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13. 19:02ㆍ중국영화리뷰
(박재환 2001.4.29.) 이른바 ‘5세대’, ‘6세대’에 속하는 중국영화감독들의 해외영화제 수상작과 그들의 최신작품들은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영화제의 단골 메뉴이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되는 <운명의 해>는 그동안 서구인의 관점에 의해 필요이상으로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있는 5,6세대 감독군들의 작품과는 달리 중국의 중견감독 시에페이(謝飛)가 1989년도에 내놓았던 작품이다. 참고로 이야기하자면 시에페이 감독은 ‘중국 4세대 감독’군에 속한다.
영화는 오래된 중국 베이징의 남루하고 좁다란 골목길을 걸어가는 한 남자의 뒷모습을 카메라가 거칠게 뒤쫓아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혜천'은 막 감화원에서 출소하여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하지만, 가족으로부터 냉대를 받고는 홀로 골방에서 자신의 새로운 삶을 꾸려가게 된다. 영화는 가끔 플래쉬백으로 그가 감옥으로 가게 된 이유를 설명해 준다. '의리'를 중시하는 그는 그 '의리' 때문에 살인사건에 휘말린 것이다.
출소 후, 그는 가판을 시작한다. 유행하는 옷가지나 악세서리를 팔고, 조잡한 수입품 란제리로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이 40줄에 들어서는 그에게는 애인이 없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운명처럼 만나게 되는 술집의 노래하는 아가씨 짜오에게 연정을 느끼지만 결코 말을 건네지 못한다. 그리고, 가끔 그에게 편의를 제공해주던 암흑가의 보스 때문에 점점 범죄의 유혹에 빠져든다.
그러던 중, 같은 감옥살이를 하던 친구가 탈옥했다는 사실을 공안경찰에게서 듣게 되고 걱정하기 시작한다. '의리'를 중시하는 그에게 탈옥수가 찾아오고 이혜천의 입장은 난처해진다. 그리고 짜오는 화려한 무대로 진출하게 되자 이혜천은 금목걸이를 사들고 찾아가지만 차가운 거절의 소리만을 들어야한다. 친구 때문에 이성을 잃은 이혜천은 밤거리를 방황하다가 노상강도의 칼에 맞아 어이없게 죽고 만다.
<운명의 해>는 유항(劉恒,류헝)의 장편소설 <검은 눈(黑的雪)>을 영화화것이다. 감독은 작가 유항은 숙명론과 프로이드에 기울어 이 작품을 썼다고 소개한다.
사회적 격변기에 내던져진 개인들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간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들에 내던져지는 것을 세밀한 심리묘사와 함께 유려하게 써내려간다. 특히 영화제목 <본명년(本命年)>에서 알 수 있듯이 등장 인물은 자신이 태어난 띠에 대해 유난히 집착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싸구려 도색잡지와 포르노테이프는 40줄 노총각의 위축된 성의식을 다시 한 번 일깨우게 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 영화에서 주인공 이혜천은 중국의 전통적 '의리'사상과 자신의 미천한 출생, 그리고 범죄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불행한 캐릭터이다.
지금은 <햇빛 쏟아지는 날들>과 <귀신이 온다>로 세계적인 감독으로 부상한 강문(姜文,장원)이 연기하는 이혜천이라는 캐릭터는 중국의 현대사가 그려낼 수 있는 가장 불운한 중국인의 근사치에 가까운 유형이다. '문화대혁명'의 부산물로서 엉망이 되어버린 10년의 교육체제 속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의 인간이 되어버린 바닥 인생을 소화해낸다.
이혜천이 연정을 느끼는 밤무대 가수 조가추(程琳)은 급속도로 물질화 되어가는 중국사회를 대표한다. 찬란한 무대조명과 술에 취한 신진 '소비자' 사이에서 애써 웃음 짓고 노래 부르는 그는 조금씩 대중스타가 되어가는 것이다.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중국영화 가운데 <샤워>라는 작품이 있었다. 베이징의 오래된 주택가의 낡은 대중목욕탕이 도시재개발에 의해 헐리는 운명에 놓이면서 펼쳐지는 구세대와 신세대의 의식차이, 그리고 가족 관념의 복원이라는 선명한 주제의식이 돋보였던 <샤워>와 올해 소개되는 <운명의 해>는 오늘날 급속히 물질문화 중심으로 변화하는 중국의 사회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영화이다.
