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30. 08:46ㆍ일본영화리뷰
(박재환 2002/5/6)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사후>(死後)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사람이 죽고 나서는 1주일동안 이승과 저승의 교차점에 머물게 된다. 이 곳 경계점(limbo)에서 그들은 어떤 특별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한 가지 마지막 절차를 밟게 된다. 첫 사흘동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생각해내고, 찾아내고,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이틀 동안 그 기억을 재생하여 영상에 담는다. 마지막 날 시사실에서 그 재현된 영상물을 바라보며 흐뭇해하는 속에 모든 기억을 잊고서는 영원히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날도 모두 스물 명 남짓의 새로운 죽음이 도착한다. 나이든 사람, 젊은 사람, 어린 사람… 각자 많은 사연을 갖고 죽었을 터이니 그들이 생각해내는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선정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기다리던 옛 애인을 다리 위에서 다시 만나던 순간을 기억하고픈 사람도 있고, 아내와 앉았던 마지막 공원 벤치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고, 세스나 비행기에서 바라다보던 흰 구름을 생각해낸 사람도 있으며, 친구들과 디즈니랜드를 갔었던 기억을 떠올린 사람도 있다. 물론, 아무리 떠올려도 결코 행복했던 순간이 없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길고도 거칠었던 삶을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행복했던 미소를 지으며 이승을 하직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마, 엊그제 죽은 그 사람들도 이 영화를 보고 미리 자신이 가장 행복했었던 순간을 생각해 두었기를 바란다. 아마, 그런 기억이 없을지도 모른다. … 그 순간을 어떻게든 넘기면 자신의 행복이 있었을 텐데 말이다.
삶은 때로 허망하지만, 잠시 푸른 하늘을 보며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당신이 죽음을 생각한다면 <사후>를 보기 바란다.
[원더풀 라이프| ワンダフルライフ, 死後, After Life 1998]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주연: 테라지마 스스무, 오다 에리카, 나이토 타케토시, 아라타 한국개봉: 2001년 1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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