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라디오의 시간 (미타니 코기 감독 ラヂオの時間 1997)

2019. 7. 30. 09:02일본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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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00.10.21.) 극장에서 너무 웃다 턱이 빠질 정도의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는 영어권 국가에 소개된 제목이다. 원래 일본어 제목은 <라디오의 시간(ラヂオの時間)>이다. 이미지가 비슷할 것 같은 영화로는 우디 앨런이 감독과 주연을 맡았던 <라디오 데이즈 ( Radio Days/87년)>라는 영화가 있다. 우디 앨런은 텔레비전이 미국 안방에 침투하기 전인 1940년대, 미국의 중산층 가정 내에 진입한 유일한 오락도구였던 라디오를 둘러싼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경쾌하고 발랄하게 풀어나갔다. 그럼, 일본인 감독 미타니 코키의 97년도 <라디오의 시간>은 어떤가. 

일본만 하더라도 더 이상 라디오의 시대는 아니다. 극장영화의 시대도 지났다. 일본은 이미 20년째 극장입장 관객이 하향추세이다. ‘소니’의 막강한 영상기기들과, 이웃나라 한국에까지 흘러넘치도록 풍족한 비디오소프트웨어들은 더 이상 일본의 젊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유인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라디오에 매달려, 라디오의 생방송 드라마에 귀 기울이는 일본인들은 분명 시대착오적인, 아니면 노스탤지어에 푹 빠져 지내는 퇴행(?)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영화는 그러한 미디어적 발달사에서 후순위로 밀린 매체에서 건져 올린 따뜻한 인간들을 그려낸다. 

영화를 보고나서는 이 영화를 왜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 맥도날드씨 환영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옮겼는지 알게 된다. 사건의 발단은 한 순진한 문학소녀적 분위기의 주부가 라디오의 각본 콘테스트에서 1등에 당선되면서 벌어진다. 아타미 해변에 사는 자신과 ‘어부’인 남편의 소박한 자전적 러브스토리를 옮겼음에 분명한 이 <운명의 여인>은 이제 곧 성우들의 목소리에 특수효과음이 덧붙여져서 생방송으로 청취자를 찾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여자를 대하는 방송국 사람들의 왠지 곱지 않은 눈길에서부터 이 드라마가 상궤를 한참이나 벗어난 요절복통의 스크루볼 코미디가 될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각본콘테스트에는 애당초 혼자만이 응모했으니 말이다. 

생방송 큐 싸인 나기 전, 콧대 높고 서로 앙숙인 성우들은 애꿎은 각본을 들볶기 시작한다. 방송시간은 다가오고, 연출가와 방송국의 고위급 인사(편성국장)는 스타급 성우들을 기분 나쁘지 않게 다독이며 행여나 펑크 날까 싶어 조마조마하다. 그러나 최고로 조바심을 가진 등장인물은 역시, 스튜디오 구석에서 자신의 원본이 마구잡이로 찢겨나가는 것을 지켜봐야하는 주부. 막은 오르고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뒤집어져만 간다. 

가난한 날의 행복을 꿈꾸었을 ‘일본 해안의 어부’는 어느새 파일럿으로 바뀌어버리고, 이름은 ‘도나르도 마쿠도나르도’가 되어버린다. 이것은 생방송 재앙의 시작일 뿐이다. 관객들은 끝없이 변경되어야만 하는 시나리오와 용케도 아슬아슬하게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가는 이들 생방송 용사들의 혈투를 지켜보며, 웃고웃고 또 웃는다. 단지, 초보작가 주부 ‘미야코’는 스튜디오 구석에서 두 손을 꼭 쥐고는 한없이 슬픈 표정만을 쥐어야만 한다. 

그러고 보면, 이 영화는 너무나 착한 영화이다. 소박한 사람들의 소박한 꿈들이 라디오 전파를 타면서 청취자의 공감을 사게 되니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시종일관 라디오방송국 스튜디오만을 비춰준다. 시청자는 단 한명, 커다란 트럭운전수일 뿐이다. 그 라디오 드라마가 평소에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 이야기의 핵심만으로 보자면 자신의 시나리오가 갈가리 찢겨나가며 블록버스터로 재탄생하는 헐리우드식 영화산업의 비하인드 스토리 같은 음모론이 숨어 있음직하다. 그러나, 착한 나라(?)의 착한 영화인답게 생방송 과정에 겪었던 우여곡절을 말끔히 잊어 버릴만큼 깔끔한 뒷맛을 제공해준다. 한없이 유쾌하게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며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랑’이라는 뻔한 주제를 전해준다. 

이 영화는 ‘코미디’가 ‘휴머니즘’을 만날 때 얼마나 가슴이 훈훈해지는가를 보여준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ラヂオの時間,1997] 감독: 미타니 코기(三谷幸喜) 출연: 스즈키 쿄카, 카라사와 토시아키, 니시무라 마사히코, 도나 게이코, 호소카와 도시유키 개봉: 2000/12/2  

 

三谷幸喜 - Wikipedia

 

ja.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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