이 영화는 1990년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수상작이다.
https://www.bilibili.com/video/av12131508/
[운명의 해] 북경건달 셰페이(謝飛) 감독 本命年 (1989)
(박재환 2001.4.29.) 이른바 ‘5세대’, ‘6세대’에 속하는 중국영화감독들의 해외영화제 수상작과 그들의 최신작품들은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영화제의 단골 메뉴이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되는 <운명의 해>는 그동안 서구인의 관점에 의해 필요이상으로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있는 5,6세대 감독군들의 작품과는 달리 중국의 중견감독 시에페이(謝飛)가 1989년도에 내놓았던 작품이다. 참고로 이야기하자면 시에페이 감독은 ‘중국 4세대 감독’군에 속한다.
영화는 오래된 중국 베이징의 남루하고 좁다란 골목길을 걸어가는 한 남자의 뒷모습을 카메라가 거칠게 뒤쫓아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혜천'은 막 감화원에서 출소하여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하지만, 가족으로부터 냉대를 받고는 홀로 골방에서 자신의 새로운 삶을 꾸려가게 된다. 영화는 가끔 플래쉬백으로 그가 감옥으로 가게 된 이유를 설명해 준다. '의리'를 중시하는 그는 그 '의리' 때문에 살인사건에 휘말린 것이다.
출소 후, 그는 가판을 시작한다. 유행하는 옷가지나 악세서리를 팔고, 조잡한 수입품 란제리로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이 40줄에 들어서는 그에게는 애인이 없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운명처럼 만나게 되는 술집의 노래하는 아가씨 짜오에게 연정을 느끼지만 결코 말을 건네지 못한다. 그리고, 가끔 그에게 편의를 제공해주던 암흑가의 보스 때문에 점점 범죄의 유혹에 빠져든다.
그러던 중, 같은 감옥살이를 하던 친구가 탈옥했다는 사실을 공안경찰에게서 듣게 되고 걱정하기 시작한다. '의리'를 중시하는 그에게 탈옥수가 찾아오고 이혜천의 입장은 난처해진다. 그리고 짜오는 화려한 무대로 진출하게 되자 이혜천은 금목걸이를 사들고 찾아가지만 차가운 거절의 소리만을 들어야한다. 친구 때문에 이성을 잃은 이혜천은 밤거리를 방황하다가 노상강도의 칼에 맞아 어이없게 죽고 만다.
<운명의 해>는 유항(劉恒,류헝)의 장편소설 <검은 눈(黑的雪)>을 영화화것이다. 감독은 작가 유항은 숙명론과 프로이드에 기울어 이 작품을 썼다고 소개한다.
사회적 격변기에 내던져진 개인들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간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들에 내던져지는 것을 세밀한 심리묘사와 함께 유려하게 써내려간다. 특히 영화제목 <본명년(本命年)>에서 알 수 있듯이 등장 인물은 자신이 태어난 띠에 대해 유난히 집착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싸구려 도색잡지와 포르노테이프는 40줄 노총각의 위축된 성의식을 다시 한 번 일깨우게 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 영화에서 주인공 이혜천은 중국의 전통적 '의리'사상과 자신의 미천한 출생, 그리고 범죄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불행한 캐릭터이다.
지금은 <햇빛 쏟아지는 날들>과 <귀신이 온다>로 세계적인 감독으로 부상한 강문(姜文,장원)이 연기하는 이혜천이라는 캐릭터는 중국의 현대사가 그려낼 수 있는 가장 불운한 중국인의 근사치에 가까운 유형이다. '문화대혁명'의 부산물로서 엉망이 되어버린 10년의 교육체제 속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의 인간이 되어버린 바닥 인생을 소화해낸다.
이혜천이 연정을 느끼는 밤무대 가수 조가추(程琳)은 급속도로 물질화 되어가는 중국사회를 대표한다. 찬란한 무대조명과 술에 취한 신진 '소비자' 사이에서 애써 웃음 짓고 노래 부르는 그는 조금씩 대중스타가 되어가는 것이다.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중국영화 가운데 <샤워>라는 작품이 있었다. 베이징의 오래된 주택가의 낡은 대중목욕탕이 도시재개발에 의해 헐리는 운명에 놓이면서 펼쳐지는 구세대와 신세대의 의식차이, 그리고 가족 관념의 복원이라는 선명한 주제의식이 돋보였던 <샤워>와 올해 소개되는 <운명의 해>는 오늘날 급속히 물질문화 중심으로 변화하는 중국의 사회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영화이다.
이 영화는 1990년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수상작이다.
https://www.bilibili.com/video/av12131508/
감독: 사비(謝飛 셰페이)
주연: 강문(姜文 장원)
원작: 유항(刘恒 류헝) <검은 눈>(黑的雪)
한국공개: 2001년 2회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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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kinocine.com/108 [박재환 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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