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 2049' 완벽가이드 (ver 1.00)

2017. 10. 21. 11:53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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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17-10-20] 리들리 스콧 감독의 불멸의 SF <블레이드 러너>의 속편이 35년 만에 만들어졌다. ‘안드로이드’를 쫓는 ‘블레이드 러너’가 어떤 존재인지, ‘부엉이’가 왜 등장하고, ‘기억’은 무엇인지 영화의 이해를 돕기 위한 관람가이드를 제공한다. 혹시, 오리지널 <블레이드 러너>(1편)를 본지 오래 되었다면, 원작소설과의 연관성이 궁금하다면, 그리고, 전편과 속편의 연결고리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을 읽어보시길. 혹시, 스포일러에 알레르기가 있으신 분은 읽지 마시실.

배경

물론 지구이다. 지구의 상황에 대해 영화에서는 뚜렷한 설명이 없다. SF작가 필립 K. 딕이 1968년에 쓴 원작소설에서는 간단한 서술만이 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처음에는 1992년이었다가 이후 개정판에서는 2021년이다. (영화에서는 2019년 11월이다) 핵전쟁이 일어난 뒤 지구는 낙진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세상은 온통 칙칙하고 진눈깨비가 계속 내린다. 살아있는 인류는 화성을 식민지로 개척하고 하나둘 떠나간다. ‘오프-월드’라는 화성개척을 위해 일종의 ‘인공노동력’인 안드로이드가 만들어진다. 영화에서는 이 놈을 ‘리플리컨트’라 부른다. 1편에서는 타이렐사(타이렐 코프레이션)가 독점 생산하는 넥서스6이 최신형이었다. 원작소설에는 타이렐이 아니라 ‘로즌 조합’(로즌 어소시이에션)이 이들의 창조주, 즉 제작자이다.

리플리컨트는 무엇인가

식민지(오프-월드) 개척을 위해 위험한 일, 즉 노동을 시키기 위해 개발된 인간형 로봇이다. 기계로봇이 아니라 안드로이드이다. 타이렐사의 넥서스6 모델은 수명이 4년이다. 그러나, 이것은 타이렐사가 임의로 설정한 것은 아니다. 원작소설에서 릭 대커드의 질문에 레이첼이 대답하는 말 속에 리플리컨트의 슬픈 운명이 있다. “난 2년 전에 만들어졌어. 대략 2년 정도 수명이 남은 셈이지. 그들(타이렐)도 이 문제만은 해결하지 못했어. 신진대사 문제야.” 라고.

영화(1편)에서는 창조주 타이렐 회장이 자신을 찾아온 로이(룻거 하우어)에게 이렇게 말한다. “만들 때 이미 결정된 것이고 변경은 불가능해. 유전자 조합은 바꿀 수 없다.”면서 “만약 그랬다가는 24시간 뒤부터 모든 세포가 노화되고 일정시간이 지나면 죽게 될거야.”라고 말한다.

영화 속편에서는 니안더 월레스(자네드 레토)가 권력자로 등장한다. 그는 타이렐 코프레이션의 유산을 손에 넣고, 넥서스8을 만들고, 식민지 개척에 모든 것을 건다. 문명의 도약을 위해선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고 믿는 그이지만 무한정 노예 리플리컨트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그는 타이렐의 마지막 ‘절대기술’ 혹은 첨단기술인 ‘리플리컨트의 생식’에 공을 들인다.

블레이드 러너는 무엇인가

리플리컨트는 우주식민지 개척을 위해서 만들어진 존재이다. (소설에서는 화성식민지로 가는 지구인에게 편의를 위해 안드로이드가 하나씩 제공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 중 일부가 지구로 도망쳐 잠입한다. 불법으로 지구에 들어온 리플리컨트를 제거하는-퇴역시키는- 존재가 블레이드 러너이다. 소설에서는 8명(!)의 안드로이드가 탈출한다. 폴로코프, 갈랜드, 앤더스, 기철, 루바 루프트, 로이 바티, 이름가르트 바티, 프리스 스트래턴. 블레이드 러너인 릭 대커드는 꼬박 하루 동안(1992년 1월 3일!) 이들 중 여섯을 ‘퇴역’(제거) 시킨다. 영화에서는 물론 다르다.

