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11. 10:12ㆍ미국영화리뷰
[리뷰] 쓰리 빌보드 “#ME_TOO 시대, 피해자의 방식”
2018-03-05 15:18:42
5일 오전(한국시각) 열린 제90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7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마틴 맥도나 감독의 <쓰리 빌보드>(원제: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는 여우주연상(프란시스 맥도먼드)과 남우조연상(샘 록웰)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15일 개봉될 예정이다.
영화는 미국 미조리 주 에빙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미조리에는 에빙이라는 마을이 없단다. 가공의 마을이다) 한적한 이 시골마을, 더욱 한적한 진입도로에 입간판 세 개가 서 있다. 오랫동안 방치되어있던 이 입간판에 새로운 광고가 들어선다. 붉은 바탕에 하얀색 글씨가 커다랗게 쓰여 있다. 놀랍게도 내용은 “죽을 때까지 강간당했다”, “아직도 못 잡냐”, “윌로비 뭐 하냐”라는 내용이었다. 관객은 곧바로 그 사연을 듣게 된다.
어빙에 사는 드센 여자 밀드레드(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자신의 딸이 잔인하게 강간당하고, 불태워 죽임을 당했지만 경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한 것에 대한 항의의 차원으로 간판에 보란 듯이 광고를 낸 것이다. 윌로비(우디 해럴슨)는 경찰서장이다. 영화는 희생자 가족의 분노, 지역경찰의 무능함, 그리고 미디어의 선정적인 보도에 대한 고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뒤집는다.
영화는 복잡한 이야기를 던져놓는다. 미국의 전형적인 남부 시골마을의 풍광들이 펼쳐진다. 경찰(샘 록웰)은 인종차별적인 발언도 툭툭 내던지지만 시민들은 나름 언론의 자유와 민주국가에 대한 자긍심이 가득한 것 같다. 강간범을 못 잡는 경찰의 고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희생자 가족의 분노는 클 수밖에. 이런 저런 마을사람과 경찰들의 이야기를 때로는 인간적으로,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시니컬하게 그리면서 사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굴려간다. 피해자의 가족은 복수에 나서고, 나쁜 경찰은 곤혹스런 상황에 빠지고, 빌보드는 불타오른다.
<쓰리 빌보드>는 ‘데스위시’ 류의 무지막지한 피해자 유가족에 의한 자경단식 복수극의 한계를 넘어선다. 프란시스 맥도먼드가 펼치는 유가족은 강철 같은 의지로 범인을 잡고 싶어 한다. 그 과정에서 마을사람들의 시선, 경찰의 태도, 가족의 관계가 다양한 방식으로 바뀐다.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은 흑인/난쟁이/여성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의 교정, 부당한 대우에 대한 나름의 대처법 등을 생각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입간판은 ‘미디어’이자 ‘인터넷’이다. ‘대자보’를 거쳐 ‘인터넷 게시판’의 고발인 셈이다. 피해자(가족)의 한 맺힌 증언은 때로는 폭발적인 댓글과 사회적 움직임으로 승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불순한 의도의 천박한 매도로 피해자의 가슴에 두 번째 상처를 안기기도 한다.
<쓰리 빌보드>는 2006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크래쉬>(Crash, 폴 해기스 감독)와 맥을 같이 한다. 정의는 올바른 형태로 정당하게 완수될까. 맥도먼드 여사의 복수는 정당화될 수 있을까. 감독은 영리하게 여백을 남긴 채 영화를 끝맺는다.
영화를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총기천국 미국이나, 인터넷(게시판)천국 한국에서 ‘각종 범죄’의 피해자가 고통 받는 이유와, 그 고통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유일한, 가장 빠른 수단이 ‘이것’이라는 사실. (KBS미디어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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