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유로파, 무서운 10대들 (르네 엘러 감독 Wij/We 2018)

2019. 7. 30. 21:58유럽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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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부산국제영화제가 아니어도, BIFAN의 심야극장이 아니어도 이런 영화를 볼 수 있다. 그것도, 멀티플랙스에서 말이다. 여름을 맞아 CGV에서 ‘CAV’라는 특별한 영화제를 하나 기획했다. ‘CINEMA ADULT VACATION’이다. 상영목록 중에는 ‘감각의 제국’이나 ‘나인 송즈’ 등 유명영화들과 함께 <위!>가 있었다. <위!>는 네덜란드 르네 엘러(Rene Eller) 감독의 청춘(?)물이다. 엘비스 피터스(Elvis Peeters)의 원작소설도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모양이다. 

영화의 배경은 네덜란드와 접해 있는 벨기에의 북쪽 마을, 바흐테베케(Wachtebeke)이다. 영화에서 ‘주로’ 쓰이는 말은 독일어와 함께 플라망어(Flemish)란다. 언어나 지역이 말하는 그들의 정치적/사회적 위상을 정확히 모르는 관계로 영화가 함의하는 깊은 뜻을 실제로 정확히 알 수는 없을 것 같다. 사전에는 플라망어가 벨기에 북부지역에서 사용되는 네덜란드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시장 선거에 나온 사람이 지역사회의 독립과 관련된 정치적 주장을 펼친다. 이곳에 사는 틴에이저는 어디선가 많이 본 아이들의 모습이다. 우리나라 십대 탈선영화에 흔히 보던 장면이다.(물론, 수위가 세고 높다!) 부모는 자기 자식들이 제대로 보살핌을 받고, 잘 자라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아이들의 세상에서 저들만의 도덕관념으로 세상에 ‘빅엿’을 먹이고 있으니 말이다. 이들은 모두 목적 없는 삶을 산다. 처음 8명의 패거리가 모인다. 오직 섹스와 허무주의에 빠져 내일없는 삶을 살아간다. 부모들의 눈을 피해, 어른들의 간섭을 피해 이들은 외진 곳, 버려진 집에서 ‘십대의 성욕과 미성년의 절망’을 마구 분출한다. 그러다가 이들은 범죄에 빠져든다. 여친에게 매춘을 시키고, 성인과의 섹스 장면을 몰카에 담고, 포르노를 만들어 유통시킨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그 동영상으로 협박한다. 그러다가 누군가 죽음에 이른다. 영화는 재판정에 선 이들 틴에이저들이 재구성하는 그들의 방황, 범죄이야기이다. 물론, 영악한 이들 십대들이 법정에서 정직하게 그들의 행각을 말할 리가 없다. 증언대에 선 그들이 말은 ‘라쇼몽’ 같은 구성으로 재현된다. 

사실, 영화에서 묘사되는 청소년 범죄(통상적 일탈행위를 넘어선!)는 우리나라 영화에서도 오래 전부터 익숙한 모습이다. 단지, 북구 청소년의 도덕적 관념이나 성 의식, 그리고 영화표현의 차이에 따라 구현된 영상은 놀랍다. 그런 장면만을 건너뛴다면, 역시 영화에서 남는 것은 청소년의 문제는 동과 서의 문제가 아니란 것을 실감하게 된다. 청소년의 일탈/범죄문제가 해당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연계된 가정>학교>사회 문제로 확대시킬 수 있다는 뻔한 토론을 읶르지는 않는다. 인간의 사악한 본성을 다룬 셈이다. <위!>는 나이가 많든 적든, 생각이 깊든 얕든, 유혹을 이기고 자기의 자리를 찾아가는 지혜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박재환 2019.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