블레이드 러너가 리플리컨트를 인간과 구별해내는 방식은 ‘보이트-캠프 척도’라는 거짓말 탐지기 같은 테스트를 진행한다. 10개 정도의 질문을 던져 ‘인간을 복제한 리플리컨트’가 보이는 미세한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다. 소설에서는 이런 질문을 한다. “당신에게 선물을 해요. 아기 가죽으로 만든 지갑이군요.”라고. 그 질문에 대해 어떤 신체적 변화가 미세하게 발생하는지를 캐치하는 것이 블레이드 러너의 역량이다. 혹은 “잡지를 읽다가 여자의 누드사진을 보게 된다면?” “남편에게 보여줬더니 침실 벽에 붙여놓는다면?”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

블레이드 러너는 경찰(NYPD)이라고 나오지만, 조금 성격이 다르다. 경찰에 소속된 현상금 사냥꾼이다. 안드로이드를 하나씩 퇴역(제거)시킬 때마다 1천 달러의 현상금을 받는다. 속편에서도 경찰이지만, 경찰이 아닌 듯한 푸대접을 받는 것을 알 수 있다. “껍데기”라는 욕설을 듣기도 하고, 싸우다 다쳐도 상관이 “치료비는 없어!”라고 말한다.

유니콘

1편에서 릭 대커드를 찾아오는 경찰 가프(에드워드 제임스 올모스)는 이따금 종이나 성냥개비로 조그마한 동물을 만든다. 릭 대커드는 피아노에서 문득 ‘유니콘’이 달려오는 모습을 떠올린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레이첼과 달아날 때 바닥에 떨어진 종이로 접은 유니콘을 보게 된다.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릭 대커드가 인간이 아닌 리플리컨트라면 유니콘은 주입된 기억일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상관 가프는 꿰뚫고 있고 그것을 은연중에 내보이는 것이다. 또 하나는 원작소설에서 등장하는 설정의 변형이다. 소설에서는 지구에 남은 인간들은 고상한 취미를 갖고 있다. (오프-월드로 나갈 수 없는) 이들은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핵전쟁 이후 대부분의 생물은 멸종했기에 실제 (진짜) 동물은 엄청난 가격에 거래된다. 그래서 대부분은 가짜, 전기동물을 키운다. 릭 대커드는 전기양을 키우다가 리플리컨트를 처치하고 받은 현상금으로 진짜 암컷 누비아 염소를 사서 키우게 되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이런 설정이 모두 사라진다. 35년 만의 속편에도 등장하는 가프는 여전히 종이로 뭔가를 접고 있다. 이번에는 ‘양’이다.

또 하나, 전편에 등장하는 세바스찬(윌리엄 샌더슨)은 장난감 인형 같은 존재를 만들어 아파트에서 같이 살고 있다. 세바스찬이 뛰어난 ‘유전자 디자이너’로 등장하기에 그들은 장난감이 아니라 어쩌면 유전자 조작된 안드로이드인지도 모른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언가 결핍된 세상에서 유사생명체를 만들거나 키우고 있다. 종족번식의 대의는 사라지고, 취미생활로 그 흔적이 남아있는지 모른다.

부엉이

‘부엉이’는 소설에서 핵전쟁의 첫 피해자로 설명된다. 핵 낙진이 발생했을 때 제일 먼저 부엉이들이 땅에 떨어져 죽고 그 뒤를 이어 다른 새들이, 다른 동물들이 차례로 멸종한다. 영화 1편에서 릭 대커드가 타이렐 사를 찾아갔을 때 부엉이를 보게 된다. 멸종된 부엉이를 갖고 있을 만큼 타이렐이 엄청난 기업이라고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내 대커드는 “저놈도 전기(가짜)동물이군”이라며 알아차린다. 소설에서는 일종의 뇌물로 활용된다. 보이트-캠프 검사에서 리플리컨트임이 발각된 레이첼은 그 사실을 눈감아주면 ‘부엉이’를 주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기억

리플리컨트는 공장에서 생산된 인간형 로봇이다. 그래서 기억이란 것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과거의 일이 아니라, 입력된 메모리에 불과하다. 속편에서 자신이 리플리컨트임을 알고 있는 K(라이언 고슬링)는 어릴 적 고아원에서 괴롭힘을 당하다가 지하실에 나무인형(목마)을 몰래 숨기는 기억을 갖고 있다. 이게 자신의 기억인지, 아니면 입력된 메모리인지, 그리고 누구의 기억인지가가 속편의 핵심일 수도 있다.

