄과 정예 독일군의 기관총 세례만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빈약한 군수품과 이데올로기의 전쟁임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듯이 “돌진! 스탈린을 위해 돌진!”이라는 명령만이 있다. ‘두 사람당 총 한자루!’ 한 사람이 쓰러지면 그 총을 쥐어들고 돌격한다. 그리고 돌아서서 후퇴라도 하면 공화국의 배신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군의 총알세례 뿐.

이 영화는 1941년 8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벌어졌던 스탈린그라드 공방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모스크바 남쪽, 흑해와 카스피해의 중간에 있는 볼가 강의 우안에 위치한 도시 스탈린그라드는 2차 대전 당시 독일과 러시아가 형성했던 전선에 있어 최고의 전략요충지. ‘스탈린의 도시’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스탈린은 이 도시를 사수할 것을 명령했고, 당시 100만의 소련 적군이 이 전투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들의 영웅적인 전투로 마침내 소련은 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 되었고, 독일은 패퇴하여야만 했다. 독일군은 이 전투에서 25만 명이 죽고 10만명 이상이 포로가 되었다. 스탈린그라드는 이 전투로 철저히 파괴되었었다.

하지만, 전쟁은 영웅을 만든다. 정예 독일군 앞에 소련 적군(레드 아미)은 애국심으로 돌진하여야만 했다. 여기에 실존인물 바실리 자이트세프(Vassili Zaitsev)가 등장한다. 환상적인 사격술을 가진 그는 인류전쟁역사에 있어 가장 유명한 저격수(스나이퍼)가 된다. 그는 실제 스탈린그라드 공방전 동안 144명(다른 기록에는 232명)의 독일군을 저격했다. 당시 독일군으로서는 선임장교, 지휘관만을 타켓으로 하는 이 바실리의 사격술에 속수무책이었다. 이후, 독일에서도 하인즈 토왈트라는 장교를 특파하여 바실리 저격에 나섰다. 이 영화에서는 에드 해리스가 연기하는 쾨니히 소령이 바로 이 인물의 모델이다. 소련에서는 1961년, 스탈린그라드는 볼고그라드로 이름을 바꾸었다. 현재 이 도시의 군사박물관에는 바실리가 사용하던 무기와 전리품들이 특별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독일측 저격수에 대한 기록은 독일 측에조차 남아있지 않을 정도라니, 전사는 승자의 기록인 모양이다.

<불을 찾아서>, <연인>, <장미의 이름> 등의 작품을 내놓았던 프랑스 출신의 장 자크 아누 감독은 이 드라마틱한 라이벌의 이야기에 로맨스를 가미하여 한편의 대사서시로 만들어낸다. 기본적으로 천부적인 집중력과 직업정신을 가진-시대의식으로 따지자면 애국애족의 사상으로 무장한 바실리가 자신의 임무수행 과정에서 겪게 되는 갈등을 그린다. 바실리를 하루아침에 러시아인민의 영웅으로 만든 정훈장교 다닐로프(조셉 파인즈)와 한 명의 여성 타냐(라첼 웨이츠)가 만드는 삼각관계가 이 영화의 로맨스를 이야기한다. 이 영화를 다 보고나면 바실리 역의 ‘쥬드 로’의 매력이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그만큼 이 영화는 쥬드 로의 영화이다.

바실리는 뛰어난 사격술 때문에 러시아 국민, 인민의 우상이 되고, 결국 애국심으로 무장한 러시아인의 투쟁으로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영화는 사회주의 국가의 전형적인 선전선동영화(프로파간다)의 형식을 띈다.

제작된 후 20년이 지난 1988년에야 겨우 국내에 개봉되었던 세르게이 본다르츄크 감독의 소련 영화 <전쟁과 평화>가 개봉되었을 때 가장 화제가 된 것은 ‘공산대국’ 소련의 영화가 철저한 반공국가 ‘한국’에서도 개봉된다는 상징성이었다. 이제는 러시아 군인의 영웅만들기도 자연스레 하나의 영화소재로 받아 들일만큼 우리의 영화관(觀)도 개방된 셈이다.

영화는 놀라운 승전보와 벽에 부딪힌 사랑이야기를 적당히 섞어 진행된다. 순간순간 저격수의 임무와 지하 벙커에서의 짜릿한 러브스토리는 이 영화를 휴먼드라마 이전에 멜로드라마의 느낌을 받게 한다. 그러면서, 바실리의 인민영웅 만들기라는 프로파간다 형태의 이야기는 멜로물이 되면서 뒷심을 잃고 만다. 하지만, 제임스 호너 (<타이타닉>, <브레이브 하트>)의 비장미 넘치는 음악과 함께 비장한 전투씬들로 말미암아 관객을 마치 잘 만든 한편이 전쟁드라마를 감상하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지난 2월에 열렸던 51회 베니스영화제 공식 개막작으로 선정되었었다. 독일, 영국, 미국 등의 제작자가 참여한 이 ‘역사적인’ 영화가 독일 베를린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참으로 흥미롭다. 아마도 2차 대전의 참화의 책임을 순수히 받아들이는 시대적 인식인 모양이다. 유럽에 붙어있으면서도 정서적으론 아시아인이라고 여긴다는 러시아는 두 문화의 경계에서 거대한 전쟁의 방어벽이 된 적이 몇 번 있다. 장 자크 아노 감독의 고국 프랑스도 이미 1812년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공했다가 혹한과 굶주림에 패퇴한 적이 있다.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의 영광처럼 이 영화는 러시아 인민의 영광의 기억들이 녹아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에 베를린영화제 판본(129분)보다 훨씬 긴 146분짜리가 개봉되었었다. 국내에는 직배사인 UIP에 의해 그보다 좀 짧은 버전이 상영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관람등급은 15세. 헐리우드가 만든 또 한 편의 2차대전 전쟁 블록버스터 <진주만>보다 조금 일찍, 5월 중에 개봉될 예정이다. (박재환 2001/4/15)

 

 

Enemy at the Gates - Wikipedia

2001 film by Jean-Jacques Annaud Enemy at the Gates is a 2001 war film written and directed by Jean-Jacques Annaud and based on William Craig's 1973 nonfiction book Enemy at the Gates: The Battle for Stalingrad, which describes the events surrounding the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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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sily Zaitsev (sniper) - Wikipedia

Vasily Grigoryevich Zaytsev (Russian: Васи́лий Григо́рьевич За́йцев, IPA: [vɐˈsʲilʲɪj ɡrʲɪˈɡorʲjɪvʲɪtɕ ˈzajtsɨf]; 23 March 1915 – 15 December 1991) was a Soviet sniper and a Hero of the Soviet Union during World War II. Prior to 10 November 1942, he kil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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