소설에서는 (넥서스6형 안드로이드인) 레이첼은 엄마와 찍은 사진, 6살 때의 거미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한다. 해리슨 포드는 그것이 회장의 조카 기억이 이식된 것이라고 말한다. 왜, 굳이 안드로이드에게 기억을 심어놓을까. 속편에서는 그에 대한 해답이 조금 있다. “힘든 일을 하는 안드로이드에게 유일한 낙”일 것이라고.

1편 영화에서 가장 미스터리하며, 극적인 대사는 아마도 최강의 리플리컨트 로이가 마지막에 릭 대커드에게 하는 말이다. “난 네가 상상도 못할 것을 봤어. 오리온 전투에 참가했었고 탄호이저 기지에서 빛으로 물든 바다도 봤어. 그 모든 기억이 곧 사라지겠지. 빗속의 내 눈물처럼. 죽을 시간이야.” 리플리컨트의 수명이 4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이것도 이식된 기억일 것이다.

1편과 속편의 차이는 (원래 있던) 기억이 ‘이식’되었을 뿐만 아니라, ‘누군가’(기억전문가) ‘창조’해낸 기억도 심어진다는 것이다.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어떻게 데코레이션할지도!)

섹스와 종족번식

<블레이드 러너 2049>가 개봉된 뒤 나온 반응 중 하나가 영화에서 여성은 성적대상으로 소비되었다는 지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K(라이언 고슬링)는 애인 조이와의 육체적 결합이 불가능하다. 조이는 ‘0’과 ‘1’로만 존재하는 디지털 광학(홀로그래피) 애인일 뿐이다. 그래서, 마리에트라는 물리적(육체적) 리플리컨트를 대역으로 쓰게 된다. 1편에서는 릭 대커드와 레이첼(숀 영)이 하룻밤을 지낸다. 즉 ‘섹스’를 한다. 릭 대커드가 인간이고 레이첼이 안드로이드라면 임신은 불가능하다. (소설에서 레이첼이 “안드로이드는 아이를 낳을 수 없죠“라고 말한다) 만약, 레이첼이 임신을 한다면 그건 정말 기적이라고 할 것이다.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하시라.

외전들

영화개봉에 앞서 영화의 이해를 도와주는 단편영화와 애니메이션이 공개됐다. 영화에서는 2020년에 열흘간의 대정전이 있었다고 말한다. 지구인들이 안드로이드에 대한 광범위한 배척운동이 일어나고 파괴활동이 거듭된다. 지구인들은 데이터베이스(기록)을 근거로 안드로이드를 파괴하는데, 각성한 안드로이드가 대정전을 일으키고 기록을 지워버리는 것이다. 그 덕분에 넥서스6에 대한 자료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후 모델은 눈동자 하단에 일련번호가 있다. 그것으로 판명한다. (첨단시대에 스캐너로 훑으면 될 것인데 여전히 손으로 눈꺼풀을 까뒤집는 수고를 한다는 게 의아하다)

그리고, 오리지널 영화에서 화면을 수놓은 ‘팬암’ 항공, ‘아타리’, ‘코카콜라’ 광고판이 여전히 등장한다. 그리고, 이 영화의 제작사 ‘소니’도 등장한다. 해리슨 포드가 숨어있는 건물은 ‘행운’이라는 한글이 크게 쓰여 있다.

그래도 궁금한 것은 많다. 속편에서 갑자기 홀로그램으로 등장하는 엘비스 프레슬리와 프랑크 시나트라가 부르는 노래, 그리고 업무를 마치고 경찰서에 복귀하는 K가 신원을 조회하는 방법으로 이상한 말을 따라한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페일 파이어’(Pale Fire)이다. 조이와 있는 방에도 그 책이 등장한다. (by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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